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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좌파, 철수와 원순을 논하다 - 조희연(2012)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3. 8. 16:43
조희연...
솔직히 난 성공회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 이름을 몰랐다.

워낙 이쪽 분야를 몰랐기도 했고,
조희연 교수가 전면에 나서서 대중적으로 활동해온 사람은 아니였던 것같다.

근데, 이 쪽 바닥에 오래있던 사람들은,
성공회대 다닌다고 하면 다들 조희연 교수 수업은 들어봤냐고 물어본다.

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참여연대는 조희연의 브레인과 박원순의 실행력이 만난 결과이다."

무슨 대단한 사람인가 찾아봤더니,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이고 NGO대학원장이였다.
진보 색깔로 유명한 성공회대에서도 간판이라고 불리는 학자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색깔 논쟁에서는 크게 주목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활발한 저술활동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재야의 지식인이기에 크게 대중에게 부각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조희연, 조효제, 김동춘...
이 분들 수업 정도는 졸업하기 전에 꼭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논문학기 무리해서 수강신청을 하고,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서 너무 기쁘다며 메일까지 썻는데 답이 없더라니...

이런 제길....
서울시 교육감 출마로 인해서 수업이 바뀌고 말았다....

처음에는 갑자기 왠 교육감인가 싶기도 했는데...
최근에 책도 내시고 하신 것을 보면 나름 고민을 많이해오셨던 것같다.

곽노현과, 김상곤의 전례를 거울 삼아서,
꼭 당선되어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길 기대하는 수밖에...

+

민주주의 좌파, 철수와 원순을 논하다
국내도서
저자 : 조희연
출판 : 한울 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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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에 출마 선언 후 출간한 책 이외에 
가장 최근에 출간하신 책을 찾아보니 2012년에 출간하신 이 책이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진보 진영에서 이렇게 이 분을 띄워주는지...
(물론 대중들은 대부분 조희연이 누구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일단, 가장 실망한 점은 책을 좀 어렵게 쓰신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이미 본인도 알고 계신듯, 책에 대놓고 자신의 단점으로써 써 놓으셨다.)

하지만, 책에서 확실히 솔직 담백한 성격이 느껴졌고,
자신의 단점을 너무나 명확히 잘 알고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내 취향에 맞았다.

반면에 자신의 생각은 명확했고, 시대를 보는 눈도 일관되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박원순의 당선과 안철수의 부각으로 뭔가 될 듯해서 들 떠있던
2012년 쓰여진 책이지만, 굉장히 현실을 냉정하고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이미 서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놨고,
서장에 들어가면 이를 좀 더 자세히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다해놨다는 점이다.
(아예 책에 '서장만 읽는 사람들도 존재할 듯하니 이왕 여기서 다 설명한다' 라고 써놨다.)

사람들의 기본 심리까지 대충 파악하고 있다니...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분 수업을 못들어본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

조희연 교수는 한국 사회를 상이한 두 주체가 각축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거대한 기득권 세력과
'대단히 높은 수준의 평등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민주화와 민주정부에 실망한 대중

흥미로운 분석이였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라는 정치인들의 이분법적 사고와는 사뭇다른 접근~

그것도 단순한 기득권과 대중의 갈등이 아니라,
한쪽은 거대한 기득권이며, 한쪽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평등주의적 의식을 가진 실망한 대중이였다.

대중에 대한 이 독특한 표현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있었다.
기득권 세력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기에는 대중의 수준이 너무 높고,
반대로 반독재 세력은 독재와의 싸움에서 선전했지만, 신자유주의적 변화에 무력하게 무너졌기에 대중은 실망했다.

정치인들은 정치의 중심에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조희연 교수는 대중을 중심에 두고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통해서 사회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둔한 대중을 어떻게 이용해 여론을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보수가 정권을 잡고도 전횡하지 못하는 것과 진보가 신뢰를 잃은 현실을 짧은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조희연 교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신보수정부의 출범 이후를
포스트 민주화시대라고 규정하고, 앞으로 보수적 발전이 될지 진보적 발전이 될지 미지수인 상황이라 설명한다.

1987년 민주화 체제를 구축한 후 20년이 지나면서,
반독재세력의 핵심과제는 민주적인 개혁이였고, 정치적으로 민주성과 투명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신자유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쟁 프레임은, 
자본/시장/기업 권력은 시장원리를 확산시켜 나가면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민주 항쟁에 참여한 반독재세력은 정치 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지만,
자유 무역, 세계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체 전면적인 개방노선에 참여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기대했던 신성장의 방식이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현존하는 체재에 순응하는 지배적 프레임이 균열된다.

이 포스트 민주화 시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도전을 조희연 교수는 3가지 정치성으로 설명한다.

첫번째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반 MB정서
두번째는 사회경제적 모순을 극복해보려는 반 신자유주의 투쟁
세번째는 정보화와 소비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모순에 대한 다양한 저항들

쉽게 이야기하면,
정치적 투쟁, 경제적 투쟁, 그리고 제 3의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치적 투쟁의 대표적인 것이 나꼼수 현상이고,
경제적 투쟁의 대표적인 것이 노동 운동의 재조명이라면, 
제 3의 투쟁의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안철수와 박원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제3의 정치성에 주목하고 있다.

