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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 감독과의 대화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12. 30. 15:10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의 2014년 종무식은

영화를 단체관람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게임회사 근무 시절에도 매년 종무식은 

근처 영화관을 대관해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하면서 마무리됐다.


조직이 워낙 크다보니 본부별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코엑스 메가박스와 오리CGV의 가장 큰 상영관을 빌려서 진행하곤 했었다.


벌써 두 번째 맞이하는 해피브릿지의 종무식 역시

인근 영화관에서 단체관람을 하고 점심식사를 같이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두 조직의 가장 큰 차이는

상영관의 크기 차이도 있지만, 영화의 선택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게임회사는에서는 IT업체 답게 

일단 CG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줘야 했다.

<아바타> <분노의 질주 3D>같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영화를 주로 본 반면,


해피브릿지는 역시나 조직의 특성에 맞게,

작년에 <변호인>, 올해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선택했다.


또 하나 다른점은 해피브릿지는 지인 초청행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조직이 작아서 영화관의 좌석이 많이 남는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에슐리에서 먹은 점심식사까지 고려하면 그래도 비용이 꽤 될텐데 훈훈하게 진행되었다.


설마, 회사 행사에 지인들을 많이 데려올까 싶었는데,

해피브릿지답게 지인들을 많이 데려와서 상영관을 대충 꽉 채웠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확실히 내가 익숙해져있던 기존의 기업 문화와는 뭔가 좀 다르기는 하다.


영화를 본 후에는 에슐리에서 점심식사도 푸짐하게 먹고

각자 지인들과 함께 조기 퇴근을 하는 것으로 종무식은 마무리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 회사로 돌아와서 다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좀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가족과 친구들을 꺼리낌없이 데려오고,

그들이 별로 어색함 없이 인사하고 함께 밥먹고  자연스레 흩어지는 모습이 훈훈하니 심히 보기 좋았다.


이러한 사소한 모습에서 

이 조직에서는 아직까지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느낌이다.


+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은

영화가 주었던 그 감동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해피브릿지 송인창 이사장님의 초대에 

진모영 감독이 흔쾌히 응하면서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 영화는 벌써 관객수가 400만명을 향해서 달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상영관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다른 독립영화들을 위해서

독립영화 전용관에서는 일부러 철수를 하는 용기있는 선택을 해주었다.

(물론 배급사인 CGV아트하우스가 동의를 해주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였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9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4-11-27
글쓴이 평점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노인 부부의 일상을 담아냈다.


물론 편집의 묘미와 적절한 BGM이 감동을 키워주었지만,

최대한 그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감독의 노력이 돋보인 영화이다.


소재도 별로 새롭지 않았다.


횡성시장에 한복을 맞춰입고 장을 보는 모습을

횡성신문 기자가 우연히 촬영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이들의 일상은

2010년 SBS다큐멘터리, 2011년 KBS인간극장에서 이미 두 차례나 소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은

18년째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고 있던 진모영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2년 8월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들을 발견한 진모영 감독은 한마디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이미 두 차례나 소개되어서 신선함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안하고는 못배기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진모영 감독은 이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국제 시장에 소개하고 싶은 욕심에 국제 시장을 고려해서 제작을 했다고 한다.

(근데, 예상치도 못하게 국내에서 일단 대박이 나고 말았다.)


2012년 9월 촬영을 시작해서 약 1년 정도 촬영을 예상했는데,

2013년 11월 조병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럽게 촬영은 종료되었다.


다큐멘터리는 철저히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의도하지 않게 죽음으로써 그 사랑 이야기는 약간은 슬프게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억지로 짜낸 스토리가 아니기에 

노부부의 사랑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그 이별 역시 너무나 여운이 깊게 남았다.


어린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이들의 사랑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감정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진모영 감독은 이 영화의 흥행요인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자신의 영화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기는 힘들다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답변을 했다.


사회가 점차 불안해지면서 사람들은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듯합니다.

가족, 연인, 그리고 사랑이라는 소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98세라는 고령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그 옆에서 마음껏 사랑을 나누다 마지막을 지켜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으며,

대외라는 명분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연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얼마나 순수할 수 있을까?

강원도 시골 외딴 집에서 둘이서 알콩달콩 노년을 맞이하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였다.


특히,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중이신 요즘

주말과 휴일마다 고향집에 내려가 간병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새 크게만 느끼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셔서 현재는 혼자서 식사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보시고 계신다.


다행히 내장에 손상은 적어서 다시 회복하시면 

거동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듯하지만 아무래도 후유증이 신경쓰인다.


주말마다 병원에 숙식하시는 어머니를 교대해드리려고,

차를 끌고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기름값이랑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간병인을 쓰는게 비용적으로는 훨씬 낮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돈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세삼 깨닫고 있다.


별로 하는 일이 많지 않지만 옆에서 지켜드릴 수 있다는 것은

돈 몇 푼 아끼겠다는 마음보다는 이런 일이 있을 때라도 함께 해드린다는 점에서 크게 느껴진다.

(덕분에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아버지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나도 이제는 나이를 좀 들었나보다...

철없던 20대와는 다르게, 이러한 사소한 것에 오히려 마음이 쓰인다.


이별의 순간이 아쉬움이 남지 않으려면,

지금의 순간을 감정에 충실하게 보내야만 하는 것 같다.


혼자가 된 강계열 할머니가 

불쌍해보이기보다는 부러워보였던 이유는 

살아있는 동안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사랑을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손잡고 걸어가던 노부부의 모습이

그 어떤 연인들의 모습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 삶에 녹아있는 사랑의 깊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