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vN] 응답하라 1994 (2013)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1. 27. 21:43


최고 시청률 14.3%


후속작 <응답하라 1988>의 19.6%보다는 다소 낮지만,

이전작 <응답하라 1997>이 기록했던 케이블 최고 시청률 9.5%을 갈아치운 엄청난 수치다.


응팔이 끝난지 얼마나됐다고 벌써부터 다음 후속작은 몇년도가 될지 이슈가 될 정도이다.

하도 응팔응팔해서, 응팔을 보기 위해서 먼저 응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무조건 순서대로 봐야만 하는 이놈의 성격 덕에 

응사 21회분을 2주만에 몰아보는 저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내가 본 응사는 응칠의 업그레이드 버전보다는 오히려 이야기 전개에서는 뒤로 퇴보한 느낌이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디테일한 부분들은 확실히 좋아진 느낌이 많이 드는데 너무 과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우선은 남편찾기 놀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남편찾기 놀이에 집중하면서 일부러 곳곳에 시청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를 배치했다.


모든 스토리를 다 빨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지나치게 장난치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응칠의 흥행요소이고 숫한 화제를 일으킨 1등 공신이지만 이 부분이 과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고, 너무 중심이 몰리니까 루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들을 좀 더 비중있게 분산시켰다면 보는 재미가 더했을텐데 아쉽다.


그리고, 응칠의 두 번째 흥행요소였던 깨알같은 디테일을 자랑했던 문화 트랜드 반영이라는 부분에서는

제작진의 의도가 과도함을 넘쳐서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게 트랜디 드라마인지, 역사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로 문화 트랜드를 과도하게 반영했다.

굴찍한 역사적 사건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요소들은 모두 짜집기를 해버렸다.


과해도 너무 과해서 스토리 전개를 방해할 정도였고, 이런게 있었다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1박2일팀이 대거 합류해서 그런지 디테일 챙기기는 확실히 훌륭해보였지만,

너무 디테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오히려 스토리 전개와 무관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흐름을 끊어먹었다.


특히, 삼풍 백화점 사고, IMF실직사태, 2002 월드컵 같은 꿀찍한 소재들이

단순히 추억팔이 정도 수준의 간단한 에피소드로 넘어가버리면서 드라마 자체의 무게를 떨어뜨렸다.


트렌디 드라마도 아니고 역사 드라마도 아닌 참 애매모호한 위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반적으로 전편에 비해서 배우들의 연기 역량이 눈에 띄게 훌륭했지만 오히려 감정선이 자꾸 끊어지는 느낌이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사에서 묘사된 대학문화와 하숙생활은 나에게도 충분히 추억팔이가 되었다.


99년에 서울에서 하숙생활을 했지만, 그 때만 해도 94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당시만 해도 자취보다는 하숙이 대세였는데, 제대하고 돌아왔더니 드라마처럼 하숙집이 완전 사라져버렸다.


하숙집들은 원룸으로 모두 대체가 되었고, 나도 하숙에서 원룸 생활로 변화를 겪었다.

비록 99년 단 1년만 9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지만 확실히 2000년대의 대학과는 뭔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운좋게 짧게라도 경험한 90년대 대학문화에 대한 감회가 이 정도인데,

90년대 학번들에게 이 드라마가 얼마나 광풍을 일으켰을지는 안봐도 상상이 간다.

이런 맥락에서보면 더 많은 기성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응팔은 인기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스토리 전개가 아쉬웠지만 추억팔이에는 최고의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는 것같다.

전편에 이어서 비현실적인 고스펙의 등장인물들과 첫사랑에 대한 맹신은 말도 안되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계속보게 만드는 재미있는 요소들인 것같다.


암튼, 중간에 다소 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잘 보았다.

특히 쓰레기 성님~~~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연기 잘하네~~)


전작에 비해 열심히 만든 것은 확실한데,

잘만들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앞에서 말한대로 과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쉽다.


분명 제작진들도 시청률은 성공했지만 이러한 비판을 알고 있을테니,

아직 안 본 응팔에서는 얼마나 이러한 욕심들을 어떻게 덜어냈을지 궁금하다.


97세대의 고교생활과 94세대의 대학생활

그리고 사회변화의 정점에 있던 88년을 경험한 세대들의 이야기


빨리 다시보기로 응팔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