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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hina / Beijing ⑬ - 베이징에서 밥먹고 다니기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7. 21. 23:11


여행에서 먹는 이야기를 빼먹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별로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입맛도 까다롭지 않아서 음식에 대해서 민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왠지 여행가서 먹을꺼리 이야기를 안할 경우에는

뭔가 빠진 듯하여 가이드북을 찾아보면서 맛집에 대한 정보도 열심히 메모해두었다.


사실 거기를 꼭가봐야한다는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소개된 곳들을 가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였다.



근데,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별것도 아닌데 그것때문에

길찾아서 헤매고 괜히 안가도 되는 곳까지 찾아가고 하냐고 에너지 낭비가 심했다.


그래서 3일째까지는 열심히 찾아다녔으나...

그 이후로는 그 에너지면 관광지를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맘을 비웠다.


맘을 비우고 그냥 일반 밥집에 자주 가게 되었다.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는 백반집)



그리고, 가이드북에 나온 집들을 찾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유명하고 비싼집들 위주로 설명이 나와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에 

어떤 음식점이 나올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


동네 지나다니는 밥집이 소개될리는 만무하며,

설사 현지인들이 싸고 맛있다고 생각한다해도 여행객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집 위주로 소개할 수 밖에 없고,

어느 정도 맛이 검증된 특색을 갖춘 중국의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을 소개할 수 밖에 없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음식점들은 대부분 1인당 70위안 이상으로

많게는 1인당 200위안 씩 되는 음식점들도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서민들의 경우 10~20위안으로 한끼를 먹는 것이 다반사이며,

간단한 요리를 시켜 먹으면 1인당 50위안 수준에서 밥을 먹는다.



1인당 100위안씩 하는 음식은 특별한 날이나 먹는 음식으로

사실 한국에서도 17000원 정도 하는 음식을 평소에 먹는 음식이라 부르기에는 과한 편이다.


한국으로 이야기하면 한정식집이나,

삼호가든, 샬레드고몽 같은 유명 식당들을 소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퓨젼 요리로 뜨는 체인이라고 비비고, 마마스같은

다소 비싸지만 특색있고 새로 뜨는 체인들을 소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어짜피 가이드북을 찾아다니면서 맛집을 다닐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특색있는 음식을 원하기에 그렇게 소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중국 주재원인 누나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비싼집이나 어느 정도 검증된 프랜차이즈들만 소개한다고 불만이였지만 

나처럼 중국에서 10년 산 주재원과 여행다니는 사람은 드물기에 일반 밥집을 찾아들어가기도 힘들다.


암튼, 초반 3일동안은 럭셔리하게 잘 먹고 다녔고,

나머지 3일동안은 동네 식당에서 중국식 현지 음식을 맛볼 기회를 가졌다.


남들은 중국 식당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는 음식조차 제대로 시킬 수 없다고 하지만,

나야 뭐 누나가 알아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만한 음식만 잘 시켜주니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워낙 식성 자체가 까다롭지 않아서,

남들은 못먹는다는 쌍차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잘먹었다.



사실 중국의 음식점은 다들 어느 정도 요리를 잘한다고 한다.

특히 쓰촨성같은 경우에는 왠만한 식당에 들어가도 실패할 일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란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요리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쓰촨요리, 광둥요리, 북경요리, 산둥요리 이런식으로 구분이 되는 것은 옛날 이야기이고,

어느 음식점을 가도 이 모든 것을 다 취급하는 것은 기본이며 심지어 여기서 퓨전화된 음식들까지 존재한다.


그나마 일반 밥집에 가면 메뉴가 조금 달촐해지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에는 지역은 기본이고 국적도 불분명한 요리들로

메뉴판이 너무 두꺼워서 사진을 보면서 시키는 것도 매우 힘든 지경이다.



음식을 사진만 보고 고르는 것도 찝찝한데,

문제는 사진을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점에 있다.


누나의 조언대로 탕류는 왠만하면 기름져서 못먹는다고 해서 제외하고,

대부분의 쎈 불에 볶은 요리 위주로 많이 먹게 되었다.

(사실 쎈 불에 볶은 요리가 어찌보면 중국요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암튼 종류도 너무나 다양하고 가격도 진짜 너무 천차만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은 가이드북에서 소개시켜주는대로 다니는 것이 속편할 듯하다.

(문제는 관광지 찾아다니는 것보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



그리고 어느 정도 검증된 음식점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아직까지 중국 사람들조차 식품의 안전에 대해서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워낙 이상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 사건들이 많이 터져서~

기본적으로 길거리 음식이나 값이 싼 음식들에 대한 불신이 많이 커졌다고 한다.


부자들이야 조금 돈 더 주더라도

안전한 음식을 먹기 위해 비싼 음식점으로 향하게 되지만,


서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값이 싼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수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이 중요한 식품의 공급처인 것이다.



어짜피 굉장히 비싼 음식점 아니면 안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그냥 왠만해서는 믿고 먹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래도 난 서민적인 음식들을 체험한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 듯하다.


워낙 음식의 맛을 안따져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비싼 음식점에 갔을 때 같은 볶음 요리도 불맛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아예 맹추는 아닌 듯하기에


내가 먹은 것은 음식보다는 서민들의 생활이요 향기였던 것같다.

아이와 함께와서 출근하는 길에 들려서, 퇴근하는 길에 친구와 함께 밥을 먹는 모습들을 보며,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들의 일상을 즐긴다는 것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비싼 음식점에서도 그러한 곳에 올 정도의 생활 수준이 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어떤 것을 먹는지 보는 것도 나름 흥미꺼리였다.


한국도 소득차에 따라서 다른 수준의 식당을 즐기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중국에서의 빈부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한 식구가 먹을만한 가격을 1인분으로 먹어야 하는 식당이지만,

그런 식당들도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줄서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린다.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은

요리사가 직접 옆에 와서 잘라주었던 베이징 카오야가 아니라

숙소 주변에서 새벽 4시부터 나와서 판매를 하고 있던 전형적인 아침식사였다.


한국으로 치면 아침부터 김밥파는 것과 비슷한 모습인데,

국기게양식을 한 번 보겠다고 새벽부터 나가는데 벌써부터 나와서 음식을 파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식당이란 식당에서는 모두 이런 식으로 길가로 나와서 음식을 파는데,

분명히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고 있는 것을 봤는데 한 집도 빼지 않고 새벽 4시면 다 나와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하지만, 

만만디 중국인들도 돈 버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진짜 대단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일어나자마다 숙소에서 슬리퍼 끌고 나와서 

튀긴 빵과 찐 만두, 삶은 계란을 한 보따리 샀는데,


말도 안통하는 나에게 어떻게든 더 팔아보겠다고 자꾸 흥정을 붙이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귀여우면서도 악착같은 이들이 한 편으로는 무섭게도 느껴졌다.


중국이 전 세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한 배경에는

이러한 서민들의 모습들이 숨겨져있다는 사실에서 예전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암튼 중국은 뭐 하나를 봐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볼 때마다 새롭고 알면알수록 더욱 모르겠는 대단한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