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해피브릿지] 아직도 멀고도 먼 협동조합의 길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6. 11:42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에 게스트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순전히 해피브릿지 사례를 듣고 싶어서 교수님을 따라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국회의원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라서 그런지

대한민국에서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한가닥한다는 사람들은 다 모여있었다.



매달 열린다는 이 모임에서 6월의 주제는 사례 발표였다.


해피브릿지 사례를 들으러 간거였지만,

운이 좋게도 사회적 협동조합(성남만남돌봄센터)과

사업자 협동조합 (한국IT개발자 협동조합)의 사례도 같이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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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대해서 좀 관심있는 사람은 대충 알고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에는 '직원협동조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너무나 심해서 

색깔 공세에 휘둘릴 수 있기에 '직원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협동조합 기본법에서 '직원협동조합'은 아래와 같이 규정된다.


조합원의 2/3 이상이 직원이고

조합원인 직원이 전체 직원의 2/3 이상이 되야한다.


무슨 소리냐 하면~~

직원들이 조합을 구성해야되고,

전체 직원들의 대다수를 조합원들이 차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직원 = 조합원'이라는 관점에서 1/3 이하의 인원에 대해서 각각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와 희망제작소의 공동 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서울시 협동조합 실태 조사 보고서 보러 가기)


기본법 통과 후 3개월 동안 신고된 협동조합 70개중

조사에 동의한 53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직원 협동조합은 9개(17%)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9개 중에 직원채용계획을가지고 있는 곳은 6곳 뿐이며,

이 중에 3곳만이 본래 의미의 직원협동조합이고 나머지는 사업자협동조합이라고 봐야했다.


이는 사업자(41.5%)와 다중이해자(32.1%) 협동조합이

전체의 협동조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이 개미들의 힘모으기 차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직원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부족도 원인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협동조합의 형태를 통해서 추구하는 바가 개미들의 경쟁력 확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연매출 320억의 중소기업의 협동조합 전환은 신선한 충격이였다.


2013년 2월 21일 창립총회를 열고

3년 이상 근속 직원 67명을 조합원으로 하는 직업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당시 MBC나 한겨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면서 대표적인 사례가 되어버렸다.

그 후로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나는 그 해피브릿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래의 내용은 해피브릿지가 제공한 자료 이외에

제가 추가적으로 자료를 찾아서 정리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소 정보가 왜곡될 수도 있으니, 잘못된 내용은 댓글로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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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브릿지는 외식프랜차이즈 업체이며,

우리에게는 국수나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 급성장했고, 

첫 번째 프랜차이즈였던 '화평동 왕냉면' 때와 다르게

이 번에는 실속을 챙기며 안정적으로 가맹점을 늘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 320억에 당기순이익 15억이면, 순이익률 5% 수준으로 프랜차이즈치고는 괜찮은 수치)


해피브릿지는 1997년 서울에서 쌀유통사업을 하던 3명과 

대전에서 식료품 사업을 하던 3명이 모여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으나,

내부적으로도 6명이 서로 보는 관점이 달라서, 정리가 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식자재 유통산업은 급성장했고,

2004년부터 프렌차이즈업에 진출했으며,

2005년에는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된다.


'화평동 왕냉면'의 경우,

세수대야 냉면으로 종전의 히트를 쳤지만,

브랜드 관리가 안되면서 온갖 유사한 가게들이 날립하면서 실익이 없었던 것에 비해


국수나무는 꾸준히 성장하면서

회사의 경영은 안정된 구조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설립 원칙이 비교적 잘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이익이 남으면 사회운동단체에 기부하고, 돈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기업을 꾸린다"


또한, 실제로 운영되는 특성을 봐도 굳이 전환하지 않아도

좋은 기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좋은 인간적인 기업 문화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1) 최고 연봉과 최저 연봉의 차이도 3배를 넘지 않는다.

       (대표이사의 연봉이 6,000만원이 안됨)


2) 창립맴버들이 돌아가면서 대표이사를 역임한다. 

