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Social Economy

이타적 인간의 출현 - 최정규(2009)

열린 공동체 사회 2015. 10. 16. 12:52


이타적 인간의 출현
국내도서
저자 : 최정규
출판 : 뿌리와이파리 20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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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교수님의 <협동조합 경제학>시간에 다룬 3종세트


1) 이타적 인간의 출현 (2009 / 최정규)

2) 초협력자 (2012 / 마틴 노왁)

3) 협동의 경제학 (2013 / 정태인&이수연)


이 중에서 <이타적 인간의 출현>만 가지고 거의 한 달 내내 이야기했던 것같다.

당시에는 <초협력자>와 <협동의 경제학>이 출간되기 전이여서 더욱더 이 책에 집중했던 것같다.


결과적으로 3권의 책은 모두

주류경제학에 등장하는 게임이론을 다루고 있고, 내용도 상당 부분 중복된다.



최정규 교수는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이타적 행위의 원인을 찾아보고,

강한 상호성이 어떻게 진화해 올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경제적 주체로써의 인간은 

금전적/물질적 제약에 단순히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공정성이나 형평성이라는 기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규범이나 관습, 그리고 제도에 따라서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최정규 교수가 이 책에서 제시한 이타적 행위가 나타나는 원인들

(혈연선택, 반복-상호성, 유유상종, 의사소통, 능력 과시, 집단선택, 공간구조, 사회적 제도 등)은 


마틴 노왁(2011)이 제시한 5가지 요인

(직접 상호성, 간접 상호성, 공간 게임, 집단 선택, 혈연 선택)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마틴 노왁의 논의에 대해서는 <초협력자>를 이야기할 때 다시 하기로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2판 서문에 최정규 교수가 적어둔 내용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흥미로웠다.


"집단의 구성원들끼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에게 돌아올 어느 정도의 손해를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만이들의 시선은 오직 그 집단의 내부로만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우리 사이에 집단이라는 경계가 분명해지면 분명해질수록 이타성은 안쪽으로 향하곤 한다. (p.4)"


이 책의 핵심주장도 아니지만,

'공동체'란 무엇인가에 푹 빠져있는 나에게,

이 문장은 굉장한 의미심장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집단의 경계가 분명할수록 내부에서는 협력이 잘 일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외부와는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게되고, 심지어 소외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내부적으로 결속이 강하고 끈끈한 조직일수록

조직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일수 밖에 없다

(회사에서도 결속력이 강한 팀의 경우에는 회사 안에서 조그만 섬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을 조합원을 위한 공동체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강한 내부 결속력을 가진 협동조합 역시 다른 이익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들끼리는 너무 행복하고 공동체성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범위를 넓게 보면 그들은 전체 조직 안에서 스스로 왕따를 만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잘 운영되는 협동조합도 사회 전체로 보면 비슷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서 ICA의 협동조합 7원칙은 강력한 태클을 거는 듯하다.


ICA 협동조합의 제1원칙은 자발적이고 개방된 맴버십을 명시하고 있다.

분명히 개방적인 맴버십이라는 것은 집단이라는 경계를 불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조합 내의 단합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조합원만을 위한 집단 행동을 방지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항목으로 보인다.


조직 내부의 중요한 특징인 

자율적 운영이나 민주적 관리가 제 1원칙이 아니라


개방된 맴버십이 제 1원칙이라는 점은

그만큼 협동조합이 자신들만을 위한 공동체보다는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조직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7번째 원칙에서

다시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그 기본적인 철학에서부터 집단이라는 경계가 형성되어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독자적인 공동체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측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동조합은 공동체라는 개념을 

자신들의 이익집단보다는 사회성을 가진 조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합원이 직원인 노동자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자율적이고 개방된 맴버십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대표적인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에서도 

자신들의 10원칙 중 1원칙을 개방된 맴버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에서도 개방된 맴버십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나 집단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그리고, 사회 속에서 조직이 존재하면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분명이 조직의 응집력이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이지만,

협동조합의 기본철학과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과연, 현실에서 개방된 맴버십이라는 불투명한 경계를 가지고도 

내부적으로 어떻게 이타심을 증대시키고 공동체성을 강화할 것인가


이것은 협동조합형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