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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2014) - 대작인가? 졸작인가?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12. 09:59


최단기간 1000만 관중을 동원하며 화제의 영화!!

이순신의 리더십이 화제를 모으면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관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평이 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진중권의 '졸작' 발언...

여기에 허지웅의 '전투씬 61분은 할리우드에서도 하기 힘들다' 발언이 나오면서

과연 CJ의 밀어붙이기 마케팅의 승리인가, 아니면 진짜 영화가 훌륭한 것인지 논란이 많다.


일단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인 견해는 한 마디로 '너무 과하다'라고 평가 할 수 있다.


명량은 전체적으로 너무 무게가 많이 들어가 있던 영화이다.

기승전결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처음부터 굉장히 무겁게 전개된다.


그리고 중간에 쉬어갈 틀을 전혀 주지 않은 체 그냥 계속해서 너무 무겁다.

관객과 호흡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냥 막 밀어붙이며 편집에서도 다소 어색함이 느껴진다.


김한민 감독은 <최종병기 활>에서도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액션이 일품이였지만,

<명량>에서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 시킬만한 여지 조차 전혀 주지 않고 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최종병기 활>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이다.

그래도 박해일은 인간적인 매력이 꽤 있었고, 감초같은 조연들도 등장 했었다.


하지만 <명량>에서는 이순신은 지나칠 정도로 너무 멋있고,

왜군 장수는 지나칠 정도 비인간적이며, 나머지 군사들은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최종병기 활에서도 류승룡은 비인간적인 터미네이터같은 악당 두목이였다.)


결국은 이순신을 구해준 것은 백성들이였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한 듯하지만,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백성은 사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냥 모든 것은 이순신이 대단할 뿐이다.


최민식의 명연기라고 호평이 넘치지만

너무나 감정을 빼버리고 연기를 해서 그런지 그다지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정현을 제외한 영화 속 대부분의 캐릭터가 그런 걸보면 이는 감독의 특징으로도 보인다.)


스토리와 플롯의 미묘함도 감정 이입도 없는 이 영화...

과연 감독이 연출 능력이 너무 없어서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개인적으로 이는 감독의 의도적 접근이라는 생각이 많이든다.

어짜피 명량해전의 결과는 역사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기에 그다지 새롭지 않다.


과거 성공한 시대극과 실패한 시대극을 보면,

아예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한 새로운 스토리가 없는 시대극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관객이 모르는 새로운 스토리가 아닐 바에는 

아예 관객들이 보길 원하는 것을 가장 멋있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획기적인 기획에 맞춰 아주 충실하게 만들어진 상업영화이다.)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영화의 소재를 결정한 순간부터

아마 이는 철저히 기획된 접근이였을 것이고 스토리나 플롯, 감정선을 살리는 것은 어찌보면 사치였을 것이다.


런닝타임이 128분인데, 전쟁씬만 61분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제작자의 마케팅 전략이 명확하게 들어나는 대목이다.


어짜피 이순신의 리더십과 화끈한 전쟁씬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감독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굉장히 비현실적일수도 있지만 최대한 멋있는 이순신을 보여주었다.


악인은 최대한 악인스럽고, 영웅은 최대한 영웅스러워야

그걸 기대한 사람들에게 최대한 만족을 주고 정의가 승리하는 쾌감을 준다.

(여기에 그 악인이 바로 일본이고, 의인이 조선이라는 점에서 애국심을 자극하기에는 완벽한 조건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시대극이 아니라,

철저히 할리우드의 흥행전략을 활용한 전형적인 블럭버스터 상업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전투씬 연출과 시대적 요구를 활용한

'이순신의 리더십'이라는 마케팅 전략은 완벽하게 적중했으며,

CJ의 밀어붙이기 마케팅에 힘입어 쇼박스의 '군도', 롯데시네마의 '해적'을 밀어내고 극장가를 점령해버렸다.


배급업계의 신성 NEW의 '해무'가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오히려 '해무' 입장에서는 '명량'을 피해서 늦게 개봉하는 것이 천만당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영화적 디테일한 완성도의 측면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최고의 볼꺼리를 제공해주었기에 이 영화는 흥행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영화이다.


허지웅의 말대로 61분의 전투씬을 영화에 삽입한다는 것은

할리우드에서도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힘든 선택이고, 감독은 과감히 모든 것을 버리고 여기에 올인했다.


오히려 스토리와 플롯, 인물의 캐릭터가 단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감독은 이 전투씬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나머지 모든 것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으로도 보인다.

(오히려 인물의 감정선이 너무 살아나고, 복잡한 스토리가 엮겨 있다면 관객은 전투신에 몰입할 수 있다)


<최종병기 활>에서도 세밀한 감정 묘사보다는 

역시나 액션 장면이 일품이였기에 철저히 자신있는 부분에만 집중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제작자의 입김도 많이 작용했을 법도 한데,

과감하게 마음껏 전투씬을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감독에게도 행운이였을 수 있다.


이러한 접근에 대해서는 졸작이나 대작이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화끈한 블럭버스터를 가장 한국스러운 소재로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것저것 다 잘 살아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과감하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는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과감하게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전투씬에 올인한 감독의 용기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서 최고의 흥행작을 만들어낸 제작진의 기획력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솔직히 내가 감독이여도 이것저것 디테일한 부분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을텐데,

감독은 오로지 전투씬에 올인하는 과감함을 보여주었고 이로써 전투씬은 굉장히 빛을 밝휘할 수 있게 되었다.

(과감히 버림으로써 오히려 관객이 흥행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생각이 많고, 예술영화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짜피 정의롭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리더십에 슬퍼하는 국민들을 위한 영화이다.


2014년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이러한 즐거움이라도 느낄 수 있어야 오늘 하루를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애국주의 감성팔이 영화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감성팔이를 위해서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다.)


철저한 상업영화이고 현실을 회피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잠시라도 현실을 벗어나 감동과 희망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무더운 여름에 소나기 같은 영화이다.


한 편의 영화가~ 

그 정도의 쾌감을 줄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은 한 것 같다!! ^^


하지만, 3부작으로 만든다는 소문도 있던데...

이런 접근이라면 그냥 명량에서 끝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해보인다.



명량 (2014)

8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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