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ity

문창극 파문과 온누리교회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6. 12. 14:09

어제 밤 문창극 파문이 일어났다.


신임 총리로 임명한 박근혜 정권은 예상치 못한 암초였고,

문창극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아마 이게 시작일테고... 앞으로 더 시끄러워질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강연 장소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3군데 모두 너무나 익숙한 곳이였고, 모두 다 내가 주로 활동했던 온누리교회였다.


온누리교회는 나의 모교회일 뿐만 아니라,

나의 20대에서 온누리교회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기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KBS의 악마의 편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강연 풀영상이 등장하면서, 나도 공유받아서 들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풀영상을 본 후의 소감은...

강연 내용의 알맹이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라는 대형 매체의 대기자라는 사람이...

수백명의 대중앞에서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이야기함에도,

어떻게 1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중구난방일까?


자기가 하고 싶은 역사 이야기를 막~~ 하더니...

마지막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기도가 필요하다며 기도제목을 막 던지면서 마무리한다.

(과연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연관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가는 내용들도 있다...)


어떤 사람이 이런 글을 썼더라~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 역시도

전체적인 현상들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맞춰서 여러 현상들을 취향에 맞게 해석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크리스챤이기에 크리스챤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크리스챤의 관점이라고 보기에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발언들이였다.


왜 선교사의 눈에는 조선말의 풍경이 그렇게 보였는지...

왜 일제시대가 가지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왜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일어났는지...

왜 한국전쟁에 미국이 참전하게 되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서 수많은 희생이 뒤따르게되었는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너무나 손쉽게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였다라고 결론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나마 내가 크리스챤이니까~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대략이라도 이해할 수는 있지, 이거는 뭐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억지려 끼워맞춘다는 느낌밖에 주지 않는다.

(거기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들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들은 귀에 상당히 거슬린다...)


안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과연 어떤 해명을 내놓을까 연합뉴스에 나온 보도자료를 찾아봤더니...


"논란이 되고 있는 글들은 언론인 출신의 자유 기고가로서 쓴 것이고,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얼핏들으면, 굉장히 합리적인 답변인 것같기는 한데,

그렇다면 맞춤형으로 여기서는 다른 이야기, 저기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종교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섞여있는 듯하다...

미안하지만, 종교적 신념은 지키면서도 위기를 피해가고 싶다는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크리스챤이지만, 

그 종교적 신념이라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암튼, 하나님 뜻이라는 단어를 너무 함부로 남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크리스챤이라면 겸손히 하나님 뜻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기도해야하는 것이 정상이거든...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이용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가...


+


솔직히 내 주변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온누리교회를 다녔던 사람이고,

지금도 상당수가 온누리교회에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소망교회, 사랑의 교회, 삼일교회, 명성교회 등

대형교회들이 여러 스캔들에 휩쓸릴 때에도 그나마 여기는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다.


2007년 대선 때 믿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하용조 목사님이 비난 받은 것 이외에는

그래도 정치적인 문제나 내부적인 갈등에 있어서 대외적으로 큰 어려움들을 겪지 않았던 대형교회였다.


10년 넘게 있으면서 이상한 것들도 많이 봤지만,

그래도 여기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기에 얼마전까지 이곳에 남아있었다.


지난 1년간 이곳저곳 동네 교회를 돌아다니면서,

차라리 온누리교회가 더 괜찮겠다고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괜찮은 교회도 몇 군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이런 뉘앙스의 강연이 왠지 익숙하다.

어린 시절 이런 뉘앙스의 강연이 상당히 많이 있었던 기억이 얼핏얼핏 난다.


그리고 지금도 주일 예배의 장로님들의 대표기도를 듣고 있으면

문창극보다 더 하신분도 상당히 많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목회자들 중에도...)


내가 같이 사역하고 알고 지내던 훌륭하신 목사님과 장로님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고, 그래도 그냥 참고 넘어갔던 적도 많았다.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곳이고 좋은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에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냥 마음에 안드는 강연이나 설교가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고 어쩌면 나도 내부 논리에 빠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이번 사건에 대해서 온누리교회의 대응이 너무나 궁금하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름 굉장히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처를 해왔던 교회이기 때문이다.

(2004년 김선일씨 피습사건이라는 대형 사건에 대해서도 굉장히 낮은 자세로 대처를 했었다.)


온누리교회에 대한 비판도 상당히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상당히 깊숙히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은 그래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였다.


기업화되고, 대형화되고, 성과주의적인 흐름 속에서도

나름 순수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았기에 10년동안 나는 거기에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순수한 신앙적 열정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으로 행사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제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설프게 대응하지 말고,

온누리 교회가 다시 한 번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