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Innovation/Human Rights

기본소득이 인권의 문제라 생각하는 이유는...

열린 공동체 사회 2015. 6. 14. 12:11



기본 소득 논의가 한참 이루어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쏙~ 들어가버린 느낌이다.


기본 소득을 이야기하기에는 사회가 아직도 너무 강팍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최근 

기본 소득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체험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별다른 소득이 없이 살다가,

올해들어부터 소득이 다시 생기기 시작하면서 삶에 대한 자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소득은 예전 직장생활하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3년간 무소득이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알바를 종종하기는 했지만,

소득이라고 하기에는 금액도 적었고 정기적인 안정적 수입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고정적이고 안정된 수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간 강사 활동을 하면서, 연구 컨설팅을 하면서

야금야금 들어오는 돈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기본소득과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


그냥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삶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고정수입이 없고 매년 모아둔 돈을 계속해서 까먹어야하는 입장이였다.

혼자 살지만 월 고정 지출은 100만원이 조금 안되는 수준이 유지됐다.


그렇다고 밥을 굶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밖에서 밥을 사먹고, 친구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돈을 펑펑 써대는 것도 아니지만 모아둔 돈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것이 굉장한 압박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쓰는 것도 없는데 야금야금 돈은 계속해서 사라지면서 삶이 점차 단순해졌다.


학생이니 공부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학생도 사람인데, 그것도 다 큰 성인이 공부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매달 경조사로만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고, 친구들한테 얻어먹는 것도 한 두번이다.


올해 박사과정 들어오면서 야금야금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최소한 지출보다는 수입이 많은 재무구조의 개편을 이루어 냈다.


전세값을 제외하면 모아둔 돈이 거의 바닦나는 시점이였기에,

수익구조 개선은 마음에 큰 안정을 주었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주었다.


좀 더 자유롭게 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여전히 돈을 펑펑 쓰는 것도 아니지만 소소한 곳에 돈을 쓰는 것도 여유가 생겼다.


물론 소득이 끊어진 3년간 고정적인 소액의 기부금은 내고 있었다.

수익이 없건 있건 간에 사회에 필요한 곳에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마져도 나에게 모아둔 돈이 아직까지 남아있기에 가능한 것이였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생긴 수익은 나에게 최소한 몇 년간은 계속 유지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었다.


경조사비를 낼 때도 얼마를 누구까지 내야할지 고민하게 됐는데,

이제는 치사하게 그런 고민은 하지 않고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됐다.


밥을 먹을 때도 왠만하면 싼 곳에서 싼 것을 먹자 주의였는데,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가끔은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마음이 편해졌다.


지난 3년간 옷 한 벌 제대로 사본적도 없는데, 

이번 여름에는 외출용 반바지라도 장만할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소비 내용을 보면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만 한결 여유로워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월 100만원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삶의 변화는 없었지만 마음의 여유라는 것이 생겼고 이는 어쩌면 아주 큰 변화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바뀌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도 많이 상승하는 느낌이다.

내가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몰랐겠지만, 스스로 느끼는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전형적인 3포 세대의 모습으로 지나온 3년을 생각하면,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사회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출발점으로 기본소득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최소한 굶어죽지 않을 정보의 소득을 모든 성인들에게 제공해준다면,

사람들은 좀 더 자신이 해보고 싶어하는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도 그렇게 되면 업무를 좀 더 줄이고 공부하는데 더 집중할 것이다.

이미 100만원 정도 수입이 보장되면서 추가적인 일이 들어왔을 때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물론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은 기본 소득이 보장되도 일을 할 것이고,

겨우 몇 십만원 가지고 무슨 그렇게 생색내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사실 기본소득의 문제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 주는 심리적 차이는 엄청난 것같다.

짧은 기간 그것도 당장 굶어죽지 않기에 치열하게 샌존을 위해서 고민하지 않은 나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것이 이렇게 작용하는데,

당장 생계걱정을 해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로 느껴질까?


이 정도의 문제라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사회에서 본격화되야하고,

기본속득의 문제는 복지의 차원을 넘어서 인권의 이야기로도 봐야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