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renuership

2018 Singularity U Korea chapter GIC 참관기

열린 공동체 사회 2018. 7. 16. 02:37


싱귤래리티 대학교 (Singularity University)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곳이지만, 기술창업과 관련된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창업교육만을 목표로 설립된 곳은 아니지만 Ray Kurzweil이 구글과 나사의 지원을 받아서 캠퍼스가 나사의 연구소 내에 설립 때부터 이슈가 되어왔으며 현재도 매년 경쟁률이 300:1 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웨일이 이 대학을 설립했는지는 TED강연을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싱귤래리티 대학은 대학원대학이지만 기존의 석/박사 학위 과정과는 다르게 10주 과정과 9일짜리 전문가 과정만 존재한다. 이미 덴마크에는 분교를 설립했으며, 전세계 61개국에 116개 챕터(2017년 기준)가 설립되면서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도 챕터가 들어와있는줄은 몰랐는데, TIDE institute에서 한국 챕터를 시작했고 이번 GIC행사를 주관하고 있었다. 싱귤래리티 챕터들은 세미나,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그중에 GIC(Global Impact Challenge)는 수상팀에게 싱귤래리티 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스폰서십이 주어지기에 가장 핫한 행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한국에 SU가 어떻게 도입되고 있는지 이번 GIC 행사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확인해볼 수 있었다.



Global Impact Challenge from Singularity University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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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행사장소인 세운상가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해보고 싶다.


용산과 함께 한국의 전자제품 상가의 대표격이였던 세운상가가 새롭게 리모델링했다는 소식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사실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행사장에 2호선을 타고 갔다가 청계/대림 상가를 모두 구경하고 나서야 행사장소인 세운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4층까지는 아직도 예전의 상가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하 공간에 세운홀을 만들고, 9층 옥상을 루프탑으로 바꾸었다. 여기에 비어잇던 상가들을 활용해서 메이커 및 창업지원 기관들이 건물안으로 들어왔다. 청년 창업기관들과 기존 상인들의 진정한 콜라보가 이루어지기에는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사일도 팔 수 있다던 세운상가의 하드웨어와 청년들의 소프트웨어가 잘만 결합된다면 아주 멋진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기존의 상가를 완전히 없애고 DDP를 만들었던 동대문의 재개발 방법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였다. 미로같은 기존 공간이 그대로 보존되면서 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었고 세운상가의 역사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DDP같은 멋진 건물을 새로짓지는 못했지만 외관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에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울시가 나름 성공적으로 타협점을 잘 찾은 듯하다.



애니웨이~ 미로같은 구조를 그대로 살렸기에 세운홀을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건물의 끝자락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보이고 시커먼 공간이 걸렁있기에 설마 여기?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갔더니 행사장소임을 알리는 엑스배너가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세운홀의 공간은 넓지는 않았다. 기존의 공간을 활용하다보니 직사각형으로 넓은 형태를 띄고 있었는데, 공사 중 유적이 발견된 것으로 최대한 보존하고 실내 공간에서도 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점도 인상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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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GIC행사로 돌아오면, 이미 SU에 4명의 한국인 알룸나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역시나 한국챕터의 도입과 GIC 행사 진행에서도 알룸나이들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의 도입에 있어서 그 프로그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알룸나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본사에서도 프로그램의 퀄리티 관리를 위해서 이러한 알룸나이들에게 일정 정도 역할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프로그램의 홍보에 있어서도 알룸나이의 증언들은 신뢰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MTA의 한국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재학생들이 항상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그들이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오려면 아직도 3년이 더 남았다는...)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대주 D&C 이경옥 회장님의 기부로 이번 GIC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사를 찾아보니 5년간 5억을 기부하셨다는데, 역시나 이런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면 자금의 확보는 필수이다. 역시나 MTA도 이런부분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한국챕터가 만들어진 것이 2016년이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자금이 확보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듯하다. SU 한국챕터가 앞으로 좀 더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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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와 KAIST 교수님들의 특강이 먼저 있었고, 이어서 본선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특강 내용들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본선을 보러 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2시간의 사전행사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참석자들에게 좋은 강의를 선물해주겠다는 기획팀의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이였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9팀의 프리젠테이션이 이어졌다. 글로벌 행사이다보니 역시나 프리젠테이션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참가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허들일 수 밖에 없는 요소이다. 게다가 우승자의 혜택이 SU프로그램 참가에 대한 스폰서십이 팀당 1명에게만 주어지기에 팀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지 SU의 명성에 비해서 본선에 오른 9팀 간의 격차는 좀 크게 느껴졌다.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대회이기는 하지만, 아이디어의 구체성이 다소 부족해보이는 팀들도 있어보였다. 개인 역량을 중시 여기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도 반영되었겠지만 창업에 있어서 팀이라는 부분은 중요한 부분이기에 어떻게 하면 팀을 구성해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게 만들지에 배려는 좀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기술창업 분야에서 12개의 Global Impact를 주제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창업 분야나 소셜벤쳐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접근이 일어난다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처음 열린 대회이기에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기술 창업 분야에서 잘 다루지 않던 창업 주제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소셜 벤쳐 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기술에 기반한 아이디어들이라는 점에서 꽤 괜찮은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과 NASA가 투자한 싱귤래리티 대학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을 위한 교육을 하지 않기에 가능한 접근이다. 국내에 이미 수많은 창업경진대회가 존재하지만 GIC에서 이러한 기대감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나의 예상을 벗어난 의외의 최종 결과였다. '의도는 좋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서 아쉽다'고 생각했던 2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팀들이 뽑힐 꺼라 예상했는데, 이 결과를 통해서 싱귤래리티 대학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이해할 수 있었다.



본선이 끝난 후 SU홈페이지에 GIC안내문을 다시 살펴보니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친절하게 궁금하면 링크를 타고 들어가 정의를 확인해보라고 안내된 "moonshot" 이라는 단어!!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보다는 향후 10년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통합적 사고에 기반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돌아보니 왜 최종우승팀이 그렇게 정해졌는지 이해가 갔다.


우승을 차지한 '도시농장', '솔라박스' 정도의 스케일과 상상력은 되야지 SU의 성에 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이나 NASA가 투자할 때는 그 정도의 기대치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화된 아이디어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2팀이 선정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납득이 됐다. 한편으로는 이런 아이디어를 선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GIC는 참 괜찮은 대회라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창업경진대회들은 당장의 성과를 내야하기에 결국은 현실성있어 보이는 아이디어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재단에서 진행되는 대회들 역시 실적이라는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동일한 팀들이 각종 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모습들이 계속 연출되고 있고 새로운 팀이 등장하지 못하는 모습도 최근에 많이 보였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다소는 무모해보이지만 새롭게 상상할 기회를 주는 이런 대회들이 한편으로는 소중해 보인다. 안그래도 삼성에서 진행하는 투머로우솔루션이 그나마 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새로운 팀에게도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는 좀 더 나간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반갑기도 하다.


아직은 첫회라서 아쉬운 부분들도 좀 보였지만, 향후 좀 더 자리를 잡게 되면 새로운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보다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같아서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에는 영어로 발표한다는 부분이 허들로 작용할 것같아서 좀 아쉬운 측면이 여전히 남아있다. MTA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학생들도 다음에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높여서 이런 대회에 참여해 시야를 넣히면 좋겠다는 기대도 갖게 되었다.


앞으로 SU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벌려나갈지 기대되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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