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nnovation/Co-operatives

몬드라곤의 기적 - 김성오(2012)

열린 공동체 사회 2016. 5. 9. 13:20


지난 주 몬드라곤에 다녀온 후,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몬드라곤에서 배우자(1991)'와 '몬드라곤의 기적(2012)' 2권의 책을 다시 펴보았다.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몬드라곤에서 배우자(1991)'는 어디 하나 뺄 내용이 없었다.

연수를 한 번 다녀오는 것보다도 훨씬 더 풍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는 책이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1991년 쓰여졌다는 것이고,

그 이후로 20년간의 몬드라곤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부분이 아쉽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번역자였던 

김성오선생님은 후속편으로 '몬드라곤의 기적'을 발간했다.


책의 절반은 20년이 지난 후의 몬드라곤에 대한 내용이며,

나머지 절반은 몬드라곤의 사례를 어떻게 한국에 적용시킬까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녹아있다.


+


1991년 이후의 몬드라곤에 대한 부분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내용이 풍성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책의 목적 자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것이 강해서인지,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처럼 심층적으로 내용을 분석하기보다는 관련 자료를 정리한 느낌이 강했다.


화이트 부부가 굉장히 드라이하게 팩트 중심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구분한 것에 비해서,

정보들에 대한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과 다소 주관적으로 보이는 분석이 많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협동조합운동에서의 저자의 풍부한 경험은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높여줄만 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나 한국의 노조운동과 몬드라곤의 협동조합운동의 차이를 비교한 부분(11장)과

한국에서의 노동자협동조합운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설명해주는 부분(15장)은 굉장히 소중한 정보이다.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명확하게 정리해준 자료는 처음 접할 수 있었으며,

노동운동부터 노동자협동조합 1세대까지 함께해온 김성오선생님이 아니면 감히 정리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다.


1980년대 생산공동체 운동

1990년대 자활공동체 운동

1990년대말 노동자 기업 인수 운동

2000년대 대안기업 운동

2000년대 후반 사회적 기업의 등장


한국에서의 노동자협동조합의 뿌리와 그 전개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후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설립되었고 이제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새로운 2세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3년 해피브릿지의 협동조합 전환, 

2014년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출범,

2015년 쿱택시의 등장과 성공

2016년 CICOPA KOREA로의 연합회의 재출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에서의 노동자협동조합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성공사례들이 나와줘야하지만,

변화의 구심점이 될만한 조직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화이트 부부도 언급했고 김성오 선생님도 이야기했지만,

협동조합이 모든 기업을 대체하는 혁명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협동조합을 이해해서는 안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새로운 대안으로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접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시대에 대세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이 중심이 되야만 하는 산업에서는 협동조합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능력이 출중한 천재들에게는 협동조합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조직 형태이다.

큰 돈을 벌고 싶다면 협동조합보다는 소수의 천재들을 중심으로 자본을 끌어당기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현재의 사회 시스템은 너무 가혹하다.

다같이 많이 벌고 그것을 나누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그러한 점에서 협동조합이 매력적이다.


공산주의 국가처럼 가난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많이 벌고 그 부를 나눈다는 협동조합적 접근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해보인다.


사람이 살기 힘든 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부족한 사람들도 함께할 수 있는.

그렇다고 노력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무조건 도와주기만 하지는 않는 형태


혹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애매하게 섞어놨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애매모호함과 유연성과 실용성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과연 이거아니면 저거라는 명확해보이는 선택만이 최선인가?

명확하지 않기에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만하는 협동조합이 다소 피곤해보이지만 매력적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