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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시대 열린경영 - 윤순봉&장승권 (1995)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9. 28. 16:55


"열린경영"이라는 단어는 왠지 익숙하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관련 단어를 사용하고 있고,

당장 내가 사례연구를 진행중인 해피브릿지협동조합에서도 사업 과제로 정해놓았다.


근데 그 단어가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아니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나의 궁금증은 거기서 출발했고,

열린 경영에 대한 체계적으로 설명해놓은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저자들이 열린경영이라는 화두를 처음 생각해내고 

아직까지 관련 화두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제시한 사람이 없다고 써놓은 것으로 봐서는

저자들이 이 개념을 처음으로 체계화시켜서 화두로 던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열린시대 열린경영

저자
윤순봉 외 지음
출판사
삼성경제연구소 | 1995-05-01 출간
카테고리
열린시대 열린경영
책소개
지금은 세계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열리고 있는 세상이다. 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이제 절판된 상태지만, 

이북으로도 출간되었기에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서 볼 수 있다. (이북이라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이 책을 발견하고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것은 저자들의 이름이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이였던 윤순봉 사장은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거쳐서 현재 삼성 병원 사장으로 근무 중인 삼성의 스타급 CEO중에 한 명이다.


또 한명의 공동저자는 당시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선임연구원이였는데,

윤순봉 사장과는 대조적으로 삼성을 나와서 경영학자의 길을 걷고 계신 성공회대 장승권 교수이다.



책의 내용은 "열린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제시되었지만,

사상적으로는 철저히 자기조직화 이론을 어떻게 현실 경영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하며,

단지 실용적인 차원이 아니라 이념이나 가치관으로써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요지이다.


하지만, 이 "열린 경영"이라는 화두는 본의는 사라진 체 

실용적인 차원만 남았으며,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을 기업에 도입해야하는 논리로 활용되어왔다.


분명 책이 쓰여진 1995년 이라는 시대적 특성을 고려해 본다면,

세계화 시대에 맞춰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야되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지금와서 보면 과도하게 몰아간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야기했던 신경영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화려하게 이론적으로 포장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암튼 이 책에서 설명한 방향성 중 

실용적 차원에서 많은 부분이 삼성의 경영 방침에 도입되었으며,

최근 들어 채용 분야를 중심으로 "열린 경영"이라는 화두가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


+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점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면,

딱 현재의 나와 비슷한 나이였을 장승권 교수님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이 책을 썼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방향성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열린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냈고 그에 관련된 이론들 정리해 책으로 냈다는 부분에서 더욱 놀랍다.


물론 이 책은 여러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은, 기존 이론들을 정리해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끝났다는 점이다.


"열린 경영"은 이렇게 가야합니다~ 수준이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부분별 사례는 제시했지만, 

이 개념을 총체적으로 적용한 실증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 경영"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뽑아내서

새로운 경영 철학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연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열린 경영에서 이야기한 사람이 중심이 된다는 철학은 사라진 체,

외부 인원 채용, 네트워크 구조, 외주 시스템 등의 실용적인 개념만 남아서 

오히려 고용 안정성과 직원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론적 기초가 되어버렸다.


민주적 경영, 정보의 완전 공개, 조직원의 경영 참여 등의 개념들은

삼성그룹이라는 오너 경영 체제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소들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내가 헛소리를 짓거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열린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 한 적도 있는데,

장승권 교수님은 이 책의 존재와 "열린 경영"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워낙 뭘 물어봐도 스스로 찾아보라고 안가르쳐 주는 성격이시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완전히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스스로 찾아보라는 것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부분에서는 속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나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통해서 뽑아낸 개념인데,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현실에 적용되어 왜곡되었기에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려 20년 전에 쓴 책이기에 다시 보기에 민망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바로 이틀 전에 쓴 글도 민망해서 다시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기 때문이다.


+


암튼 평행이론처럼 20년 전에 장승권 교수님이 했던 고민을

나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아니라 해피브릿지라는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협동조합이라는 구조를 가진 중소기업이

"열린 경영"이라는 화두가 던졌던 경영 철학에는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협동조합에서 이야기하는 민주적 운영, 수평적 구조, 협동조합간의 협동 등은

"열린 경영"에서 이야기했던 새로운 경영구조와 일맥상통하는 근본부터 비슷한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구조가 

기존의 주식회사보다 더 효율적이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기에 새로운 경영혁신의 방법론이 될 수도 있다.


급격한 산업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한 삼성은

시스템은 더 견고해졌지만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빠지면서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혀버렸다.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을 빼먹었기에,

삼성이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는 못한 체 괴물 기업이 되어버린 이유일 수도 있다.


반면에 협동조합은 사람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이 너무 부실하다.

일단 경영학 자체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도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대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되어왔던 경영학 이론을 활용하기에는

협동조합은 그 근본적인 철학과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고민한 경영 시스템을 협동조합에 맞게 체계화 시킬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과제이고,

협동조합경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20년 전에 등장해서 현재는 그 흔적만 남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열린 경영"이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보면 그 해법의 새로운 단초가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