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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hina / Beijing ⑫ -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 그리고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7. 21. 10:38

베이징에는 3개의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

중앙미술학원 미술관(中央美术学院 美术馆)


마음같아서는 모두 방문해보고 싶었으나...

역시나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항상 부족한 시간이다.


다산쯔798과 함께 방문하고자 했던 

중앙미술학원 미술관(中央美术学院 美术馆)은 일정이 꼬여서 실패했고,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과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 중에 고민하다.

환타아저씨의 추천 별점에 혹하여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을 선택하기로 했다.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은 1962년 개관한 국립미술관이다.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거대함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할 듯하지만,

오히려 국립이라는 정체성에 발목이 잡혀서 얼마 전까지도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었다.


국립이라면 왠지 좋을 것 같아보이지만,

역시나 예술이라는 분야는 어디에 구속되어 있을수록 오히려 그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인 듯하다.


하지만, 2003년 리뉴얼 과정을 거쳐서 과거의 정치 색깔을 빼버리고,

중국의 전통 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특별전을 개최하면서 새롭게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정치적 색깔이 빠져있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이나 중앙미술학원 미술관(中央美术学院 美术馆)에 다소 밀리는 느낌이다.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이 왕푸징이라는 베이징의 한복판에 위치해있다면,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은 베이징 동쪽의 다소 외진 신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지리적으로는 외각지역이고 지하철 역에서 10분정도 걸어가야만 하지만,

동네 분위기나 거주자들의 모습들을 보면 새로 개발되어서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다.

(인근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동안 본 중국인들과는 좀 다른 서울의 강남지역 같은 느낌이 좀 들었다)


미술관의 외형부터도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과는 너무나 다른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다루는 중국 최초의 비영리 개인 미술관이라는 느낌이 입구에서부터 느껴진다.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은 

2002년 중국 제일의 부동산 개발업자 장바오첸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장바오첸은 베이징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했으며

'문화가 있는 개발'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미친듯이 진행되는 개발로 돈밖에 모르는 중국인들이라는 비난에 대해서 다소 의외의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미술관 역시도 현재를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을 주제로 삼아서

현대 미술을 주로 다루면서도 젊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단순 전시 기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인재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 프로그램까지 연결하여 폭 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중국인들의 전시도 자주 유치하면서,

국립 시설인 중국미술관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굉장히 대조적인 공간이다.

(두 곳을 모두 방문해서 비교할 수 있었다면 매우 좋았을텐데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드는 대목이다)



건물을 구성도 매우 특이하다.

총 6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있지만 공간은 3개로 나뉘어서 활용되고 있다.


핵심이 되는 메인 전시장은 원래는 보일러 공장이였다고 한다.


건축가 왕 후이는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했지만 

주변의 현대적 건물들과 맞지 않는다는 주변 건물들의 비난에,

사다리꼴 모양의 철제 구조물을 세워서 독특한 건물 외관을 창출하는 것으로 타협을 해주었다.


이 건물 2층에는 메인 안내데스크가 존재하며 티켓도 이곳에서 구입하는데 

중국여행 중 최초로 영어를 너무나 능숙하게 잘하는 안내원을 만나서 천만 다행이였다.

(전시관이 너무나 다들 떨어져 있어서, 만약 영어를 못했다면 나머지 전시관들을 못 찾아갈 뻔했다는...)


여담으로 중국의 안내원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영어로 무엇을 물어보면 최대한 친절하게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사람처럼 중국인들과 쉽게 구분이 안되는 외국인들은

중국어를 잘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것 같다.

(중국어를 너무 잘해서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오히려 굉장히 불성실하게 대답해주기 일수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적으로 중국어 잘하는 누나에 의존하다가

언젠가부터는 일부러 내가 가서 영어로 물어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어로 하다가 말이 잘 안통해서 떠듬떠듬 중국어로 물어보면 굉장히 기뻐하면서 친절히 알려준다)


메인 건물에는 총 3개의 전시관이 존재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부터 2층까지 차례로 관람을 하면 된다.



나머지 전시관은 별도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금일미술관 본관 뒷편에는 아트센터라는 아주 기다란 형태의 건물이 존재한다.


