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Room/Organization Theory

[Organization theory] 조직의 8가지 이미지 (Images of organization) - ⑧ instruments of Domination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4. 2. 20:03

조직이론 - 조직의 8가지 이미지
국내도서
저자 : 가레쓰 모르간(Gareth Morgan) / 박상언,김주엽역
출판 : 경문사(한헌주) 20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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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gly Face: Organizations as instruments of Domination

마지막 조직의 이미지는
영국의 수상 에드워드 헤스 (Edward Heath)가 표현한 "추악한 얼굴"이라는 키워드에서 따왔다.


지배자로써의 조직
역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거대한 관료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막스베버는 사회적 지배의 방식이
카리스마적 지배와 전통적 지배에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지배로 변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관료제라는 단어가 부정적이지만,
중세 시대의 태어난 신분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던 시대에
관료제라는 조직은 굉장히 획기적이였고, 합법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해방을 주었다.

막스베버는
비합리성이 지배하던 시대에 
관료제를 통해서 합리적인 지배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지만,

다만,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말미에 
쇠우리(iron cage)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관료제 자체가 자칫하면 새로운 지배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국내도서
저자 : 노명우
출판 : 사계절 200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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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막스 베버의 예견은 적중했고,
관료제는 진짜 쇠우리처럼 사람들을 가두어버려서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게 만드는 놀라운 기능을 밝휘한다.

프랑스의 로베르트 미헬스의 경우에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왜 조직에서 소수집단이 통제를 하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심지어 노동조합이나 정당 같은 조직에서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였으며,

선의의 지도자들이 일반 조직구성원들의 이익을
좀 더 잘 보살펴주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선의의 지도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자신의 이득만 추구하도록 변질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베버와 미헬스의 설명처럼
아무리 합리화를 추구한다고 해도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인가?

+

조직이 구성원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피를 빨아먹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된다.

조직은 항상 계급에 기반하게 구성이 되며,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장인들은 점차 사라지고 임금노동 계층 등장하면서 임금체계가 확고해진다.

이윤은 노동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업무는 점차 분업화되고, 관리자(postman)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숙련된 노동자는 점차 숙련되지는 못했지만 값이 싼 노동자로 대체된다.

노동시장은 분업화를 통해서 
빠른 속도로 1차 노동시장(전문기술자)위주에서 2차 노동시장(단순직무) 위주로 재편되고,
2차 노동력은 점차 하청계약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며, 불법이주자나 저소득층 위주로 대체되기 시작한다.

노동시장의 재편과 업무의 분업화 뿐만 아니라, 
업무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노동의 위험성과 직업병, 산업 재해의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제는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화이트 칼라 노동자 역시 직무 관련 정신적인 장애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가 새로운 화두가 되어버린다.


불안정한 고용상황이나 차별은 조직을 단합된 팀이 아니라
이해가 얽힌 싸움의 전쟁터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으며 노동자와 경영진은 한 팀이라는 인식을 갖기 어려워진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이후로 
노사 간 공개적인 갈등이 절정에 이르게 되면서, '이해관계자 접근법'이나 '팀 노력'이 강조가 되지만,

생산 자동화와 제3세계 국가로 시설 이전은
노조의 힘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1990년대 이래로는 감량경영과 고용조정으로 인해
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이제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를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최소인력으로 최대 효과를 뽑아내기 위해서 노동 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다.

기업을 비롯한 관료제적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는 이 악순환을 끝기 어렵다.
하지만, 구글이나 리앤펑 처럼 완전 색다른 형태의 조직 구조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계층화되지 않은 구조, 평등하면서도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어떻게 보면 유기체적인 조직에서 이야기되었던 새로운 조직에 대한 연구는
지배구조로써의 조직이 가진 한계들을 극복하려는 움직임 중에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

1990년대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세계화의 물결은 
다국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다시 절정에 이르게 만들었다.

다국적 기업은 이미 19세기후반 ~ 20세기 초반 등장했으며,
20세기 중반 반트러스트 입법의 영향으로 다각회된 복합기업(diversified conglomerates)이 출현하게 된다.

