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renuership

기술사업화: 죽음의 계곡을 건너다 Traversing the Valley of Death - Markham & Mugge (2015)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9. 16. 01:15



창업이 화두인 시대

과연 창업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창업교육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분야이다.

해외에서는 1990년대부터 창업교육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졌지만, 

한국에서는 2000년대 벤쳐열풍과 함께 시작되었고 최근 들어 실업타계책으로 광풍이 불고 있다.


매우 실천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기존의 강의식 교육으로는 힘들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명확한 대안을 갖지는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럴 때는 역시나 먼저 이러한 고민을 해왔던 

해외의 다양한 창업교육 프로그램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도입되어 한국에 어느 정도 소개된 프로그램은

미국 카우프만 재단의 PEV프로그램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의 TEC 정도이다.



이외에도 Babson College 등의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국내 본격적으로 소개되진 않았다.


국민대와 포항공대 등에서 실시되는 PEV프로그램과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TEC는 그래도 나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의 구성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둘 다 워크시트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PEV프로그램이 특정 인물의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 워크시트를 채워보면 사업기획서를 완성하는 형태라고 한다면,

TEC는 다소 딱딱하지만 고전에서부터 최신 유행하는 도구까지 모두를 섭렵하며 30개의 워크시트를 하나하나 채워간다.


PEV프로그램은 15개 챕터로 쉽고 가볍게 구성되어 강의 교재로 쓰기에 좋게되어있다면,

TEC는 차분히 모든 워크시트를 채워가면서 다소 지루하지만 꼼꼼하게 빈틈없이 기획서를 만들도록 요구한다.


확실히 대덕연구단지에서 엔지니어 출신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 좋은 방식과 구성이다.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꼼꼼하게 하나하나 워크시트를 통해서 사업을 챙겨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훅~ 읽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차분히 하나하나 워크시트를 채워가면서 따라가다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면 배울 수 있는 실전용 교과서이다.


진지하게 창업 준비단계나 실행단계에 들어가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사업을 점검해보고 정교화해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워크시트가 상당수 포함된 좋은 참고도서이다.


기술 사업화: 죽음의 계곡을 건너다
국내도서
저자 : 스티브 마크햄(Stephen K. Markham),폴 머기(Paul C. Mugge) / 최종인역
출판 : 한경사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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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이면서 동시에 한밭대에서 실제 TEC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는 

최종인 교수에게 미국의 다양한 창업교육 프로그램들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을 때,

최종인 교수는 아쉽게도 브랜드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답변을 해주셨다.


미국의 창업교육들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강의식 창업교육을 벗어나서 

워크숍 형태로 워크시트를 채워가는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가 미국의 창업교육 방식을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라서 장담해서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또한, 러닝바이두잉을 최근에 강조하면서 

현장에서 고객에게서 얻은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빨리 프로토 타입까지 만들어보는 것을 강조한다.

(스탠포드 대학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씽킹도 이러한 맥락에서는 유사한 접근으로도 보인다)


국내에도 최근 디자인씽킹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이걸로 모든 사업 아이디어를 뽑아낼 것처럼 워크숍이 진행중이다.

사업 아이템만 잘뽑아내면 된다는 인식은 무수히 많이 만들어지는 창업공모전과도 맥이 닿아있다.


과연 창업이라는 것이 아이디어만 좋으면 가능한 것인가?

그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한 맥락에서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중요시 하는

TEC의 접근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는 비단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기술에만 집중하는 엔지니어들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디어나 사회적 의미만 믿고 무모하게 사업을 벌리고 있는 사회적 경제 섹터의 조직들에게도 시사점이 매우 많다. 


솔직히 열정은 최고지만 경영학적 기초가 너무나 부족한 사회적 경제 섹터의 조직들에는 이러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사업을 이러한 방식으로 한 번 점검해본다면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사업은 언제하고 30개나 되는 워크시트를 채우고 앉아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사업을 이러한 워크시트로 정리해내지 못한다면 과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업을 하냐고 반문을 하고 싶다.

자신의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객의 니즈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실제적으로 나의 역량은 어느정도 수준이고 이것들이 실제 제품(서비스)에는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어찌보면 매우 기초적인 이러한 질문들을 워크시트라는 체계화된 방식으로 정리해보도록 도와주는 도구인 것이다.
진짜 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아무리 바빠도 꼭 챙겨봐야하는 내용인 것이다.

+

다시 창업교육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접근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고 사업이 구체화된 조직들에게는 TEC를 통한 점검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같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창업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완전 초짜들이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고등학생들이나 중학생들에게도 창업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이들에게도 과연 이러한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을까?
어떻게보면 TEC라는 프로그램은 대덕연구단지같은 공간에 더 최적화된 접근법은 아닐까?

디자인씽킹 워크숍이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분명히 한계는 있어보이지만,
오히려 대학생 수준에서는 그 정도가 적당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TEC같은 접근은 실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영진 수준이 되지 않으면
다소 어렵고 너무나 지루한 접근이 될 수도 있어보인다.

너무나 정교하게 사업전반에 대한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 상급의 교육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학생들 수준에서는 프로토타입까지 빨리 만들어보는 디자인씽킹의 접근이 과연 최선일까?

아니면, 내가 최근에 열심히 꽂혀서 실습하고 있는 TA와 같이
일단 맨땅에 헤딩해보고 실패를 하면서 점차적으로 스스로 배워나가는 방식이 최선일까?

사업을 아이디어공모전이 아니라 실천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면 일단 TA손을 들어주고 싶기는 한데,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집중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사업을 아이템에 집중하는 기존의 제조업 중심의 접근이다.

아무래도 초기 투자금액이 많이 필요한 제조업의 경우에는 중간에 아이템을 바꾸기도 어렵기에 계획에 집중한다.

하지만, 서비스 업이 경우에는 아이템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구현해내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평범한 아이템도 실천을 통해서 지식이 쌓이게 되면 전혀 다른 서비스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또한, 서비스업은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본다면, TA방식이 접근이 현재 대학의 창업교육에 좋은 실마리를 줄 수 있을 듯 보인다.


아직은 작은 실험 수준에서 시도해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곧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