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파고르사람들과 브란트사람들 (Les fagor et les brandt) - 2007

열린 공동체 사회 2015. 7. 18. 05:29


몬드라곤에 대한 영화를 상영한다고?


굉장히 흥미를 끄는 주제이기에 황금같은 금요일 저녁이지만 사경센터를 찾아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진짜 재미없다.


다큐멘터리영화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재미없을줄이야...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먼저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개괄적으로 소개를 한 다음,

2005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중 하나인 Brandt를 몬드라곤이 인수한 이야기를 다룬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몬드라곤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Fagor가

Brandt를 인수한 후에 협동조합으로 운영하지 않고 인력감축의 구조조정 안을 내린 것을 다룬다.


초반에 몬드라곤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 이후에는

Brandt의 노동자와 Fagor의 경영진, 그리고 몬드라곤에서 근무하는 Fagor의 노동자 인터뷰가 이어진다.


당연히 인터뷰가 계속해서 교차 편집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하지만, 영화가 던진 메세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


1974년 몬드라곤에서는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노동자협동조합이기에 노동조합이 없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면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고 17명이 해고된다.


3년 후 총회를 거쳐서 17명이 복직되기는 하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자협동조합이 같이 갈 수 없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현재 몬드라곤에 있는 비정규직의 비중이 계열사마다 20~30%씩 된다고 이야기한다.

해외 자회사까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전체 직원에서 조합원 비중이 50%가 안되는 곳도 많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몬드라곤의 국제화 전략과 경영 혁신의 결과물 중에 하나인 것인다.


경영 효율성의 관점에서 FagorBrandt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

인수한 회사의 효율성이 낮기에 인력감축해야했고 경영진은 350명의 감축을 결정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문제제기는 이어졌고,

1년 7개월 후 140명을 감축하는 것으로 수정되어서 결론이 난다.


Fagor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항변한다.

협동조합도 자본주의에 존재하는 회사이기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학적 관리와 효율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몬드라곤은 기업이지 NGO가 아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특정인에게 부가 독점되는 것을 막을 뿐이며, 모든 사람에게 다같이 배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중립성을 유지하려고

경영진의 인터뷰를 꽤 비중있게 다루어주고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프랑스의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중간에 섞여있는 몬드라곤에 근무하는 노동자조합원의 인터뷰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과 대조를 이루는 효과를 낸다.


몬드라곤이 자국에서는 좋은 회사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부각된다.


이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가?

과연 몬드라곤이 치사하게 자국의 노동자만 보호해주는 것인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2007년 상황을 보면 그렇게 보일만도 하다.


대안기업처럼 알려진 몬드라곤도 

해외에서는 자본주의 기업과 비슷한 짓을 그대로 반복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의 전후 배경을 알게 되면 새로운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관련 자료가 너무 없어서 영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자료까지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몬드라곤대학에서 온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의 Martin에게 내용 확인을 부탁해두었다.

(만약, 내용이 틀렸으면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일단 Brandt라는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Brandt는 1924년 설립된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M&A과정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이름이 바뀌어 왔다.


1956년  Hotchkiss-Brandt

1966년  Thomson-Brandt

1968년  Thomson-CSF 

1982년  Thomson SA

1992년  Brandt SA

2000년  Moulinex-Brandt

2001년  Elco-Brandt SA


1992년부터는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기업과의 M&A로

프랑스 브랜드이지만 이미 다국적 기업의 반열에 들어선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gor에 대한 기대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M&A로 구조조정을 많이 겪어왔기에 몬드라곤은 다를 것이라 기대했을 수도 있다.


구조조정 인원을 350명에서 140명으로 대폭 감축하기는 했기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고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은 궁색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2013년 Fagor appliances(가전부문)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그리고, Fagor appliances의 파산 발표 당일에, 

Fagor-Brandt가 먼저 몇 시간 앞서서 파산을 발표한다.


이는 가장 큰 계열사인 Fagor-Brandt의 파산이

모기업인 Fagor appliances 파산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반증해준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계속 누적된 실적 부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하지않고 버틴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몬드라곤 역사의 상징인 Fagor 가전부문의 파산은 엄청난 사건이였고,

몬드라곤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였다.


5600명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었고,

이 중 1700명이 몬드라곤의 조합원이였다.


일단, 900명의 조합원은 우선적으로 재배치를 했고,

은퇴시점이 얼마남지 않은 사람들은 퇴직을 선택해서 고통을 분담해주었다.


이후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재배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일부는 80%의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대기중인 상태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몬드라곤에서 비축해두었던 기금들이 대부분 바닦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해외의 계열사들은 대부분 매각의 절차를 밝게 된다.

우선, 가장 큰 계열사인 Fagor-Brandt는 알제리의 Cevital 그룹에 인수된다.


2013년 11월 파산을 발표하고 6개월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14년 4월에 스페인과 폴란드의 공장까지 포함해서 Brandt 그룹 전체가 인수된다.

이 과정에서 1800명의 종업원 중 1200명만 고용보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2014년 말에는 폴란드에 있던 Fagor Mastercook도

독일계 가전업체인  BSH Hausgeräte에 인수되면서 대표적인 해외 자회사들이 정리된다.


+


물론 몬드라곤의 국제화 전략이 이것으로 실패라 말하기는 어렵다.

Fagor 가전부문 말고도 전세계적으로 진출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실패하면서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몬드라곤은 EU의 통합과 국제화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MCC라는 규모화전략과 해외 자회사라는 국제화 전략을 선택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나름 굉장히 성공했고

2007년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굉장히 선방하는 듯 보였기에

2013년의 Fagor 가전부문의 파산은 너무나 상징성이 큰 사건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보수적인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매출이 85%가 감소했는데,

인력의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파산까지 갔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몬드라곤 전사 차원에서 1차 자금 위기를 막아줬지만,

2차 자금 위기가 오자 과감하게 파산을 선택해 그룹 전체를 살리는 길을 선택한다.


가장 큰 계열사인 Fagor-Brandt의 인수과정에서 있었던 사건은

아무래도 인력 구조조정을 못하고 회사가 버티는데 당연히 영향을 줬을 것이다.


회사를 인수하고 140명이라는 인원을 정리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부터

금융위기가 시작되어 매출이 급감했기에 다시 한 번 인력을 줄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경영진은 매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회사들의 인원을 함부롤 줄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1~2년간은 구조조정없이 버티다가

뒤늦게 직원의 50%를 줄이고, 금여를 20% 삭감했지만 이미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을 보면 경영진을 마냥 비판하기도 어렵다.)


만약 해외 자회사인 Fagor-Brandt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면,

Fagor 가전부문의 파산으로 몬드라곤 그룹 전체가 붕괴되거나 조합원을 해고했어야 한다.

(5600명을 재배치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런저런 맥락을 보면 몬드라곤의 선택들이 이해가 간다.

몬드라곤이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 요소를 떠안고 갔을 때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더 큰 재앙이 몰려온다는 것도 2013년 사건을 통해서 눈으로 보여준 것이다.


다행히 몬드라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이 위기에도 버틸 수 있었고,

몬드라곤이 비판받던 지점들이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였을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역시, 사업은 어렵다.

하나만 봐서는 설명도 어렵도, 사회적 가치만 죽도록 외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몬드라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타협이라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