한 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록펠러의 스탠다드 석유회사, 카네기의 US철강들은 해체의 수순을 밝게 되었고,
더 커지고 싶으면 다른 산업에 진행해야만 했던 것이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에는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이익을 얻으면서 발달한 경우 이외에도
재무적 거래를 통해 자본 규모를 급속히 키우면서 성장한 경우도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문제는
고도로 집권화되어 있어서 본사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의 자율성보다는 중앙 본사의 이익이 최우선이 된다는 점이다.

외국계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결정적일 때 본사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를 가끔 경험하게 된다.

본사의 손익을 맞추기 위해서, 
현지에서 직원을 알아서 몇명 줄이라는 식의 통보를 하거나,
현지에서는 진짜 능력도 인정받지 못하는데 본사의 코드에 맞다고 임원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본사에서 잠시 방문하게 되면,
마치 큰 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게 되고,
방문한 사람은 잠깐 본 것이 전부인지 알고 본사로 돌아간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외국계가 아니여도,
본사와 지사의 형태를 갖춘 모든 조직에서 동일하게 겪는 현상이다.
근데, 그게 다국적 기업에서는 문화적 차이까지 겹치면서 더 심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에 더 문제는 다국적 경영을 하는 회사들은
싼 가격에 원재료를 사들여 완제품을 만들고, 이를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 다른 시장에 팔게 된다.

어찌보면 장사의 가장 기본인 상식이지만,
전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의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강하게 한 번 국제적 카르텔이 형성되면,
이러한 권력의 망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국가간 격차는 더욱 심해지게 된다.

식민지시대 제국주의자들이 하던 일들을
이제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

다국적 기업들은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자본과 기술 그리고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통해 지역 사회 발전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개발 국가들은 외자 유치를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다국적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MB정권에서도 비즈니스 외교라고 하면서 외자 유치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근데 문제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들이
그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나 국가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보여주는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 이외에는
그들이 해당지역에 투자를 안한다고 해도 다른 조치를 취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국적 기업은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면, 
수익성이 존재하더라도 공장이나 사업을 이전하기 마련이다.

지금 상당수의 공장들이 중국을 거쳐서 최근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많이 이동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인건비가 올라가면 그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갈지 모른다.

제3세계 국민들이 임금노동에 의존하게 된 방식은
산업혁명 당시 노동계급의 출현과 매우 유사한 형태이다.
다국적 기업은 지역 특성에 맞는 농업과 전통적인 장인기술산업을 말살시키고, 미숙련 노동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은 본사에 이익을 보내줘야 하기에,
제3세계로부터 순자본을 유출시키고, 기술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통제권을 쉽게 내놓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다.

현지에 직접 투자액수는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자본 회수율은 거의 4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세계은행이나 IMF, 국제개발기관이 다국적 기업과 연결해 원조를 진행하면서 순자본 유출에 크게 기여해왔다.

성숙기를 지난 낙후기술을 수출해 이익을 창출하는
일종의 지능적인 마케팅을 행하고 있는 기업도 있으며, 
가격이전을 통하여 과도한 이윤을 은폐하고, 현지국가에 대해서 적절한 세금지불을 회피하는 기업들도 있다.

과연 다국적 기업이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가?
현지화된 자발적인 기업을 키우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 아닌가?

외자유치와 국제개발을 외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고민해봐야하는 문제이다.

+

지배적 도구로써의 은유는
과연 합리성(rational)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을 해야한다.

합리적인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
과연 그 합리성이 누구를 위한 합리성인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작용하고 있고, 오히려 비합리적인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였고,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윗사람의 말을 잘듣고 시키는대로만 하는 것이 훌룡한 직원이다.

다국적 기업이 우리 동네 들어와서 직원채용하면 우리 동네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다국적 기업이 들어오면 우리 동네에서 좀을 좀 써줄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고, 
누군가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한 번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그 조직은 점차 생명력을 잃어갈 수도 있다.

외부의 강한 힘에 의지하게 되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던 힘마져 잃어버릴 수 있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그 매커니즘 안에 숨겨진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이 말하는 지배적 논리라는 거대한 괴물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조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오묘하며 거대한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