     (이는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기득권화 되는 것을 방지함)


3) 90명 직원 가운데 70% 이상이 5년 이상 장기근속자로 구성됨


+


하지만 해피브릿지는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결심한다.


그 이유는 총 3가지!!

1)  직원수가 늘어가면서 주주인 직원의 비율이 줄고,

     새로운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미션을 제시하기 점점 어려워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업의 형태를 기업 미션에 맞게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자 함

2) 프랜차이즈업이라는 것도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요소였고, 협동조합은 여기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았음

3) 사람 중심의 기업이라는 창립 미션을 가지고 10년간 잘 운영을 했습니다.

     이 노하우를 가지고 한국의 노동자협동조합이 정착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함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션도 지키고,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키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3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어려울줄 알면서 도전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경영진은 한겨레경영연구소와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도 고민했었다고 한다.

이후 이탈리아 볼로냐를 방문한 후에는 내부 '정관검토특위'를 구성해서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했으며,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된 후에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하고 이에 대한 정관을 마련한다.


자체 해외 연수단을 조직해서 프랑스 리옹과 영국 맨체스터 지역을 탐방하고,

전 직원 비전 워크샵을 통해서 직원들과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근데, 직원들의 초기 반응은 굉장히 부정적이였다고 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질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도 많이 존재했다.

(쉽게 망할 것같고, 가난한 사람들이 할 것만 같고, 뭔가 구리고 루즈할 듯한)


또한, 배가 산으로 갈 것같다, 누가 돈을 투자하겠느냐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고,

그리고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는 과연 구조조정을 안할 수 있겠냐는 실질적인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 경영진도 이미 고민을 했었고,

3가지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1) 의사구조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사업 경쟁력 약화 문제

   > 구조적 민주주의를 위한 이사회와 일상적인 경영 관리 구조의 구분해서 운영

   > 이사회의 운영과 회의 관정에 대한 공개를 통해 이사회의 의사결정 수준을 향상 시킴


2) 자본 조달의 불리함으로 인한 투자 위축 문제

   > 조합원의 1인당  출자를 기본 연봉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증액

   > 현금 배당을 최소화하고 내부 유보금을 확대

   > 협동조합 금융 인프라의 적극적 제기를 통한 자본조달 환경 구축


3) 고용의 경직성으로 인한 사업 경쟁력 위축 문제

   > 연합회 설립을 통한 내부 노동시장 형성

   > 신규 협동조합의 설립을 권장하여 조합원의 자발성과 일자리를 확대

   > 직무급 제도를 도입하여 내부 시간제 근로계약을 활성화


이러한 경영진의 의견을 가지고 전직원들과 4가지 관점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다.


1) 우리 모두의 회사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2) 돈이 아닌 노동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3) 우리가 언제 우리 돈으로 사업한적 있는가?

  > 외부 네트워크와 협동조합 인프라를 구축해서 해결해보자!

4) 현재 회사는 안정되었지만,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위기는 맞게 된다.

  > 그 때까지 연합회 형태를 구축하든지 아니면 다른 형태를 마련해서 위기를 대비해보자!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창립자 6명(지분율 68%)은 지분을 30%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들을 67명의 장기근속 직원들에게 넘기게 된다.


장기 근속 직원들은 1인당 1000만원씩을 출자해야 됐지만,

회사에서 장기 근속 수당으로 1인당 700만원을 수여해주었고,

나머지 300만원에 대해서는 사내 대출제도를 통해서 충당한다.


결국 2013년 2월 21일 창립총회를 열고

3년 이상 근속 직원 67명을 조합원으로 하는 직원 협동조합을 설립한다.

(창립자 6명 중 3명만 이사로 참여하고 나머지 3명은 평조합원으로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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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3개월 동안 해피브릿지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려울 알았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는 것이 이사장의 의견이다.


첫번째는 조세 제도 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주식 액면가(5000원) 기준으로 양도했으나, 

기업 평가 결과(10만원)와 차액이 발생하면서 이부분에 대해서

국세청은 조합원 1인당 2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평가를 한 것이다.

