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renuership

사회적경제 창업교육,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열린 공동체 사회 2015. 11. 2. 00:43


공고를 보는 순간, 솔직히 좀 재미있는 토론이 진행될 줄 알았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창업교육의 한계와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참석한 분들은 그냥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교육에 관심있었다.

창업교육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보면 별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핀란드의 티미아카데미아와 IDEO의 디자인씽킹의 방법은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는 협동조합 분야에서는 생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것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일단 분위기상으로 참석자들은 창업교육보다는 협동조합 교육 자체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얼핏 보면 관심사가 많이 달랐던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관심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너무 새로운 이야기라 질문을 안한 것일 수도 있다.


제목에 창업교육이라는 것을 명시했으면

호객은 안됐겠지만 의도와 맞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최근 이런 포럼을 개최하면 사람들이 거의 안와서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온 것에 대해서 주최측에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약간은 포커스가 제대로 맞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아쉬웠다.

오히려, 학교협동조합에서 희망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박수가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암울한 이야기보다 희망찬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던 것이다.


+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교육이

희망찬 이야기만 할 수 있을만큼 여유가 있을까?


성공회대 장승권 교수와 한신대 오창호 교수는 솔직한 지적을 해주었다.


현재 마땅한 컨텐츠가 별로 없다.

기초적인 협동조합 개론 교육이 끝나면, 설립 절차 교육이 전부이다.


실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설립 후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

전문 교육가도 부족하고 전문 교재도 부족하다.


8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설립까지는 굉장히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스스로 해나가야한다.


하지만 정작 이 단계로 넘어오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성공회대 장승권 교수는 협동조합 관련 경영 전문가 양성을 위해 

그동안 대학원을 개설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진하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한신대 오창호 교수는 정부 지원 방식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미 정해진 틀에 예산까지 정해져서 교육을 실행하라도 내려오니,

맨날 똑같은 교육만 비슷한 강사들을 데리고 설립을 유도하는 교육만 하게 된다.


교육의 주체와 지원처가 대부분 정부기관이다보니,

설립 숫자에만 관심이 있고 무엇이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둘째 문제라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지조차 없이 교육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핀란드 모델 개발과 디자인씽킹 도입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접근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주도의 찍어내기식 실적위주로 접근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0월 30(금) ~ 31(토) 진행된

"서울시장과 신나는 잡(Job)담"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듯하다.



디자인씽킹의 방법을 활용해 무박2일의 해킹톤을 진행한다고 했다.

일종의 공모전 형태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6명씩 약 70개 조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원래는 60개조의 300명으로 기획했는데, 예상보다 참여률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디자인씽킹의 방법론을 잘 모르는 대학생들이였고,

24시간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절반의 시간은 강의와 부수적인 시간으로 보냈다.

무박 2일로 진행되다보니, 다들 지쳐서 중간에 쓰러져 자는 사람이 속출했다.


단 하루밤만에 80여개의 아이디어가 나왔으니 참으로 대단한 성과이다.

사진으로 봐도 아주 그럴듯하다. 벽면에 붙어있는 결과물은 보시기에 심히 좋았겠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감동이였다는 메시지와 함께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보기에는 그럴듯해보이지만 현장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기에 원할한 진행은 처음부터 어려웠고,

이러한 대규모 진행을 해보지 못한 진행팀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계속 연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씽킹에 대한 교육을 한다는 것은 무리였고,

이미 디자인씽킹을 숙지하고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대학생 동아리 참가자들만이 진도를 빨리 뺐다.


애초에 참가자를 모을 때 이를 감안하고 모집했다면,

프로그램이 좀 더 명확해지거나 진행이 훨씬 원활했을 것같다.

(서울시에서는 아마도 아무나 참여한다는 컨셉이 훨씬 매력적이였을 것이다)


비주얼화를 강조하다보니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가 꽤 높았고,

대학생들이 발표훈련을 잘 받았는지 대부분 발표능력은 굉장히 훌륭했던 것같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은 

매우 빈약한 것들이 대부분이였다는 것은 어수선한 진행보다 더 큰 함정인 것같다.


퀄리티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보다

아이디어의 숫자와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상징성이 더 중요하다면 성공한 프로젝트겠지만,


진짜 제대로된 아이디어를 모아보겠다는 의도였다면,

디자인씽킹이라는 방법을 가장한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졌다.


벌써 페북에는 매년 개최하겠다는 이야기가 올라와있는데,

내년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나같은 사람은 다시는 참여하지 않을 듯하다.


+


아마도 팀아카데미아와 디자인씽킹의 방법론이 본격 도입된다면,

비슷한 과정을 겪을 확률이 높아보인다.


공무원들은 반드시 사업의 성과를 내야되고,

특히 수치상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여주기 접근이 될 확률이 높다.


디자인씽킹은 그나마 단순 방법론이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팀아카데미아 같은 방법론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과물의 퀄리티가 중요한 접근이다.


무분별한 창업이라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접근이기에,

기존의 찍어내기식의 접근을 시도한다면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안그래도 요즘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너도나도 티미아카데미아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너무 과대 포장되는 경향도 있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도입해 이상하게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그대로 협동조합 교육에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협동조합 창업이나 티미아카데미아에 대한 전문가는 더욱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도 아직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지식과 경험 모두 부족하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과연 티미아카데미아 방식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을까?


언제나 뭔가 하면 할수록, 점점 알아갈수록

모르는 것만 늘어나고 의문만 계속해서 늘어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