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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 박노해 사진에세이 (2014)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3. 2. 22:05


1980년대를 대표하는 민중시인 박노해...

자유의 몸이 된지 15년이 지난 그는 이제 사진에세이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사진을 제대로 배워본적 없던 박노해는

출소이후 구형 35mm 렌즈를 장착한 라이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 수 없다'며 국가 보상금도 거부하고,

정치쪽에서의 러브콜도 거부한 체, 그는 반전 인권 운동가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의 삶의 기록들은 사진과 글로 남겨졌고,

드디어 그 사진과 에세이가 만나 색다른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이다.



전시회가 막판에 몰려서 그런지,

박노해 시인의 사인회가 있는 시간대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30분 정도 대기해서 들어갈 정도로 붐비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안정된 분위기에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벽면은 녹색으로 칠해져있었고,

흑백의 사진들은 자신만의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박노해 시인의 에세이들은 사진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었고,

촬영지에서 직접 공수해왔다는 BGM들은 전체적인 전시장의 분위기를 압도해나갔다.


참 오랫만에 분위기 있는 전시를 구경한 느낌이였다.


+



흑백사진의 매력, 

그리고 아날로그 출력의 감성이 잘 어우러진 사진들


흑백사진은 빛의 음양으로만 사진을 표현해낸다.

하지만, 은근히 그 안에서 색감은 살아나게 된다.

이게 바로 빛이 가진 신비로움이며 매력이다.


디지털 출력한 사진은 선명하다.

그리고 동일한 퀄리티의 출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날로그 출력은 노출량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같은 필름으로 인화해도 출력한 사진의 느낌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날로그 출력의 매력이다.


아날로그 출력에는 사진의 입자들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욱더 덜 선명해 보이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감성이 살아있는 사진은 박노해의 에세이로 완성된다.

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이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박노해가 피사체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10줄 정도를 써서 내려간 간단한 에세이는

사진이 단순한 삶의 장면이 아니라 마음임을 깨닫게 만든다.



훌륭한 사진들이 많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바로 이 소년들이다.

이 소년들의 살아있는 눈... 박노해의 설명을 읽기 전까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계속되는 전쟁과 공습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는 아이들...

그들의 눈을 보면서... 슬픔도 공포도, 즐거움도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 어떤 감정도 녹아있지 않기에, 더욱더 강력한 눈...

그 눈을 보는 순간, 그들의 아픔과 상처가 마음으로 전해졌다.


인생과 생명의 의미...

과연 나는 사진전에 무엇을 본 것인가?


+


박노해는 철저히 다른 삶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들이였고,


그는 남들이 보는 길과는 다른 길을

찾아보고자 그리고, 그 길을 걸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박노해의 유랑 길은 순례길이 되었고,

그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단순 전향자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가 보여준 길은 전혀 새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그의 길에는 사람이 있었고, 노동이 있었고, 생명이 살아 있었다.


그는 다른 길을 찾아 떠났지만,

어떻게 보면 같은 길을 계속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사진에는 사람에 대한 감성이 살아있었고,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그의 마음이 너무나 깊에 뭍어있었다.


그는 전혀 전향하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다만 방법이 바뀐 것이다.


젊은 박노해가 주어진 현실에서 치열하게 싸웠다면,

지금 박노해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 끝없이 유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다른 길을 열심히 찾아 다닌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무엇인지를 알게되었고,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혁명을 하는 방법에는 또 다른 길이 있다고...


박노해 사진집 - 다른 길 (양장)
국내도서
저자 : 박노해
출판 : 느린걸음 201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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