+

정치적 투쟁과 경제적 투쟁은 이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라면,
제 3의 정치성은 이전의 프레임으로 포괄되지 않는 영역이다.

기존의 정치이념적 측면에서 보면 비판적 자유주의에 해당되며,
다원성과 개인의 자유와 자율에 대해서 일정한 급진적 옹호까지 포함하고 있는 영역이다.

반권위주의적이고, 공정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며
정치와 사회경제적 해방에서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 해방의 동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제 3의 정치성에 대한 가능성은
바로 안철수 현상이라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여실히 드러났다.

정치적 민주주의 퇴보에 대한 저항(제 1정치성)과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요구들(제 2정치성)과 혼재되어 등장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와 자율, 탈권위주의, 공정을 지향하는
급진적 민주주의의 확장은 제 3의 정치성으로써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의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는 제도 정치(선거, 정당, 의회) 이외의 영역에서
대중의 직접 행동, 사회 운동 등의 정당이 아닌 다양한 정치 활동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제도정치에 대한 불신들은 역설적으로 정당을 혁신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조희연 교수는 제도 정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비제도정치가 어떻게 제도 정치에 영향을 주어서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서로간의 상호작용과 협력모델을 통해서 상생해야만
제도 정치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비제도 정치가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참~~~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지만, 현실에서는 이걸 진짜 너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들은 대중과 여론을 무서워하면서도 
어떻게든 사람들을 호도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쟁취하려고만 하고 있고,
비제도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정당과 손을 잡으면 영혼을 파는 것처럼 여기면서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워낙 무게 추가 한 쪽으로 실리면서,
어쩔 수 없이 힘을 모으는 양상이 나타나지만 이는 진정한 연대보다는 
이기기 위한 야합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총선과 대선에서 연이은 패배를 경험하고 말았다.

이 부분에 있어서 박원순이 가지는 상징성은 매우 중요한 것같다.

+

확실히 안철수와 박원순은 다르다.
그리고, 조희연 교수도 이 둘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다르게 언급하고 있다.

박원순과 개인적 친분이 깊으니 당연히 그렇게지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희연 교수가 단지 그런 부분에서 이 둘을 나눠서 평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확실히 조희연 교수는 정치인보다는 지식인이기에,
안철수와 박원순 현상에 대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었고 나도 이에 상당부분 공감했다.

내가 보기에는,
안철수는 현상이라는 표현보다는 열풍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순십간에 달아올랐고 본인의 의사보다는 주변에서 더욱더 밀어붙인 것이 강한 것 같다.
시대의 열망인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온 듯했다.

누구와 결합할지, 어떤 현실적이고 정치적 선택을 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2012년 대선을 애매모호하게 마무리했으며, 결국 얼마전 민주당과 합당을 결정했다.
'새정치'라는 구호를 입버릇처럼 사용했지만, 합당을 통해서 결국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 책은 2012년 대선 전에 쓰여졌기에,
안철수에 대해서는 말을 좀 아끼는 모습이 보여졌고 사실은 구체적인 언급이 별로 없다.
그냥 안철수라는 인물이 부각된 이유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다양한 가능성도 열어 두고만 있다.

이 번 학기 수업을 들었으면, 
안철수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굉장히 아쉽게 됐다.

이에 비해 박원순에 대해서는 상당히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박원순이 정치인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시민운동가로 오랫동안 정치를 해놨고,
2012년 당시에도, 이미 시장에 당선되었기에 훨씬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표현은 시민운동가 박원순과 정치인 박원순에 대해서는
확실히 분리된 관점에서 냉철한 비판의 자세로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순은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였지만, 이제는 감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조희연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시민운동이 정치 세력화의 기반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이였다.

어찌보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의 정치 진출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시민 운동 분야에서 박원순이라는 인물이 정치권에 진출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
시민 운동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솔직히 법조인, 언론계, 공무원 등도 모두 정치에 진출하면 안된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시민운동의 가치를 지켜야하며,
박원순은 더 이상 시민운동가가 아닌 정치인이기에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기에,
어설프게 박원순에게 시민운동가의 모습을 기대하거나, 우리 사람이니까 봐주자는 태도는 경계해야한다.

+

참... 글은 솔직히 좀 어렵게 썼지만...
대부분의 설명은 너무나 명쾌하고 일목요연하기에 너무 재밌게 읽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전체 책의 1/4에 해당하는 서장까지의 내용이지만,
책의 핵심 주제는 이미 다 소개한 듯하여 여기서 내용 소개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뒤에 이어서 나오는
현상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들과 정책들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도 너무 주옥같지만,
그것까지 다 정리하면 이거는 뭐 답이 안나온다... ^^
(거의 책을 하나 새로 쓰는 수준이 될 듯)

조희연 교수의 강의를 못듣게 되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내공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 교육감이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해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꼭 선전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