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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김수영 (1963)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3. 20:50

罪와 罰


남에게 犧牲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殺人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四十명가량의 醉客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犯行의 現場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現場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돌아온 김수영이

일자리를 찾아 다시 대구로 떠났을 때,


김수영의 아내 김현경은 선린상고 2년 선배인

이종구와 잠시 살았던 일이 있다.


김수영이 돌아와 아내에게 돌아가자고 했지만,

아내 김현경은 이종구 곁에 남았다가 이종구가 죽자 김수영에게 돌아갔다.


김수영은 아내를 받아주지만, 이 때부터 학대가 시작됐다.

하지만 자신을 떠났던 배신자에 대한 학대는 이 시를 쓴 후 끝나게 된다.


학대가 끝난 후 이 두 사람은 행복해졌을까?


+


철학자 강신주는 두 사람의 진정한 불행은

이 시를 쓰고 난 후 학대가 끝난 다음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두 사람이 폭력이 사라진 체 살기 시작하지만,

더 이상 사랑이란 감정도 미움이라는 감정도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다.


김수영이 아내를 죽도록 미워한 것은

그 만큼 아내를 사랑하기에 가능했었다.


아내에 폭행을 할 때만 해도,

김수영은 주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


오직 아내와 자신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지나가던 행인이 보이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때리던 우산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아내와 자신의 관계에서

아내보다 다른 것들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더니, 이제 미움마져 끝나버렸다.


진짜 미워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이기적이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게 된다.

미움과 상극의 감정인 사랑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진짜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


철학자 강신주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말을 인용한다.



'사랑은 둘의 경험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둘의 관계에 엉뚱한 것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면,

상대방은 조연으로 전락하고 사랑은 끝나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과정이 바로 결혼이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과정이지만,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연들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가족, 재산, 명예, 직업 등)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


그래서 강신주 박사는 이야기 한다.


사랑과 결혼을 할 때는

이혼하는 것처럼 하라고~~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김어준 총수의 말을 들으면 공감이 간다.


'이혼은 내가 하는 것이다.'


이혼은 잔인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결혼한다고 할 때는 모든 사람들이 축복해주지만,

이혼한다고 할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잔인한 행동이면서도 굉장히 용기있는 행동이다.


우리는 사랑도 이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이나 조건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히 잔인하게 행동할지라도,


내 감정에 충실한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사랑을 해야만 한다.


+


사랑을 하는 이유도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이유도


상대방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고,

나도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은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한다.

사랑을 열망하는 것은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지금 내가 행복하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지금 내가 사랑을 갈망한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목을 매는 이유도

사랑이 떠나면 내가 더 이상 주인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기적인 감정이면서 동시에 이타적인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은 사랑을 할 수가 없다.


< 벙커 1 특강 - 이 죽일놈의 사랑 中 에서 >


+


내가 과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배우는 것은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섭지만,

막상 타보면 금방 배울 수 있는...


넘어졌던 아픈 기억 때문에 겁을 먹지만,

막상 과감하게 도전하면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맘에 드는 사람이 생겨도

차 한잔 하자고 먼저 이야기해보지 않는다.


일단 저질러보고

내 감정을 수습해보면

내 생각도 많이 정리될 수 있는데... 난 그게 안 된다.


강신주 박사의 말처럼

주변의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아직 진정한 사랑을 못 만나서 그런가?

아님 시작조차 안해봐서 진정한 사랑을 못 만나는 것인가?


또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