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5] 사람들은 왜 불평등을 받아들이는가 - [시사통] 방송듣기
간만에 굉장히 흥미로운 강의였다.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지금의 의미로 형성되었으며,
헤게모니이론과 현대 사회의 냉소주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강의이다.
마르크스, 그람시, 알튀세르, 지젝이라는 등장인물도 훌륭했지만,
지난 강의가 약간 짜집기적인 느낌이 들고 현실과의 이질성이 좀 느껴졌다면,
이번 강의에서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포괄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강의였다.
+
강의는 일단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된다.
이데아(Idea)라고 불리던 관념적인 것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것을 이데올로기(Ideology)라고 불렀고,
이데올로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이데올로그(Ideolog)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분명히 학부시절 비판 커뮤니케이션 시간에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 개념같은데, 조형근교수가 설명하면 신기할 정도로 굉장히 쉽게 이해된다.
이데올로기를 연구하는 이데올로그들은 초기 나폴레옹 지지자들였으나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자 나폴레옹에 대한 적극적 비판자가 되면서 나폴레옹은 그들을 부정적으로 조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데올로기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착시킨 것은
칼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1833)>에서 부터라고 한다.
칼 마르크스는 의식은 물질적 세계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데,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묘사하기는 하지만 현실을 거짓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데올로기를 '허위의식'이라고 표현했고,
사물에 권력이나 신성을 부여하면서 사람은 권력이나 신성이 앖어져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마르크스는 상품들이 동일한 노동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교환이 가능한데(노동가치설),
실제세계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하고 상품이 다음으로 중요하고 노동은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기에서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만들고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지배하는 개념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이렇게 마르크스 이후로 이데올로기는 부정적 의미로 고착되어 버렸고,
과학적 사회주의를 통해서 의식화되어 주체로서 투쟁에 나서고 해방을 쟁취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80년대 학번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이러한 의식화 교육을 누구나 받았는데,
그들이 현재 50대가 되어서 기득권이 되고 보수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데올로기가 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수화되어서 사회적 불평등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
두 번째 등장 인물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이다.
전통 마르크스 주의자들이 자본주의가 곧 무너질 것이라 기대한 것과 달리
안토니오 그람시는 경쟁적 자본주의가 독점적 자본주의로 변화되면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았다.
마르크스가 물질을 강조하며 하부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그람시는 하부구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토대로 형성된 상부구조에 주목했다.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형성된 자율성을 인정하고,
상대적으로 형성된 자율성을 강조했기에 마크르스주의를 보완 확장했으며,
지배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의 진실을 안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지배계급이 단순히 수탈과 강압에 의해서만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것은 강제와 동의라는 두 가지 요소를 포괄하면서 사람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피지배계층은 지배계층의 불합리성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지배계급의 강제라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대공황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자본주의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지배계급의 도덕적 지적인 헤게모니가 사회의 모든 곳곳에 퍼져서 작용하기 때문인 것이다.
국가의 기능은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정차 성장해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논리로 보면 복지 국가의 접근도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서 시민사회 영역에도 침투해
사회의 모든 영역의 활동과 의식을 지배하며 헤게모니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 집단과 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표출하고 조직화하는 시민사회 영역은
자체로써 자생적인 힘을 가지며, 공적 영역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한다.
사회적 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람시가 이야기한 국가의 헤게모니가 시민사회 영역을 침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
세번째 등장인물은
프랑스의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이다.
프랑스 공산당의 대표주자이자,
파리고등사범학교의 석학으로 이름을 날린 알튀세르는 이데올리기의 재생산에 주목한다.
마르크스가 이데올로기 생산에 주목했다면
알튀세르는 어떻게 계급이 재생산되는지에 주목하였다.
이데올로기를 사람들에게
자발적 동의를 받아내는 지도력이라는 기존 견해에 대해,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는 무의식이기 때문에 의식화 모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데올로기에 무의식적으로 포섭되어 있기에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여기서 그 유명한 호명의 개념이 나오는데,
우리가 이데올로기라고 부르고 반응하는 순간 이미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이데올로기라고 불러서 반응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는 순응해야하는 수동적 주체가 된 것이다.
결론은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거나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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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번째 주자는
최근에 핫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이다.
대중문화 분석과 라캉 분석가로 대중의 호응을 얻으면서,
패션 업체의 협찬을 받기도 한 걸로 더 유명해졌고 한국에 2013년 방문하기도 했다.
지젝은 <냉소적 이성 비판(1983)>을 저술한
독일의 철학자 페테 슬러터다이크(Peter Sloterdijk)에 영향을 받아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속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데도 그냥 그렇게 산다고 주장을 한다.
진실에 대해서 냉소하기 때문에
우리 시대는 냉소적 주체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데카르트가 이성적 주체를 설정한 이후 굉장히 반항적인 사고였는데,
타자로부터 배신당할까봐 미리 냉소하는 것이 생존 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수많은 약속에 속았기 때문에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그놈이 그놈이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상품 경제 속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에
유일한 진리가 가격이고 시장논리에 순응하면서 그냥 살 수 밖에 없다는 냉소가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덜 불안하고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화폐가 종이 쪼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폐물신숭배의 논리에 속고 사는 것이 편하며,
진실을 알게 되면 싸울 줄 알았는데 스스로 오늘날 속물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지젝은 이를 통해서 이데올로기는 의식이 아니라 행위라고 보았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 아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반응과 일맥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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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안바뀌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놀랍게도, 4명의 설명이
모두 가능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세대 분열과 미디어의 변화,
민주정권 10년과 보수정권의 재집권,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
너무나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들어냈고,
몰라서 속는 사람도 있지고, 무의식적으로 당하는 사람도 있고, 동의된 사람도 있고, 냉소적인 사람도 있다.
확실한 것은 아직까지 보수적으로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안정해 보이는 사회 변혁을 바라는 사람보다는 더 많다는 것이 2012년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사회 변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지지를 못받는 이유는
보수 집권층에 대해서 몰라서, 무의식적으로, 그들에 동의해서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년층일 확률이 높다.
50대가 아직도 보수층을 지지하는 결정적 이유는
사회 변혁을 주장하는 사람이 못 믿어워서가 클 것이며 이는 냉소주의와 가장 가까운 듯하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새로운 희망과 이를 실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이다.
과연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세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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