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경제/사회

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 권명중(2008)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9. 20. 07:37

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국내도서
저자 : 권명중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08.11.17
상세보기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것은 의외로 경제학이라는 분야였다.


경제학은 경영학의 뿌리가 되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 문제에서 경제라는 분야가 가지는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실질적이고 수리적인 학문이라고만 생각했던 경제학이

사실은 윤리학에서 시작되었으며, 철학과 사회학과는 굉장히 관련성이 깊은 학문이였다는 점이다.


칼 폴라니는 어느 순간부터 경제학이 사회와 격리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았고,

이러한 견해는 사회적 경제 섹터와 협동조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의식이다.


애덤스미스, 칼 마르크스, 조셉 슘페터, 

존 메이어드 케인즈,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칼 폴라니 등의

경제학에서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과연 내가 알던 경제학은 무엇인가 궁금해져버렸다.


예상외로 복잡한 수식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경제학 서적들도 많이 존재했고,

사회적 문제와 현실적인 생활에 대해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주류 경제학이 오늘날의 폐해를 만들어버린 듯한 비판을 볼 때마다,

과연 나는 어떤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바라봐야 하는지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인가? 사회주의, 사회적경제는 문제가 없는가?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과연 성경에서는 경제학을 어떻게 봤을까?


기존에도 성서적 관점에서 경제라는 이슈를 접근한 책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경제적 이슈들을 충분히 설명하기보다는 가치에 대해서 사색적이고 관념적인 접근이 대부분이였다.


그에 비해서 이 책은 확실히 경제학자가 쓴 책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특히나 자신의 생각을 쭉~ 나열하기 보다는 성경의 내용들을 중심으로 경제학을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여러 가지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성경의 관점을 이해하는데 전문적인 신학의 견해를 참고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성경만을 참고하였다. 그래서 신학의 관점에서 해석의 오류를 지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 접근이고,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책을 구매해버렸다.


신학적 관점이라는 이름으로 주류 담론에서 못 벗어나는 견해를 많이 보았기에 오히려 반가웠다.

그리고, 철저히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기대감도 동시에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확실히 경제학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고,

애덤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조셉 슘페터 등의 경제학자들의 논리를 큰 왜곡 없이 잘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소 이질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성경과 경제학을 연결시키려는 과정에서 언제나 중심을 성경에 두려고 한 고민의 흔적이 잘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공감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고전 경제학의 대가들뿐만 아니라 최근의 경제학자들의 견해도 좀 다루었면 하는 아쉬움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가난, 부자, 소유, 노동, 거래, 소비, 청지기 정신, 행복 등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다루지 않는 어떻게 보면 사회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러한 가치들에 대해서 성경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고마운 책이다.


성경의 이야기들이 단지 예전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현실 경제에서 문제가 되는 이슈에 대해서 충분히 시사점을 주고 있고,

내가 고민하고 있던 이슈들이 사실은 성경적인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


저자는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보기는 하지만,

상당히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경제라는 이슈를 굉장히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적 이슈들에 관심이 있고,

경제학을 공부하는 크리스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