여기도 예술과 관련된 시설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중간 중간에 있는 식당들도 일반 식당과는 좀 다른 예사롭지 않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금일미술관 옆의 건물 역시 뭔가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지만,

이 곳은 예술과 관련된 건물같지는 않고 주상복합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암튼 이 건물 사이로 길게 길이 나 있는데,

이 사이에 위치한 온갖 조형물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여서 살아있는 전시회를 온 느낌이다.



다싼즈798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진짜 외부 조형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듯하다.


건물당 1개는 기본이고, 왠만하면 2~3개씩 전시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 모양이나 형태도 매우 다양해서 지나가면서 볼꺼리가 쏠쏠하다.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조형물들은 무슨 놀이동산(?)에 온 듯 하지만,

그 형태가 괴기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마냥 즐겁게 보기에는 좀 심오하다.



본관 앞에는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웨민쥔의 작품이 조형물로 만들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웨민쥔의 작품은 베이징 여행을 하는 내내 굉장히 자주 볼 수 있었다.

원래 웨민쥔이 누구인지도 몰랐으나 너무 비슷한 작품이 계속보여서 도대체 누군지 찾아봐서 알았다.


자신의 웃는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다른 작품을 봐도 한 눈에 웨민쥔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항상 밝게 웃는 듯한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 웃음이 절대 웃기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밝고 즐거운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웃는 얼굴이

중국 인민들의 애완을 이렇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웃는 얼굴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천재성에 놀랄 수 밖에 없다.


회화로 볼 때나 조형물로 볼 때나 각각의 느낌도 너무 다르고,

같은 작품 안에서도 너무나 다양한 표정과 느낌을 전달하고 있어서 너무나 신비로운 작품이다.



당연히 별관 앞에도 매우 독특한 작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작품들이 한결같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어서,

사실 계속보고 있다보면 좀 피곤한 측면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좀 가볍고 쉽게 쉽게 넘어갈만한 작품이 없다보니,

하나하나 유심히 보고 있으면 조금 피곤해지는 경향도 있다.


다들 대단한 작품인 듯하기는 한데,

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듯하고 한마디도 좀 과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사실 이러한 느낌은 조형물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풍경을 볼 때도 전반적으로 대단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뭔가 정돈되고 절제된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고 어딜가나 뭔가 과하다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대륙의 힘이구나~ 하고 대단하고 생각했는데,

너무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균형과 조화를 고려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든 느낌이다.


가끔은 과하지 않게 절제되고 생략된 것도 멋질텐데,

너무 화려하고 대단한 것들만 계속 있으니까 보는 사람이 오히려 피곤한 느낌이다.



하지만, 전시관 내의 시도들은 나름 신선했다.


전반적으로 너무 과하다고 흉본 것을 살짝 들었는지

한 명의 작가에 의해서 기획되어서 정돈된 느낌이 들어서인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상당히 과감하게 생략하는 묘미를 잘 보여주었다.


아주 넓은 전시공간 자체를 모빌만 설치해놓고 

모빌에 영상을 빔으로 쏘아 바닥에 누워서 그 영상을 감상하게 만들어두었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엄청난 작업을 해놓은 발상 자체가 참신했고,

이 넓은 공간을 이 한 작품으로 채울 생각을 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너무나 넓은 공간에 편안한 모래쇼파를 배치해놔서 영상보다가 살짝 잠도 자고 나왔다)



이에 비해서 제2전시관에서 본 회화 작품은

나름 독특한 느낌이 있고 강렬한 인상을 주기는 하는데 별로 정이 안갔다.


다싼즈798에서도 조형물에 대해서는 볼 때마다~

와 대단하다~ 독특하네~ 멋진데? 이런 반응을 보였으나, 

회화작품들에 대해서는 강렬하기는 한데 뭔가 비호감이 계속 느껴졌었다.


조형물들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기괴함이 많이 녹아져 있기는 한데,

회화의 경우에는 그게 그 다지 호감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비호감으로 계속 느껴졌다.


뭐 그냥 느낌이라서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뭔지 모르겠는 중국만의 기괴함이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물론 모든 회화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내취향에 맞게 굉장히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작품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강렬한 느낌은 덜하지만, 또 이런 작품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인구 14억의 중국 대륙의 힘인 듯하다~ 진짜 뭐하나 없는 것이 없다고나 할까?



