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Innovation

2014 서울시 정책박람회 - 정책나들이 (김대식 / 조희연 / 박원순 / 이진하)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9. 21. 00:29


스웨덴 동남쪽 고틀란드 섬 해변 휴양지 비스비(Visby)에서는

매년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이라는 정치축제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400여개의 다채로운 컨퍼런스가 열리며,

정치인, 노동조합, 시민단체, 기업, 개인 등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토론한다.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2012년부터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의 컨셉을 그대로 차용한 정책박람회를 열기 시작한다.


그 동안 두 차례의 행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노하우도 쌓였고,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자신감도 생겼는지 올해 행사는 예전보다 더 완성도가 올라간 것 같았다.


오픈테이블을 도입하면서 시민들의 참여 방법과 기회를 보다 확대하였으며,

강연과 토론도 이전보다 다양해지면서 초청 강사와 내용에서 모두 굉장히 풍성한 행사가 된 느낌이 든다.

(재선에 성공한 이후 박원순 시장의 입지가 올라간 것이 이런 행사만 봐도 확실히 느껴진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시민에게 직접 참여할 기회를 준다는 개념 자체가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서울시의 많은 정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하나의 축제와 같은 장을 연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인 듯하다.



생각보다 서울시에서 굉장히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에 참가하며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 체험하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붐빌 수준까지는 아니였지만,
주말에 서울 한 복판, 그것도 시청앞에서 이러한 활동들이 전개된다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노란 리본들이였다.

합동분향소에는 아직도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리고 있었고,
이러한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관련 흔적들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고마웠다.



역시나 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프로그램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함께 출연하는 

<서울의 미래, 어떤 인재를 키울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대담 프로그램이였다.


김중배 선생과 함께 "참여연대 트로이카"라 불리던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이제는 행정가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서울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강연자로 나선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솔직히 처음들어보는 사람이였고,

그냥 조희연 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야기를 주도해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연/대담 자리를 완벽하게 장악한 것은 김대식 교수였고,

강연내용도 좋았지만 시민들의 질문에 논리정연하게 답변하고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내가 전혀 모르던 고수를 발견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오히려 박원순 시장은 어느덧 너무 정치인이 된듯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좀 아쉬웠다.


27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삼성전자의 잘생긴 청년도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쉽게도 임펙트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정치 신인 조희연 교육감은 아직까지 학자적 면모가 살아있었다.

굉장히 진지하게 강연내용을 분석하고 중요한 지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성실한 모습은 보기 좋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좀 어렵게 말씀하시는 부분은 계속 정치하려면 좀 고치셔야 할 듯...)


+


김대식 교수의 강의은 강한 임펙트를 주면서 시작된다.


"혁신의 시작은 내 믿음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뇌 과학을 연구했다는 대학 교수가 이렇게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다니...

그는 뇌는 객관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주관적으로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게 만드는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사고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해나간다.


사람들은 결정적 시기에 인식이 한 번 형성되게 되면,

그 이후 사용하지 않는 신경세포들은 모두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 결정적 시기에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들어서 최대한 많은 연결성이 확보해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식 교수는 창의력을 형성한다는 것은

결정적 시기(초중고)에 어떻게 경험과 학습을 하느냐에 달려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시기에 오감을 모두 사용하고 인터렉티브한 반응을 할 수 있는 교육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동기이기에,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 지식을 주입시켜주기 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질문을 찾아가게 해줘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숙제하는 시스템을 벗어나

밖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관련 내용을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교과서와 선생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교실을 벗어난 곳에 정보가 더 많기 때문에 그 정보를 모아와서 정리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학교 시스템에 첨단 기기를 들여서 기존 교육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같은 새로운 도구를 도입할 경우 이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교육이 학생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기자재를 학습을 위해서 소비하기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학생들이 습득한 지식을 가지고 기자재를 활용해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하는 것이다.


이 밖에 조희연 교육감, 박원순 시장, 이진하 랩장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보다는 김대식 교수의 강연과 질문에 대한 답변이 너무 인상적이였다.


김대식 교수의 이야기들은 

단순히 창의력이 무엇인지, 미래의 인재는 어떤지를 넘어서,

과연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지식이 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부분까지 건드리고 있었다.


오... 이것이 통섭의 힘인가?


뇌 과학을 넘어서서 교육의 현실과 사회의 문제까지 뀌뚫는 인사이트는...

교육이 무엇인지, 지식이 무엇인지, 사회에 왜 교육이 중요한지...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강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