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밀애 (密愛, Deep Loves) 2002

열린 공동체 사회 2015. 10. 17. 17:18



밀애 - DVD
배급 : 변영주 / 계성용,김윤진,이종원역
출시 :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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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게임이나 할래요?"


불꽃장난같은 불륜은 이 한 마디에 시작될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생 딸 하나를 둔 3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

어느날 불쑥 찾아온 젊은 여인에 의해서 산산조각나버린 남편에 대한 신뢰


마음을 닫아버리고, 정신을 살짝 놔버린 이 여인을 위해서

시골마을에 내려와 계속해서 기다려주는 착한 남편(물론 불륜을 저질렀지만...)


착한 남편이기에 배신감은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달콤한 유혹은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


그녀는 불륜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주부와 아이 엄마가 아닌 스스로 다시 여성이 되어갔다.


하지만 영화는 불륜을 과도하게 미화하지는 않았다.


차 안, 모텔, 과수원, 사무실에서...

그들은 밀폐된 공간에서만 사랑을 나눌 수 밖에 없었고,

시골의 한적한 동네에서 남들의 눈을 피해 숨어다니며 불안한 연애를 해나갔다.


30대 여성의 씁쓸한 불륜 이야기



하지만, 그렇게만 평가하기에는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고, 감정선이 너무 잘 살아있었다.


김윤진이라는 뛰어난 배우의 연기력이 너무나 돋보였고,

신인이지만 변영주라는 이름을 감독으로써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진짜 김윤진이라는 배우에 완전 반하게 만든 영화다.)


자연과 배경이 만들어주는 미장센과

강력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는 조명

과하게 들어가지 않고 현실성을 오히려 채워주는 BGM도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여성감독이 만들어서 그런지

감정의 디테일이 장면마다 잘 살아있었다.


특히 베드신에서는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였다.

'여자들이 섹스를 접근할 때 이렇게 생각하고 있나?' 하는 호기심까지 자아냈다.


암튼, 극중 여주인공의 변화되는 모습은

별로 새롭지 않은 뻔한 스토리를 아주 흥미진지하게 만들어줬다.


현실적인 이야기 전개와 상황 설정

그리고, 인상적인 영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세상을 모두 잃은 듯한 모습에서부터 새로운 사랑을 갈망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오히려 생기가 넘치는 듯한...


육아와 살림밖에 모르던 가정주부가

다시 여자로써 사회 구성원이 되었지만 현실은 시궁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활력이 생겼고 의지라는 것이 생겼다.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착한 사람들은 진짜 사랑을 못해요.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죠."


여성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역시나 사랑이라는 곳에 있다.


남자주인공이 던지는 이 말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변명이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누가 손가락질해도 사랑에 대해서 솔직하다.

남의 감정을 무시해버리고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한다. 그래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하지만, 착한사람들은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고 배려할줄도 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행동한다.


그러기에 양다리도 안걸치고, 바람도 안피지만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다보다니 진짜 사랑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착한 사람도 사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지거나 순수하게 올인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민폐를 끼치더라도 

하고싶은대로 하는 것이 사랑인가?


그게 사랑이라는 주장은,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 위한 변명 아닌가?


이 질문에는 답이 없다.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장기적 관계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사랑이냐,

지금의 행동이 어떠한 파국을 일으키더라도 일단 덤비는 것이 사랑이냐,


결국은 둘 다 사랑이겠지만, 

선택의 순간이 되면 누구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람의 감정을 평가하고 예측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