아트센터에 있는 위치하고 있는 제2전시관에서

제3전시관을 찾아가는 그 사이에도 조그만한 전시관이 하나 더 있었다.


굉장히 소규모 전시전으로 포스터 한장 달랑 붙어 있어서,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버릴만한 아주 아담한 공간이였다.


가만히 서 있는 조형물한테 살짝 인사라도 하려고 갔다가,

여기에도 전시관이 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들어가본 전시관이다.

(젊은 작가를 위한 개인전이였는지 사실 안에 작품은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은 듯...)



제3 전시관에서는 매우 독특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전시된 작품이 눈에 확~ 들어왔다~


유명인사로 보이는 듯한 사람들의 방명록을 작품으로 전시해놓은 것이다.

전시 때마다 그냥 적어놓고 지나가는 방명록을 전시작품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이들이 유명인지, 아님 아무나 그냥 방명록을 남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록달록 배경색을 잘 구성해 보기에도 이쁠뿐만 아니라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작가는 매우 독특한 사람임에 틀림 없었다.


'십이야'라는 이 독특한 작품은 하루 밤에 이루어지는 남녀간의 대화를

다양한 앵글에서 동시에 찍어서 그 것을 한 꺼번에 볼 수 있도록 빔으로 쏴주는 작품이다.


커튼으로 쳐있는 입구를 지나서 들어가면

4면으로 둘러싼 벽에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다.


당연히 중국어를 모르기에 뭔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정이 잘 살아나도록 찍은 것이 인상적이다.


같은 상황도 시각이 다름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극명하게 잘보여주고 있어서 모래쇼파에 누워서 하나도 못알아들으면서도 한참을 보다 나왔다.


   


더 독특한 전시는 바로 옆 방이였다.

메인 전시룸 옆에 또 하나의 커튼이 있었고, 그 커튼을 졎히고 들어갔더니...


어두운 공간에 긴 벤치형 의자만 달랑있고, 조명이 그곳을 비취고 있었다.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서 의자 옆에 있는 커튼을 졎히고 들어갔더니 좀 전에 본 영상의 세트장이 있었다.


물론 배우들은 그들이 아니였고 그다지 연기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앉아서 자기들 나름대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이는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난 듯)


아무도 없는 상황이였다가 나 혼자 쓱~ 들어갔더니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고,

딱히 연기를 하기보다는 그냥 뻘쭘하니까 괜히 뭔가 하는 척하면서 잠깐 준비된 듯한 대사를 나눴다.

(대사를 나눈 것인지 연기를 한 것인지는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짧은 대화 이후 계속 침묵을 지키고 각자 딴짓을 하고 있었고,

눈치가 재는 왜 안나가고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은 안통하지만 뻘쭘하니까 그만 나가달라는 느낌을 확~~ 받을 수 있었고,

난 뭐라도 제대로된 연기를 언제하려나 보다가 이건 아닌 듯해서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의도는 배우로 보이는 이들이 뭔가 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길 원했겠지만,

글쎄~ 실제 사람을 배치한 것은 특이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통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드러나보였다.


며칠째 여기에 사람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연기를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사명감이 없다면 별다른 의지도 없을테고 명연기자들이 이런 알바를 할리도 만무하다.


발상은 좋았으나 변수를 예측하지 못한 좀 아쉬운 전시인듯하다.



금일 미술관을 나오는 길 역시~

꾸준히 퍼져있는 조형물들이 배웅을 해주었다.


조형으로 특화되었다고는 들었지만 

진짜 공간 디자인과 조형물은 실컷본 공간이다.


다싼즈798에 비하면 매우 협소한 공간이지만,

오후 내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뭐랄까~~ 한국의 미술관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뭔가 중국 특유의 독특함을 많이 느낀듯한 기분이다.

다싼즈798에서부터 뭔가 일맥상통하는 것도 좀 있고~


일단 규모와 수량, 그리고 다양함은 기본이고~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기괴함이 녹아져 있는 느낌이랄까?


암튼 다산쯔798과 금일미술관은 역시나

이번 베이징 여행에서의 최고의 공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