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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2012) - 악인들이 지옥에 실려가는 불타는 수레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15. 23:41

원작에서 일본 민화 속에 등장하는 화차(火車)는

'악인의 시체를 지옥으로 데려가는 귀신'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나쁜짓을 한 악인들이 지옥에 실려가는 도구이자 형벌도구인 불타는 수레'라는 의미로

중간에 절대 수레에서 내려올 수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제목에서는 후자의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여주인공의 멈출 수 없는 행동을 너무나 잘 묘사한 느낌도 들고,

한편으로는 시대적으로 멈출 수 없는 사채의 행진을 묘사한 듯한 느낌도 든다.


화차
국내도서
저자 : 미야베 미유키(Miyabe Miyuki) / 이영미역
출판 : 문학동네 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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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 화차(火車)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대불황기를 겪고 있었던 1992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20년이 지난 2012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영화화된 화차(火車)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많이 반영하기는 했지만 큰 맥락에서는 그 당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매우 잘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계 부채와 개인 파산을 생각하면 한국의 현실도 결코 녹녹치 않으며, 이는 큰 사회적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자본에 의해 파괴된 개인의 삶

사람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모르는 익명성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개인의 욕망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찝찝했는데,

영화를 모두 보고 난 후에는 더 찝찝해지는 한 마디로 참혹한 현실이였다.


+



오랫만에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느낌이다.


중간에 한 번도 흐름을 끊기지 않을 정도로

감독은 영화의 흐름을 굉장히 잘 잡아갔고 연기자들은 자신의 역할에 너무나 충실했다.


사라진 약혼녀를 찾으며 수없이 갈등을 겪는 남자

그리고 알 수 없는 여성을 찾아가야만 하는 전직 형사

그리고 영화가 지속될수록 점차적으로 알 수 없게 만드는 여자


3인방의 감정표현은 굉장히 진실되었고,

어느 장면 하나 튀는 것이 없이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내렸다.



화차 (2012)

Helpless 
7.9
감독
변영주
출연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송하윤, 최덕문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17 분 | 2012-03-08
글쓴이 평점  



순제작비 18억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뭐하나 빠지는 것 없이 기본에 충실한 것이, 팀워크가 아주 잘 이루진 느낌이다.

(총 제작비 36억에 242만명을 동원했으니 ROI 측면에서는 완전히 대박난 영화이다)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기분좋게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퀼리티가 좋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당연히 관객이 찾아와주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사회현실과 문제를 바탕에 깔아두고,

철저히 주인공의 관점에서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원작에서는 형사가 스토리를 전개해나간다는데,

영화에서는 악혼남이 이야기를 주도하고 형사가 옆에서 도와주며,

약혼녀가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그녀의 입장에서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원작자도 여자이긴 하지만, 확실히 여자 감독이기에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약혼녀의 관점에서 관객들이 세세한 부분에 감정을 이입할 여지를 충분히 남겨두었다.


관객들은 단순히 사건의 흐름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약혼녀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개인의 범죄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할 수 있었다.



왜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 화차에 타게 되고,

왜 한 번 타게 된 화차에서 내려올 수 없게 되는지....


순수한 소녀였던 약혼녀가 사회에 의해서 어떻게 파괴되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몸부리치게 되는지...


그녀는 원하든 원치않든 사회가 만든 희생량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어느 새 괴물이 되어버린다.


영화는 117분이라는 길지 않는 러닝타임 가운데에서도

충분히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었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3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화차에 탄 체 멈추지 못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한 체 결론을 향해 달려나간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약혼남의 역할을

이선균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내면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었다.



악혼남은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를 잊지못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찾기만 한다면 다시 돌아갈꺼라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점점 더 과거가 멀어져간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며, 왜하는지를...

스스로 알 수 없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아야만 하는...


찾아봤자 가슴이 더 아플 수 있는데,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고 놀라움에 연속인데,

스스로의 가슴을 태우면서 화차를 끄는 귀신처럼 그녀를 추적해나간다.


사랑에 너무나 갈급하고 사회적 현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화차에 올라타기는 전직 형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사건을 해결한다고 다시 형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화의 중간까지만 해도 적당히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약혼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다.


댓가를 바라고 시작했지만 댓가가 필요없어진 이후에도 사건에 매달린다.

무기력하고 삶의 의욕을 상실해 본 낙오자의 모습에서 어느 순간 삶의 활기가 느껴진다.


그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실직 가장을 대표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단순히 사회적 부조리를 미스테리로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굉장히 고민을 많이해서 각색을 굉장히 잘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경로의존성(Path defendency)이라는 이론이 있다.


자신이 시작한 길이 맞는지 다른 길이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자신이 그 길을 걷기 시작했기에 그냥 그 길을 따라가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그 관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만의 화차에 올라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방식이 과연 내가 원해서 아니면 이게 맞기에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닌가?

작은 욕망에서 시작했는데, 어느 새 멈출 수 없이 돌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나는

과연 화차에 타고 있는기에 못 빠져 나오는 것은 아닌가?


만약 내가 화차를 타고 있다면, 중간에 화차에서 뛰어내릴 수는 있는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사회가 나를 화차 속으로 떠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 되씹어볼수록 생각할꺼리가 많아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