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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건졌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기존에 생각하던 개념들간의 관계 정립이다.
조직학습(Organization Learning)
실행학습(Action Learning)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
실천공동체(Communities of Practice)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
지식생태계(Knowledge Ecosystem)
학습과 지식, 경영혁신, 조직변화 그리고 실천에 대해
혼잡했던 다양한 개념들에 대해서 그 역사적 맥락과 배경, 그리고 현재 이슈를 잘 정리주었다.
책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한 지식생태계라는 개념이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아직은 좀 모호하고 너무 개념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유영만 교수의 기본 철학과 주장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이 갔다.
전형적인 미괄식 구성이기에 초반부를 읽을 때는 좀 많이 지루했지만,
그래도 뒤로갈수록 흥미를 끄는 이슈들이 나오면서 막판 몰입도가 더 높았던 것같다.
+
이 책은 한양대 유영만 교수와 그 지도학생들이 함께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정리해서 묶은 책이다.
그러다보니, 각 장의 내용중에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책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전체 맥락에는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유영만 교수는 HRD를 Happiness Revitalization Development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을 자원으로 보고 성과중심으로 접근하는 미국식 HRD를 거부하는 것이다.
일단 이 기본 전제가 가장 맘에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관련 논의의 전체 흐름을 잘 정리해주는 것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론의 도식화이다.
중요 내용을 도식화해서 비주얼로 보여주는데,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해준다.
자칫 복잡하게 말장난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들을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잘 그려주었다.
다양한 이론들을 이해하기 쉽게 개념화해서 묶어주는 것도 훌륭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언어적 유희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을 묶어서 정리한 그림들은 하나하나가 너무 주옥같아서 열심히 스크랩을 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지 비로써
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기존의 나의 생각의 흐름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즐거운' 학습 > '건강한' 지식 > '보람찬' 성과 > '행복한' 일터
행복한 일터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약간 차이가 있지만,
결국 나는 지금 즐거운 학습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4가지 테마를 가지고 글의 흐름을 잘 구성하는 듯 했으나...
결론에서 이야기했듯이, 보람찬 성과와 행복한 일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빠졌다.
아쉽게도 현장에 적용한 경험도 부족하며, 관련된 충분한 논의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쯤 2권이 나올까 기대되면서, 과연 나올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즐거운 학습을 위한 실천공동체를 형성하고,
건강한 지식을 위한 지식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의 나의 학습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였다.
'과연 행복한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
이렇게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나의 여정은
일하기 좋은 회사(Great Work Place)를 거쳐서 협동조합(Co-operative)로 넘어왔다.
주식회사 중에서도 일하지 좋은 회사로 알려진 곳은 많이있지만,
외부 환경 변화와 CEO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조적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중심경영(Peaple Centered Management)을 실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소유권까지 가지는 노동자협동조합(Worker's Co-operative)에서 대안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위한 특화된 경영기법이나 연구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운동과 가치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찬양(?)하는 내용이였다.
하지만, 반대로 경영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오히려 그 단서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 경영학에서도 이러한 고민들을 끝없이 해왔다는 사실에 세삼 놀라게 되었다.
(소유권을 나눌 의지는 없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종업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같다)
특히 1990년대 이후로는 이러한 흐름들이 HR분야에서도 꽤 많이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도 많은 시도를 했던 것같기는 한데, 실제로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지 못한듯 하다.
처음에는 실행학습(Action Learning)과 실행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에 꽂혔고,
조직과 전략을 공부하면서 실천으로써의 전략(Strategy as Practice)에 반해서 박사과정까지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경영학 이론이 이론일 뿐이라며 다 필요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은데,
오히려 경영학의 비주류에서는 실천을 중심으로 학습과 전략, 조직 운영에 대한 논의가 꽤 오래 있었다.
주로 미국보다는 유럽과 캐나다 지역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국내에는 어느 정도 소개가 되기는 했지만 역시나 국내에서도 비주류를 이루는 듯 보인다.
내가 이들이 가장 반가운 이유는 이러한 이론들이 관료화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어울리며 특히 협동조합 같은 공동체성 기업에 적용하기 아주 적절하다는 점이다.
90년대 삼성과 LG등 대기업들이 학습조직을 구축해보려고 노력했고,
이후에는 지식경영을 시도했지만 현장에 적용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서,
오히려 협동조합에서는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하고,
실제로 스페인의 몬드라곤에서는 학습조직과 지식경영의 개념을 적용한 MTA를 운영중에 있다.
+
솔직히 아직 몬드라곤에 성공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10년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성과를 이야기에는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신규 비즈니스 개발을 위해서 10년 이상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듯하다.
특히 핀랜드의 경우는 학습조직과 지식경영을 기반으로
30년 이상 Team Academy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중에 있다.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유행처럼 사라졌던 학습조직의 전례를 생각하면,
핀랜드에서는 그 한계를 극복하고 창업을 위한 교육 모델로 계승 발전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조직 혁신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교육 모델로만 정착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학습조직과 지식경영의 개념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협동조합에서는 이 모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영만 교수가 이야기했던
학습조직과 지식경영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천공동체의 개념을 어떻게 활용할까?
또한 궁극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자기조직화를 하는 지식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여기서부터는 현장에 있는 실천가의 과제이고,
만약 성공한다면 재미있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
과연 내가 현장에서 이를 얼마나 잘 적용해본 후에
이를 기반으로 아직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들을 학습할 수 있을까?
역시나 연구도 실천을 통해서 해야지 제 맛인 것같고 내 체질에도 잘 맞는다.
올 한해 여기 나왔던 이론과 키워드를 진짜 마음껏 요리해서 잘 적용해보려고 한다.
20년 전 대기업의 수많은 엘리트들이 시도했던 노력을
협동조합 기업에서는 성공시킬 수 있을까?
그 결과가 내 박사 논문에 실리길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