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박근혜 정부의 내각 구성이 완료되었다.
취임 이후 무려 52일만에 이루어진 역사상 유래없는 상황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문제로
중도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마지막에는
인사청문결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었음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내각 구성은 완료되었다.
정치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다시 꺼내는 이유는
임명된 사람과 낙마한 사람들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인수위부터 시작되어 내각 구성까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적날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행이라는 모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논란들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주목하고 싶었던 부분은 공공연한 관행들이
이 번 기회에 도덕성 검증이라는 차원에서 문제 제기 됐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제
법인 카드 남용
편법 상속과 탈세
전관 예우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라 비판했지만,
그렇게 비판하기에는 임명된 사람이나 낙마한 사람이나 떳떳하기에는 너무 정도가 심하다.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됐을 때보다
오히려 역사가 더 뒤로 후퇴한 것 같은 수준이니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오던 일들을
단지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맞는 일일까?
박근혜 정부 내각이 말이 더 많은 이유는
후보자들의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들도 있기는 하지만,
기존보다는 주류 사회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사람이 많았다는 측면도 있다.
그만큼 관행이라 여겨오던 오래된 주류 사회의 편법들에 더욱더 익숙한 사람들인 것이다.
+
범죄라는 것도 자신이 잘못인지 알고 저지르는 것과
이것이 범죄인지 모르고 저지르는 것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과연 궁금하다.
이 번에 논란 휩싸인 사람들이
과연 자신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알면서도
그런 부도덕한 일들을 떨리는 마음으로 저질렀을까?
그 사람들의 당당한 면모를 보면
그 당시에는 잘못임을 모르고 저지른 사람도 많아보인다.
그럴만도 한 것이 남들이 다 하는 거니,
나도 뭐 크게 문제될 것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이해가 된다.
법인 카드만 예를 들어봐도,
사실 법인 카드는 '무적 카드'라는 별명이 있다.
내 돈이 아니기에 영수증 처리만 가능하다면,
온갖 편법을 사용해서 최대한 이용해먹는 것이 지혜처럼 되어있다.
(물론, 이동흡이나 김재철 같이 도를 지나친 경우에는 관행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온갖 유흥업소에서는 법인카드가 남용되고 있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영업부서에 있는 내 친구는 신입 사원 시절부터 이를 활용해 왔다.
공직 사회 역시 규모는 좀 다르지만,
기본적인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내 경우도 소액이지만
법인 카드를 개인 용도로 활용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 것이 삶의 지혜인줄 알았다.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으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
논문을 예로 들어보면,
대학원 와서 가장 어이없게 들은 이야기는
학위 논문쓰는 것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학교는 절대 그런 문화는 아니다. 그만큼 대학원 생활이 힘들다.)
그냥 기존 논문들의 이론을 기반으로
조금만 모형만 바꾸어서 연구 모델을 만들고,
기존 연구들의 이론들만 잘 정리해서 개념 정리하면
학위 논문 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당연하듯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황당했다.
난 공부하려고 대학원 진학했는데
날 위해주는 지인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학위 논문 쉽게써서 쉽게 졸업하는 방법이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들이 너무 좋은 사람이고,
그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은 진심으로 날 위해서 해줬다는 사실이다.
논문 때문에 너무나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내가 고생할까봐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였다.
(대부분이 어딜 가나 진짜 사람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야기해준 방법은
엄격히 이야기해서는 그것은 표절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조언해준 방법에서 조금만 강도를 높이면 표절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문제의식이나 학문적인 연구는 없고,
단순히 학위를 따위 위한 편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수님들도
우리나라 대학에서 딴 학위는 잘 인정 안해준다.
심지어는 자신이 학위를 수여한 제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신뢰를 하지 않는다.
(석사학위 논문은 냄비 받침대말고는 쓸 데가 없다는 농담이 쉽게 웃어 넘길 일은 아니다.)
석사와 박사학위가
어느 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 가치를 잃어버렸고,
학문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간판을 따려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논문 표절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논문 중복 게제 역시
관행이라는 이름의 만행과 도덕불감증이 가져온 문제들이다.
노력은 하지 않지 않고, 쉽게 얻으려는 마음과
이를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사회적인 분위기가 합의를 해서 만든 결과들이다.
쓸데 없는 관용과 관행이 악습이 되고 폐습이 되었던 것이다.
+
재산과 관련된 문제들과 전관 예우의 문제들도
사실 상 같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중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수준의 사람들도 있다.)
꺼림짓하지만, 어짜피 다른 사람들도 다하는
암암리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인데 혼자 바보가 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정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 인사청문회에 등장한 상당수의 인물들은
최소한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적 합의들에 대해서 저항하는 용기를 가지진 못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공정한 사회적 합의들이 만연한 상황에서
그들에게만 돌을 던지는 것은 어찌보면 나와 남을 구분하는 이중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
이 번 인사청문회는
이러한 불공적한 사회적 합의들에 대해서 충분히 문제제기 되었고,
그 동안 구태의연하게 이루어진 관행들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당장 지식인층에서도
대충대충 이루어지던 인용문 표기라든지,
추가나 중복 게재 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고,
논문을 쓰는 것에 대한 자세도 많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사청문회가 워낙 화제가 되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이 부끄러웠지만, 큰 교훈은 얻은 샘이다.
+
흔히 복지 국가라 불리는 북유럽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도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사회적인 관용에 대해서는 권장을 하지만,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서는 절저히 차단하고 엄격하게 처벌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좋은게 좋은 거라는
'정'이라는 미명 아래 은근히 이기적 행동들이 용서가 되어 왔다.
아니 오히려 남들도 모두 하는 당연한 행동이라며 오히려 권장되었다.
(특히나 자신의 집단을 위한 행동은 집단 이기주의보다는 인간적인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불공정한 행위들에 대해
같은 그룹 안에서 자기들끼리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공론화되는 것을 꺼려한 체 암암리에 행해지던 일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들 중 상당 수는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니까, 이제는 걱정없다며 별 의식 없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번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이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무관용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흔히 지식인층, 고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다.
나 역시 이 번 인사청문회가 없었다면,
추후 내가 지식인층이 되고 중상층이 되었을 때
아무 생각없이 불공정한 합의에 쉽게 동조하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난 이 번 인사 청문회가
이러한 문제제기의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인사청문회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한 층 더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내가 좋은 것이,
우리에게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그런 의식조차 없었던 것같다.
내가 먼저 알면서도 손해 볼 줄 아는 사회, 지금 대한민국에는 그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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