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키친아트 이야기 - 정혁준(2011)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8. 17. 01:05


키친아트는 노동자들에게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1960년 설립되어 한 때 3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던 업계 선도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1994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니 2000년 4월 최종 부도가 난다.

많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살 길을 찾아서 떠났지만,
마지막까지 회사를 지키던 288명은 회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

2000년 5월 22일 밀린 임금과 퇴직금 75억 대신,
공장, 미수채권, 기계설비, 재고 상품, 브랜드 권리를 경영진에게 넘겨받게 된다.

하지만, 이미 브랜드 사용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은 은행에 담보로 묶여있었고,
공장 터 매각을 허락하면서 최종적으로 브랜드 사용권을 지켜내는데 성공하지만 사실상 남은 것은 브랜드 밖에 없었다.

회사 경영을 직접 해보지 않은 직원들이지만,
영업 현장을 누비면서 경험한 '키친아트'라는 브랜드 파워를 믿었고 다소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이다.

결국 아무런 생산시설이 남아있지 않기에 조직을 슬림화시켰고 전략기획실 체제로 개편하였다.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서 협력사를 찾아다녔고, 6개월간 노력한 끝에서 영업망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다.

2001년 3월 (주)키친아트가 설립되었고, 2001년 6월 23일 창립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주 중에 13명이 직원으로 참여했고, 관리직을 추가로 채용해 25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공동소유, 공동책임, 공동분배’를 사훈으로 삼았고,
외부세력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노조위원장 출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주식의 51%를 명의 신탁했다.

탄탄한 영업망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로 빠른 괘도로 사업은 안정화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믿었던 신임 대표이사는 엄청난 금액을 횡령하고 그 돈을 활용해 주식을 늘렸다.

업체들에게도 몰래 리베이트를 받아온 것은 물론, 자신의 급여까지 인상시켰다.
하지만,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고 기업을 사유화하기 위해 초기 맴버들을 내놓다가 결국은 발목이 잡혔다.

자신의 땀과 노력이 담겨있는 경동산업을 살려보겠다고 모였던 주주들에게는 날벼락같은 이야기였지만,
경영진을 경계할만한 충분한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았기에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전임 대표이사가 구속되고 지역시민단체들의 지지로 여론전에서 승리하면서,
겨우 기존 경영진을 몰아낼 수 있었고 주주들의 지분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이를 교훈 삼아 2006년 6월 정기총회를 통해서 신임 경영진을 임명하면서,
주식 양도와 매매에 대한규정을 명확히 정리했으며, 사회이사 제도를 도입해서 사회적 감시를 실현시켰다.

대표 이사의 권한을 제한하고 임원진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결의하도록 하면서,
더 이상 경영진의 횡포로 회사가 사유화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2007년에는 경동산업 시절 해고된 11명에게도 주식을 배정함으로써,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던 문제를 모두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6년 현재 키친아트는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연매출은 80억(상품 매출 70% / 로얄티 매출 30%)이며, 연계 매출로 계산할 경우 1000억에 달한다.
순이익은 8억 정도이며, 2015년에는 50% 정도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

키친아트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정혁준
출판 : 청림출판 20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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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이러한 키친아트의 성공사례를 거의 신화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키친아트에 너무 감정이입을 해버렸고 작은 것들도 너무 과장해버렸다.

또한, 무 많은 경영학적 이론과 사례들이 제시하면서,
오히려 핵심적인 진정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느낌마져 들어서 아쉬웠다.

키친아트의 성공비결만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줬다면,
훨씬 더 키친아트에 집중하면서 좀 더 생생하게 키친아트 이야기에 몰입했을텐데...

키친아트의 사업 방식은 한국에서는 시대를 앞서갔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가상 조직같은 개념이 한국에도 도입됐지만 대부분 시도조차 못했다.

너무나 급진적인 방식이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의 시스템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키친아트는 가진 것이 없기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었다.

키친아트의 혁신적인 경영방식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국내의 어떠한 대기업도 시도할 수 없는 프로세스 개선을 이루어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유사하게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원가를 낮추고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방식이기도 하다.

확실한 브랜드와 탄탄한 영업망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회사에서는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



한가지 아쉬운 점은 키친아트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진정성은 확실히 알겠는데,
주주들이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거나 현재 근무 하는 직원들이 주주로 합류하는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2006년 경험을 통해서 경영진보다 주주들에게 훨씬 더 많은 힘을 실어주었지만,
퇴직한 주주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회사에서 돌아가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파악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현재 근무하는 18명 중에 9명만 주주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3년 이상 근속할 경우 주주의 신분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었지만,
역사성을 모르는 새로운 직원들을 주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기존 주주들이 불편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주주들 중에서 일부는 주식을 자녀들에게 상속하게 되면서,
주주들의 세대교체도 일어나고 있어서 역사성을 모르는 새로운 주주들이 출현하고 있다.
 
현재는 주주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이 주주와 직원간의 간극을 잘 매워주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주주와 주주 신분의 직원 모두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의 경험이 있기에 특정인이 주식을 독식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하고 있지만,
창립 초기의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대책이 필요해보이는 부분이다.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낸 점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던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키친아트는 IMF전후로 무수히 등장했던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중에서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그 상징성과 사회적 가치는 엄청나다.

이러한 키친아트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서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하는 키친아트를 열심히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