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협동조합] 협동, 생활의 윤리 - iCOOP생협연대 (2008)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6. 08:03
협동, 생활의 윤리
국내도서
저자 : iCOOP생협연대
출판 : 푸른나무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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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iCOOP생협 창립 10년을 맞이하여 그 역사를 정리하고,

아이쿱샙협이 가진 사회문화적 의미, 경영평가, 그리고 유통 성과에 대해서 

염찬희 / 김찬호 / 이상훈 / 정은미 4명의 연구자가 쓴 보고서를 책으로 엮은 자료이다.


조합원 4만명에 직원수 100명, 공급액 730억이던 2008년에 쓰여진 책이기에,

조합원 17만명에 직원수 1400명, 공급액 3500억(2012년 기준)이 되어버린 현재 상황과는 많이 다른 측면이 있다.


비록 아이쿱생협 조합원은 아니지만,

아이쿱생협에서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아이쿱생협에 대해서는 굉장한 호의를 가지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나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아이쿱생협에 대해서는 정작 그동안 잘 몰랐던 것 같다.

(아이쿱생협은 성공회대뿐만아니라 한신대에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생산관리 과제를 하기 위해서 

아이쿱의 유통시스템을 분석한 정은미 연구원의 다른 논문은 읽어본 적이 있지만,

아이쿱생협의 설립 스토리와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서는 이 번 기회에 처음으로 자세히 읽어보게 되었다.


두레생협과 애증의 관계라는 소문은 들은 적이있지만,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몰랐고 생협운동이 왜 소비자협동조합과는 다른지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은 철저히 아이쿱생협의 입장에서 기술되었기에,

다소 편향된 견해를 가질 수도 있기는 하지만 딱히 사실을 왜곡하려고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두레생협과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민감한 문제여서 그런지,

구체적인 기술을 피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확실히 아름답게만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 두 생협 모두 꾸준히 성장해서 

선의의 경쟁과 연대를 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만약 하나의 생협만 살아남게 되었다면 나머지 하나의 생협은 굉장한 후유증에 시달렸을 듯하다.)


맨 바닥에서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성장한 생협들의 이야기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한 것이나 사업적 역량을 발휘하여

오늘날의 시스템과 규모를 만들어낸 것은 사업가로써도 대단한 능력이다.


하지만, 사업차원으로만 접근했다면 절대 이런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헌신하고 믿고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은 생협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김찬호 교수가 쓴

생활협동조합운동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한 내용이다.


'생협 = 소비자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생활협동조합은 단순히 소비자만을 생각하는 협동조합으로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솔직히 그동안 소비자협동조합 같아 보이는데

왜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굉장히 애매모호한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리고 그냥 좋은 물건 제값에 주고 사면되는 것 같은데,

온갖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보이며 운동차원으로 접근하는 것도 좀 의야해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생협의 설립 과정과 배경을 이해하고,

생협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비전을 알게되면서 생협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협은 표현 그대로 생활 운동의 차원이 매우 강한 것 같다.

일상적인 것에서 부터 사회적인 부분까지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이슈가 이들의 관심사인 것이다.


폐쇄적인 형태의 공동체보다는 개방적인 형태를 띄면서,

국가권력이나 자본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의 방식보다는 자주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협운동은

대안적인 삶과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운동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관심사는 지역의 현황에서 부터 한미 FTA문제까지 광범위하며,

단순히 소비자의 주권만을 주장하지 않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그들과의 상생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들을 생각한다면 생협이라는 조직은

사업체로서의 성격보다는 사회운동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한 집단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김찬호 교수는 생협운동의 사회적 가치에서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생활의 재발견이 이루어진 것이 굉장히 큰 사회적 기여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력단절의 여성으로써, 누구 엄마로만 불리던 전업주부들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남편의 연봉과 자식의 성적에만 연연하지 않는

가족과 이웃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여성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공간이 바로 생협이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조합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마을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의 성격이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책이 써지던 당시만 해도 공동체와 결사체를 넘어서 삶의 공간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교회라는 공간이 이러한 역할을 했었던 것같은데,

아무래도 교회에서는 선교가 목적이기에 사회참여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던 것 같다.

