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Innovation

제1야당 효과 그리고 '기초공천폐지' 라는 약속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4. 5. 16:30
민주당은 능동적 적극적으로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당긴 정당이 아니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도시 사람들은 이승만 정부에 비판적이었고, 반자유당 정서가 팽배해갔다.
이승만의 독재와 억지, 자유당정권의 실정과 횡포, 부패 때문이었다.

(중략)

민주당 지지표에는 반자유당표, 소극적인 동정표, 투쟁해주기를 바라는 표 등이 다수 섞여 있었다.
민주당이 깨어지지 않은 이유는 민주당이라는 간판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이러한 민주당 지지표의 속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디시 말해서 도시민들이 민주당에 표를 주는 이유를 민주당 간부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자유당과 싸우는 야당이라는 입장 때문에, 또 표를 몰아주는 것을 의식해서 때로는 강경하게 여당과 싸우고, 매판재벌을 비판하고 중소자본을 옹호하며 극우반공체제의 이완과 해체를 불러올 자유민주주의 지향성도 보이게 됨을 앞에서 기술하였지만, 그러한 이미지들이 복합되어 있는 민주당이란 간판만 가지고 있으면 대도시에서 몰표가 나오기 때문에 민주당을 깰 수가 없었다.


<이승만의 정치이데올로기 p. 248 - 249 (서중석 2005)>

+

이것은 1955년 창당한 자유당시절의 민주당에 대한 평가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 민주당

하지만, 민주당의 실체는 60년 전이나 2014년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실체는 아직까지는 민주당이라고 봐야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후보들은 민주당이라는 간판으로 당선되었고,
이는 민주당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집권당에 대한 반발심리의 작용이였다.

이러한 상황은 광역지자체보다 기초지자체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하다.
해당 지역에서 완벽하게 조직을 갖추고 뛰어난 능력을 밝휘하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정당의 후광으로 당선된다.

새누리당이 동시에 기초자차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골리앗과 난장이들의 싸움이 될 것이다.
가끔 다윗이 나오는 동네에서는 승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학살이 일어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민주’라는 꼬리표는 유지하고 있고 사실상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열풍의 근원도 사실은 여당과 제1야당에 대한 실망에서 기원한 것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기초공천에서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때고 여당과 한판 붙겠다고 한다.

새정치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안철수는 
왜 60년동안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버리지 못하는지 그 본질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기가 왜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라는 이름이 멋었어서? 
아니면 제1야당이라는 정통성 때문에?

사실은 민주당이라는 간판만 달고 있으면
제 1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반사이익으로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60년의 전통을 이어온 것은
제1야당이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였고,
집권당(열린우리당)이 되어버리자 다음 선거에서 대패를 하고 말았다.

새정치라는 말 이외에 그 어떠한 약속도 하지 못한
자신을 국민들이 왜 지지해주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진짜로 약속을 지키려면 기본 체력부터 충분해야 한다.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떼고 나온 후보들이 집권당을 이길 자신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는 지금 같은 편 장수들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안하고,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고, 이렇게 지면 개죽음에 불과하다.
이렇게 싸우면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여겼던 호남마져 위험하다.

자신의 장수들을 개죽음에 몰아세운 지도자가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만약 이대로 지방선거가 진행되어 기초지자체에서 참패가 일어난다면,
안철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현실 정치를 모르는 아마츄어가 되어버릴 것이다.

민주당 세력들은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에
기초지자체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 선거에서는 야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화려한 데뷔와 동시에 마지막 무대가 되어버린 체 쓸쓸히 퇴장해야 한다.
‘새정치’라는 실체도 없는 꿈에 빠져서, 안철수는 스스로의 덫에 걸려버렸다.

+

이 좌충수를 과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지금의 스탠스를 보면, 
같이 폐기하기로 했던 새누리당을 물고늘어지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약속을 지킬 확률은 없다.

깨끗하게 포기하고 와신상담하지 않으면 안철수는 여기서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포기하느냐?

일단은 판을 벌렸기 때문에,
새누리당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라고 좀 더 물고 늘어지다가,
새누리당이 공약을 안지키면 우리도 지킬 수 없다는 핑계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원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어짜피 새로운 당이기에 이렇게 중요한 결정은 전당대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약속도 중요하지만, 당원이 원한다면...
최대한 이슈 파이팅하다가 철수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안철수가 진짜 철수를 할지, 아니면 그냥 안철수를 할지...

정치는 이렇게 예측하고, 판단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