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2 - 분노 속에 피어난 사랑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9. 08:28
레미제라블 - DVD
배급 : 톰 후퍼 / 휴 잭맨(HUGH JACKMAN),러셀 크로우(RUSSELL CROWE),앤 해더웨이(ANNE HATHAWAY),아만다 사이프리드역
출시 :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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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써는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다.


모든 대사는 노래로 처리했고~

중요한 배경 스토리는 노래를 통해서 알아서 예상해야 한다.


그 흔한 복선도 없고, 

몰입하게 만드는 미묘한 감정 연기도 별로 없다.


별 설명없이 한 컷 한 컷 매우 빠르게 진행되지만,

주요 배우의 가창 부분은 상대적으로 매우 길다~


게다가 스토리는 굉장히 방대하고,

런닝타임은 2시간 30분 정도나 한다.


레미제라블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스토리 이해가 쉽지 않으며,

정신없이 전개되다가, 가창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늘어지니...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 편의 뮤지컬을 본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뮤지컬적인 감동을 영화 속에 멋지게 살려낸 영화라 할 수 있다.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주도적으로 제작에 참여하면서,

뮤지컬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배경적인 면으로 현실감을 살린 것은

레미제라블이라는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접근이다~


특히나, 지나치게 뮤지컬적인 엔딩 컷은

원작을 살짝 왜곡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감동을 준다.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실력 역시 훌륭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맘마미아에 이어서 또 다시 매력을 발산했고,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역들의 청아한 목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은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돈다.



+


Les Miserables 은 비참한 사람들 이라는 뜻이다.


과연 빅토르 위고가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비참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프랑스 혁명 당시, 혁명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혼란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고통의 나날을 지날 수 밖에 없었다.


산업 혁명 이후 도시로 몰려든 빈민층은 '쓰레기가 된 인간'이라 불리면서,

노동력 착취와 무법 천지, 도덕적인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1842년 맨체스터 노동자 가족의 평균 수명은 17세였다.) 


너무나 혼란기였기에 자베르 경감의 법칙주의 원칙이 너무나 중요한 시기였다.


빵을 훔쳤다가 19년간 복역한 증오에 찬 장발장

새로운 삶을 시작했음에도 도망다녀야하는 장발장

원리원칙에 따라서 무조건 법칙를 지켜야되는 자베르 경감

순십간에 하층민으로 전락해버린 판틴

혁명을 꿈꿨지만, 실패하고 역사의 한점이 되어버린 청년들

혁명가들을 피로 진압해야만 했던 군인들

그리고 이를 지켜봐야만 했던 하루 먹기 살기 힘들었던 시민들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은 모두 비참한 사람들이었다.

이 비참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3가지로 나뉘고 있다.


장발장에게는 기독교적 사랑으로 구원 받아야 할 대상이었으며,

자베르에게는 반드시 처단해야만 하는 구재불능 골치꺼리이었고,

혁명가에게는 함께 싸워서 세상을 뒤집어야되는 동료들 이었다.


하지만, 장발장은 결국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고,

자베르는 자신의 편견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한다.

혁명가들은 외면하는 시민들에 의해서 피를 흘리고 쓰러지고 만다.


영화 속에는 생략됐지만,

장발장은 혁명가인 마리우스를 탐탁하게 보지 않았고,

장발장의 과거를 알게된 마리우스는 구시대적 편견으로 그를 경멸한다.


절대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두가 한 가지씩은 부족한 그들 역시 비참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곳에도 희망은 살아있었다.


영화 속 장발장은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고,

끝까지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곁에 있어 주었다.


역사 속 프랑스 시민들은 프랑스 혁명 이후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계속되는 혁명과 실패, 그리고 왕정과 황제 등을 거치면서

피로써 민주주의를 이루어냈고, 진정한 공화정을 만들었다.



+


암울한 시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사랑으로 시대의 아픔을 감싸줄 것인가

분노로써 시대의 문제에 맞서서 싸울 것인가


문제에 맞서지 않고, 아픔을 감싸주기에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장발장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냈지만,

그는 계속해서 도망자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사랑이 없는 분노는 새로운 아픔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흘린 100년간의 피는 결국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아픔이 존재했다.


그들은 혁명을 이루기는 했으나,

혁명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또 다른 왕이 등장하고, 또 다시 피를 흘리고,

또 다시 왕이 등장하고, 또 다시 피를 흘리는 반복을 통해서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아픔을 참아야 했다.


난 피를 흘리지 않아도,

저항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남을 너무나 감사드린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열정만 가진 무책임한 혁명이

수많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 했으며, 그 피의 대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장발장을 통해서,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미리엘 신부의 묻지마 사랑이

장발장이라는 한 영혼을 완벽하게 구했으며,


장발장은 사랑의 화신이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었다.


시대를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필요할 수 있지만,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지 사랑만 있으면 가능했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리, 분노, 투쟁이 아닌 진심어린 한 영혼을 향한 사랑이었다.


사랑이 없이는 그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위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