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08 - '소비' 편

2014.02.02 22:17


내가 강신주의 강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공감하기보다는 그는 나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면서

강신주의 다상담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쯤...

'소비'편에서는 다소 색다르게 자본주의를 이야기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초반부터 남달랐다.


진짜 돈을 불로 태우는 퍼포먼스를 통해서

강신주는 돈이 가지고 있는 허상에 대해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예상치 못한 강펀치를 맞은 느낌이라고 할까?

강의 스킬이 늘은 것인가? 아니면 특별한 임펙트가 필요했나?


어쩌면, 그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깨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


이 번 강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 성격을 명확하게 지적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종이 뭉치에 불과한 돈에

단순히 종이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벤야민, 짐멜)


종교에서는 흔히 천국이라는 백지수표를 약속하면서

현세에서 착하고 성실하게 살 것을 요구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돈만 있으면 현세에서 바로 천국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 점이 바로 자본주의가

그 어떤 종교보다 강력하게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자본주의에서의 소비는 메트릭스의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돈을 계속해서 벌어서 쓰지 않으면 돈이 순환되지 않아서,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버리기 때문에 끝없이 소비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월급은 돈을 쓰라고주는 것이며,

사람들이 쓴 돈으로 기업은 다시 제품을 만들어 낸다.


만약 사람들이 돈을 안쓰고 가지고만 있으면 

물가가 더 오르게 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뭐 괜찮다.

그게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원리이까~


근데 문제는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냐,

바로 소비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의 문제에 달려있다.


+


돈이 많은 사람들은 사실 소비에 대해서 고민을 덜한다.

일단, 돈이 있으니까 그냥 사보고 아니면 말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제한된 자원에서 돈을 소모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사람들이 더 과소비를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첫 번째 이유는

수입이 불안하게 되면 있을 때 써버려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건설작업장에서 일하시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사업을 직접하는 사람들이나 프리랜서들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돈을 벌 때는 바싹 벌게 되지만 어떤 때는 일이 없어서 수입이 계속 없을 때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소비패턴이 이해가 잘 안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


이들에게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있을 때 확~ 써버리지 않으면 어짜피 그냥 사라져버리는 돈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수입이 좋을 때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게 되는 과소비가 나타난다.



두 번째 이유는

돈을 쓰는 것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30일 죽도록 일을 하고나서

하루만에 다 쓰고 이를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


월급은 다시 열심히 일을 하도록 몰핀주사를 놓는 것이며,

카드 청구서는 내가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인식시켜 준다.


월급은 분명히 받기는 하지만, 

통장에 스쳐지나가는 사이버 머니일 뿐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열심히 카드를 긁어대기 시작한다.


허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를 함으로써 어렵게 돈을 벌게된 굴욕을 해소하게 된다.


돈을 쓸 때는 자유를 느끼게 되면서

이는 사실은 노동자의 삶을 은폐하려는 회피의 수단이다.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여된 행복(사랑, 성취감)들을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여릴수록 먹는거로 스트레스를 푸는 여자와 유사한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실연당하고 열무비빔밥을 먹는 여자가 이런 맥락이다.


+


이러한 과소비들을 제어하는 방법은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함부로 돈을 못쓰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쉽게 번 돈은 쉽게 쓸 수 있다.

(복권 당첨, 부모님의 용돈, 남편의 월급)


하지만, 부모나 남편이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 생각하고,

돈을 쓸 때 스스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고민하면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사실 왠만한 주부들은 남편의 월급을 쉽게 쓰지 못한다.)


막상 써 놓고 나서 손에 들고 있는 쇼핑백들에 허무감은 밀려오게 된다.

과연 내가 그렇게 고생해놓고 진정 필요한 것을 산 것인가?


소비를 하는 순간

나는 주인이며 왕이된 기분이겠지만,

사실은 백화점 직원들에게는 손님이 아니라 돈이 왕이다.


점원들은 손님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쓸 것같아 보이는 손님들을 존중하기 마련이다.


소비를 통해서 자유를 만끽하려 하지만,

사실은 돈이 있어야만 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돈은 물건과 다르게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가여도

물건보다 돈이 더 효용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에 더 목을 메게 된다.


이에 온갖 마케팅과 광고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유발한다.


자본주의의 생존 매카니즘은

우리는 끝없는 소비의 연속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무서운 것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는 사람보다 자본이 우선시 되는 이 메카니즘을 깰 수 있을까?



+


마지막으로 정리할 내용은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지지만 그래도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바로 여성(Gender)의 문제이다.


강신주의 강의에는 여성들로 가득차기 마련이다.

그만큼 사회에서 여성들이 억눌리고 스스로에게 갇혀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인상 깊은 비유는 정실부인과 첩의 비유였다.


정실부인은 첩이 되고 싶어하고
첩은 정실부인이 되고 싶어한다.


정실부인은 온갖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지만 남편의 사랑은 못받는다.

첩은 남편의 사랑은 독차지 하지만 사회적 역할은 부여받지 못한다.


첩은 사랑만으로 먹고 살았지만,
정실부인은 사랑빼고 모든 권력을 가지게된다.

그래서 이혼하면 아내는 모든 권력을 박탈당하기에 사회적으로 이혼을 금지시켰다.


과감히 떠날 수 있는데도 머물고 있다면,

언제 떠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다.

반대로 욕해도 하라는 대로 하고 있으면, 그 때부터는 무시를 당하게 된다.


정실부인은 떠나지 못하는 존재였고,

사회는 이러한 메카니즘을 정당화 시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혼도 가능해졌고, 첩을 두지도 못한다.


아내는 정실부인이면서 사랑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고,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위자료를 받고 과감히 이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혼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이 존재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면서 반대의 현상도 나타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여성은 사회에서 소수자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들은 아직도 너무 착하고, 좀 더 모질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능력에 비해서 아직도 목소리가 너무 작은 것같다.


강신주의 비유가 다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 같다.

열린 공동체 사회 Pot cast/[Bunker1] 강신주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