(결국, 이 부분 때문에 해피브릿지는 아직 설립 등기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은행 거래에 대한 문제 발생

출자금을 부채로 보는 경우 기업의 신용평가 등급이 급락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해피브릿지는 주거래은행과의 거래실적이 있어 문제가 없지만, 신규 협동조합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부분은 유럽에서는 대안적인 회계 처리 방식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화 안됨)


세 번째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함

막상 전환하고 나니까, 거래처와 주변에서는 협동조합을

영세하고 시민단체와 같은 이미지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브랜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디자인 할 필요가 있음)


이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는 문제들이며,

실제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고민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분권과 집중의 의사결정 구조 설계 필요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이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규모 판단이 필요하고,

경영진에게 위임해야 할 의사결정의 범위 설정 및 선출직 이사들의 의사결정 능력 향상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적합한 기준이나 경영 기법을 찾기 어렵다.


둘째, 경영관련 평가 시스템

그 동안은 매출과 수익 중심으로 경영계획을 짜고, 이를 통해서 경영 성과를 평가했는데,

협동조합이면 이에 맞게 조합원들의 보상 및 근무 만족도 중심으로 경영계획을 짜야할 듯하며,

노동 배당을 위한 인사평가 시스템도 구축해야하고, 잉여에 대한 분배의 기준도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 상 이런 기준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새롭게 짜야만 한다.


셋째, 조합활동 설계 관련

협동조합이면 의사결정을 위한 인사, 복지, 교육, 사업, 사회책임 위원회 등을 구성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케이스 스터디나 방안들에 대한 자료를 얻거나 구상하는 것이 너무 어려움


넷째, 협력업체와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협력업체와 이해관계자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며,

심지어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함


마지막으로 내부 조합원들의 관점의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우선, 조합원의 관점 문제

협동조합을 급여 이외에 배당을 받는 기업으로 이해하는 조합원들이 존재하며,

자칫 잘못하면 조합 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식 성장과 제도를 보완해야 함


둘째, 조합원과 직원의 이중적 지위 이해

조합원으로서의 평등적 직위와 직원으로서의 위계적 지위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음

이에 대해서는 경영 관리 구조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존재함


셋째, 고용 유지에 대한 관점

고용 유지는 개별 협동조합이 책임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협동조합 연합회를 설립해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함

(몬드라곤연합체는 경영 상황에 따라서 인원을 지속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함)


이상 3가지 측면에서 문제점들을 정리한 후

해피브릿지의 이사장님께서는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 협동조합 경영자 육성 과정 필요

2) 협동조합을 위한 자본 조달 인프라 구축

3) 강력한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의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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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으로만 공부를 했으며,

관련 해외사례만 찾아보던 나에게

해피브릿지의 사례는 매우 흥미로왔다.


물론 학교에서 아이쿱 사례를 많이 다루기는 하지만,

소비자협동조합과 노동자협동조합은 역시 많이 다른 것같다.


그리고, 해피브릿지가 총대를 매줌으로써,

현재 뭐가 문제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별 도움이 안되는 부족한 나의 역량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해피브릿지의 경우에는 신규 협동조합이 아니라

주식회사의 협동조합 전환 사례이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노력하고 있는 해피브릿지의 조합원들에게 박수를 처주고 싶다.


현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부분들 중에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몇 가지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깔끔히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이 부분은 성공회대 말고 다른 협동조합 관련된 기관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노동자협동조합의 창립을 꿈꾸었기 때문에,

해피브릿지의 사례는 앞으로도 많은 참고가 될뿐만 아니라 함께 나가야할 파트너로 보인다.


해피브릿지의 사례를 보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앞으로 어떤 부분들을 더 고민해야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피브릿지의 사례가 협동조합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알아야할 듯하여 이렇게 글로 다시 정리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이에 대해서 함께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본 정신을 잃지 않고,

힘들어도 조합원들의 내부 교육에 노력하는 해피브릿지의 행보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