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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_모두를 위한 경제 (The Making of a Democratic Economy 2019) by 마조리 켈리 & 테드 하워드

열린 공동체 사회 2023. 12. 4. 20:51
 
모두를 위한 경제
기업의 사회적 임무를 기반으로 한 경영 설계 전문가로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를 쓴 마저리 켈리가, 지역 경제 모델 전문가 테드 하워드와 함께 자본주의의 원칙을 바꾸는 ‘희망’의 로드맵을 펼쳐 보인다. 두 저자는 지구와 문명이 어떤 운명의 길을 걸을지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모두를 위한 경제』를 썼다. 지금 막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생생하게 나누기 위해서다. 켈리와 하워드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쇠락한 도시 클리블랜드에 뿌리 박고 지역 경제를 소생시킨 사람들, 참담하리만치 빈곤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자활 공동체를 지은 아메리카 원주민들, 각종 혜택에서 배제된 유색 인종과 여성에게 창업 기회를 만들어준 포틀랜드 기관, 지역을 이끌던 공단이 문 닫고 30년이 지나면서 가족도 이웃도 무너진 영국 프레스턴에 다시 피가 돌게 만든 사람들과 동행한다. 중앙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방치된 이들은 정부나 대기업에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대를 버렸다. 그리고 해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일어났다. 지역에서 떠날 수도 없고, 누구보다 터전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이 마침내 실험을 시작했다.
저자
마저리 켈리, 테드 하워드
출판
학고재
출판일
2021.06.07

 

 
2012년 생성적 경제 (generative economy)를 이야기했던 마조리 켈리가
협력하는 민주주의 (Democracy Collaborative) 활동을 하면서 이룬 성과들을 엮은 책이다.
 
1999년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The Divine Right of Capital)과 
2012년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는가 (Owning Our Future)가 연구 사례에 가깝다면,
2019년 모두를 위한 경제(The Making of a Democratic Economy)는 실천 사례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책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끝없이 현장에서 노력하며 책을 쓰고 있는 저자가 존경스럽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는가" 후기

 
+
 
특히 이번 책에서 언급된 클리브랜드와 프레스턴의 사례는 한국에 큰 영감을 줄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끝판왕인 영미권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볼로냐, 몬드라곤, 퀘벡의 사례는 유럽의 오랜 전통 문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던 의견들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소유권을 갖는 조직은 한국에서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노동자가 수요권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시민의식이 있어야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자금이 들어올 때 너무나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택시협동조합이다. 택시협동조합은 협동조합형태로 운영하기에 너무나 이상적인 조건이다. 큰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업구조도 단일하며, 대박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정부보조금도 있어서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는 있는 사업이다. 그동안 워낙 기형적으로 운영된 사업이기에 조합원들이 잘 운영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이 있다. 그럼에도 결국 사람들간의 갈등으로 무너지고 있다.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도 하면서 아직도 증가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혼란은 이어질 듯하다. 이미 청주의 버스회사인 우진교통 사례가 있기에 충분히 보고 배울수도 있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과 마인드셋을 체화한다는 것은 굉장한 시간과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조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지난 번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꼭 성공하길 바랠 뿐이다.

 

+

 

이전에 책들이 직원들의 소유권에 대한 찬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소유권을 가진 직원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에 너무 반가운 느낌이다. 10년 전 나 역시 직원들이 소유권만 가지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주의에서 모든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처럼 바쁜 회사생활에서도 업무에 치여서 모두가 참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직원이 소유자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경영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도 스스로를 직원이라고 느끼는 것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순간이 아니라, 나의 존재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에 있으며 직원들끼리 자유롭게 수다떨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는 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사실 실제 조직에서는 그게 현실이다. 모두가 동일한 경험치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완벽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정보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릴 충분한 경험이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모든 것을 직접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고 여길 만한 원천은 지배 구조에서의 의결권보다는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비공식 상호 작용에 있다는 것이다. 방문 간호 노동이 워낙 고립된 상태에서 이뤄지다 보니, 노동자들은 이런 상호 작용에서 공동체의 감각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만큼, 실망도 커진 상황이다. 나 역시도 지난 10년간의 도전을 일단락하는 시점에 놓이니 허망하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의 부족함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역시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였다.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며, 그 것을 실제로 운영해나가는 사람들의 기본 소양은 더욱더 중요했다. 그리고 난 아직 그럴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는 못했다. 우리가 이러한 경험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새로운 일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특히나 단일 과업이나 정부 상대의 사업이 아닌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업무가 다양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또한 새로운 연구주제가 될 것같다. 과연 민주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이 어떤 조직보다도 결과 중심으로 평가받는 회사이기에 쉽지 않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