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정치/역사

지금 이 순간의 역사 - 한홍구 (2010)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3. 20:47

지금 이 순간의 역사
국내도서
저자 : 한홍구
출판 : 한겨레출판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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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9년 한홍구 교수가 진행했던

현대사 특강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그대로 출간해서

구어체로 되어있기에 굉장히 술술 읽히는 책인데,

그 내용이 워낙 심오해 그냥 술술 읽을 수가 없는 책이죠.


1980년 광주 이후 30년이라는

가장 최근의 현대사를 쭉~~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각 정권별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체적인 맥락과 의미에 대해서 집어주고 있지요.


분명히 6명의 대통령을 비슷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는데,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역시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이 특강이 두 대통령이 서거하신

이 후에 진행된 점도 있기는 하겠지만, 

분량만으로 보면 절대 다른 대통령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대통령의 임펙트가 큰 것은

현대사에 남긴 족적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수 많은 사건 중

가장 인상깊은 3가지 사건을 뽑아서 정리해봤습니다.


+


이 책은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합니다.


분명히 민주 세력이 패배한 사건입니다.

군사정권은 원하던대로 학생들이 움직여줬기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진압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에서는

죽을 것을 뻔히 알고 그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돌아가신 분들과 행방불명을 합쳐 500명이 넘지 않은 것같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200, 300명 죽은 사건이 어디 광주뿐인가요? 제주 4.3사건이 있죠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확인해준 것만 해도 3 5천 명이에요. 사실은 훨씬 더 많이 죽었죠. 한국전쟁 때는 어땠어요? 차이라고 한다면 광주에는‘27일 새벽의 도청이 있었다는 겁니다.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지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광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54)



그들은 역사의 한 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도청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고 민주화의 성지를 탄생시켰죠.


광주 사건 이후 80년대 민주화세력은 바보처럼 싸우기 시작합니다.

목숨 걸고 죽은 광주 사람들도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라는 인식이 퍼집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들의 피를 기반으로 설 수 있었다고...

그래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로 80년의 광주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


반대로 수구세력이 목숨을 건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6.29선언이었습니다.



한국의 수구 세력 입장에서 볼 때 6.29선언은 필사의 탈출이었죠. 아마도 친일파가 해방 직후의 위기 상황을 돌파해낸 것, 2004년 탄핵 직후에 살아남은 것과 함께 수구세력의 3대 대첩이라고 불러야 할까봐요. 양김을 갈라놓으면 승산이 있다. 그 틈새로 돌파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정말 목숨을 걸고 돌파해낸 겁니다 (p.143)


지금 생각해봐도 묘수였던 것 같습니다.


시위대의 핵심 주장인 직선제라는 카드를 받아들이면서,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 그리고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분열을 이용한 거죠.


작전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고,

북풍까지 힘을 더해서 노태우 대통령 탄생을 성공시킵니다.


역시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걸 때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세삼 느껴지는군요.


이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이였죠~


4년 남은 대통령직을 걸고 벌인 승부수에서~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가 막히게 살려줍니다.


+


역시 이 책의 백미는 노무현 대통령 파트입니다.


인동초 김대중 대통령도 인상깊지만,

바보 노무현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습니다.



청문회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더니,

3당 합당 때부터는 바보 정치인의 길을 걷습니다.


선거에서는 계속 떨어지지만,

선거에 떨어질수록 인기는 높아만 갑니다.


드라마 같은 경선과 대선으로

예상치 못한 개천에서 난 용이 되어버립니다.


탄핵으로 죽었다가 다시 더 강하게 부활하기도 하고,

동지라고 불리던 노동자들에게 배신자 소리도 듣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속 시원하다며 시골로 내려가 농사짓던 대통령은


죽음이 투쟁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해놓고,

결국 마지막 투쟁으로 스스로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립니다.


죽음으로 모든 책임을 혼자지고 가버려서

이제는 더 이상 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정의가 이기는 세상'을 꿈꾸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저자는 굉장히 담백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80년대 운동권이 정치계에 진출하고

모두 다 기존 정치권과 동일하게 변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만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바보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이기에,

나의 가슴 속에서는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 - 김대중

깨어있는 시민 - 노무현


민주당사 앞에 있는 이 흉상들이

절대 부끄럽지 않은 민주당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한홍구 교수는 아래와 같은 당부의 말로 강의를 마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낀 점이 무엇이냐 하면,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의 주자는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은 역사를 그냥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창조하는 주인입니다.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