(이에 반해서 생협은 개방성이 훨씬 강하고, 사회적인 이슈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아이쿱이 이렇게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실무진의 역량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아줌마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열정, 헌신과 의지가 큰 힘을 발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시는 아이쿱에서 오신 선생님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든다.)


고립되어있던 여성들이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스스로 깨어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생협운동은 다른 시민운동이나 활동들이 하지 못한 대단한 사회혁신을 이루어냈다고 할 수 있다.


+


그렇다고 아이쿱 생협이 긍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물류시스템 혁신과 조합비제도같은 자금 운영의 혁신을 통해서

다른 생협들이 이루지 못한 성과들을 이루어냈고 오히려 이 책이 쓰여진 이후 아이쿱생협은 급성장을 하게 된다.


책이 쓰여질 당시만 해도 공급액이 한살림보다 적은 700억 수준으로

600억 수준의 두레생협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살림보다도 2배이상 차이가 나는

독보적인 생협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당시로는 매우 혁신적인 조합비 시스템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사업이 나날히 성장해가고 조직의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최근에는 경영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오고 있다.


너무 급성장한 조직이 내부적으로 감당이 안되는 것이다.

이미 직원수는 1000명을 훌쩍 넘겨버렸고, 조합원수는 이제는 더 이상 받는 것을 걱정하는 단계까지 올라갔다.


물품은 여전히 항상 부족하기만 하고,

아직도 항상 민원은 대응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쌓여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키울 수 밖에 없는데,

조직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내부에는 부족한 것이다.

(자세한 사정이야 외부인인 나야 잘 모르지만, 조직 관리 차원에서 큰 홍역을 치루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이 책에서도 살짝 예상을 하고 있었다.

경영상황에 대한 이상훈 교수의 분석을 보면 현재까지의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내부적으로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문제나 업무 프로세스 개선,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 등이 지적되면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실 최근의 이런 문제들의 씨앗이 이미 이때부터 감지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경영진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리야 당연히 만무하고,

이 책이 쓰여진 당시보다 훨씬 더 큰 조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마도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더 표면화되고 구체화된 것이라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특히나 새로 합류하는 조합원들과 직원들의 경우에는

생협이 가지는 운동적 차원의 가치들을 잘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외부에서 보기에 아이쿱 생협은 친환경농산물을 다루는 소비자 협동조합으로 보이며,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서 조합원에 가입하거나 협동조합에 근무하고 싶어서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에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그 특수성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암튼 생협이 단순한 사업적인 조직체 차원을 넘어서

처음 설립했을 때는 그 정신을 잘 이어가 사회를 혁신하는 중심세력으로써 그 사명을 잘 감당해주었으면 한다.


+



이책을 읽고 내가 가장 얻은 성과는 

생협운동의 성격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협운동은 분명히 최근에 불고 있는

협동조합 열풍과는 성격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협은 처음부터 사업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사업보다는 대안적인 사회 운동 차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급성장을 했지만,

이들은 사업적 성장보다는 사회적 영향력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최근에 만들어지고 있는 협동조합들의 경우에는

사업체로써의 새로운 형태로 협동조합을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기존의 주식회사와는 다른 형태의 사업체,

사람 냄새가 있는 조직체를 만들고 싶어서 접근하는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사업을 통한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기존의 생협운동과

사업을 위한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최근의 협동조합운동은 확실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앞으로 협동조합을 공부하면서,

굉장히 흥미롭게 봐야하는 대목이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분위기가 전개될지 궁금한 대목이다.


아직까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협동조합이 생협밖에 없기에,

생협의 정신을 기반으로 협동조합운동이 전개되지만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최근에 아이쿱생협에서 사업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신성식 대표가 

협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책을 썼다고 한다.


생협의 초창기 시절에 부평생협에서부터 실무를 담당했고,

아이쿱 생협이 오늘날의 형태로 성장하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신성식 대표이기에

그의 책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매우 궁금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업적 역량에 있어서는

아이쿱 생협 내부에서도 신성식 대표에 대한 신뢰는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10년사 책이 나온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에,

시간을 내서 새로나온 신성식 대표의 신간은 꼭 읽어봐야할 듯하다.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
국내도서
저자 : 신성식
출판 : 알마 20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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