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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4.0 by Philip Kotler (2017)

열린 공동체 사회 2018. 1. 1. 14:30

마케팅이라는 영역을 경영학의 주요 분야 중 하나로 끌어 올린 장본인이라고도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그가 정립한 마케팅의 기본 원칙(Principles of marketing)은 너무나 강력해서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발한 마케팅을 위해서는 코틀러 교도를 벗어나야한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1967년 마케팅관리론(Marketing Management: Analysis, Planning, and Control)이 처음 나온 이후 50년간 그는 마케팅 분야의 최고의 구루로 굴림해오고 있으며, 1994년 출간한 Principles of marketing의 경우에는 16쇄까지 나오면서 아직도 비즈니스스쿨에서는 마케팅의 바이블로 여겨지며 수업 교재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마케팅 관리론은 2017년 15쇄까지 출간됨)


3C분석 / STP / PDB / 4P 등 그가 제시한 기본 원칙들은 모든 마케팅 기획서의 뻐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조금씩 현실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다시금 새로운 원칙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필립 코틀러는 2010년 마케팅3.0에 이어서 2017년 마케팅4.0이라는 책을 통해서 시대 흐름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었다. 경영전략의 마이클 포터가 CSV라는 개념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세계적인 경영 구루로 컴백한 것처럼, 필립 코틀러도 마케팅의 대가답게 다시 한 번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2017년 마지막 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



필립 코틀러의 명성 때문인지 출간되자마자 한국에도 바로 번역해서 나왔고, 마케팅분야에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듯보인다. (책 제목을 '마켓 4.0'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마케팅으로 네이버에 검색하면 안 잡히는 것은 함정)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처럼 '마켓4.0시대 이기는 마케팅'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사실은 그 책의 원제는 <Marketing for Competitiveness>으로 Market-ing 4.0보다 먼저 2016년에 나온 책을 번역한 것이다. 목차를 보니 상당부분 겹쳐보이는데, Market-ing 4.0보다는 좀 더 쉽고 실용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Market-ing 4.0은 이러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예전에 자신이 제시했던 마케팅 원칙들과 대비시켜 약간은 더 이론적으로 정리한 측면이 보인다. (물론 공저자들이 있으니 코틀러 아저씨가 직접 쓴 부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국내도서
저자 :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허마원 카타자야(Hermawan Kartajaya),이완 세티아완(Iwan Setiawan) / 이진원역
출판 : 더퀘스트 2017.02.17
상세보기

일단 책의 주요 내용은 친절하게 잘 요약 정리해주신 분이 있어서, 궁금하면 이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http://blog.naver.com/rotc4841/220987529430


애니웨이~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자신의 주요 원칙들을 업데이트했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


STP(Segment-Tarketing-Positioning)와 PDB(Positioning-Difference-Branding)의 시대를 지나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새로운 고객의 경로를 따라잡아서 그들과 함께 4C (Co-creation, Currency, Communal activation, conversation)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마케팅학자들이 4P의 개념을 발전시켜서 7P까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필립 코틀러는 역시나 대가답게 4C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판을 뒤집어버렸다. (역시나 이런 것은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자신이 제시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STP와 PDB, 4P의 관점에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 이 책의 한계이다.


'연결성'이라는 개념이 소비자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간, 기업간의 관계까지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는데,

기존의 마케팅 이론이라는 틀 안에서 설명하는 것이 과연 온전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책의 1부에서 열심히 모든 관계가 뒤바뀌었다고 했고, 2부에서는 기존 이론의 관점에서 바뀐 부분만 언급한다. 시스템 이론에서 나오는 피드백루프의 개념이나 나선형 순환의 개념, 네트워크 이론의 개념 등 새로운 측면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존의 이론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나만 느끼는 오해일까?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의 변화는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더 이상 기업은 마케팅이나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시장을 분석해서 공략하고 사람의 머리속에 강력하게 차별화된 브랜드로 각인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더 이상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만 남기고 모든 것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며 소통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과연 브랜드라는 정의가 더 이상 유용하긴 한 것인가?


최근 한국에서 브랜딩을 잘하기로 소문난 배달의 민족을 보면, 전통적 마케팅이나 브랜드의 접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냥 소비자들과 즐겁게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짓들을 많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똘기에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최근에 브랜딩에 최고봉으로 뽑히던 애플이 배터리 성능저하 업데이트 사건으로 홍역을 겪는 것을 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과 브랜딩보다 오히려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10년 전부터 이제는 광고보다 PR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전통적 의미의 PR도 이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보인다. 


더 이상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는 시대에 기업들은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할까? 어떻게 보면 마케팅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져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비자라는 단어도 점차 사라져야할 듯 보이고, 브랜드라는 단어도 뭔가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참으로 비즈니스하기 힘든 시대가 된 것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작은 기업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배민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것처럼 완전 새로운 접근이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짜피 GE나 포드처럼 시장을 완벽히 지배하는 기업의 시대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1~2위 기업만 살아남는 시대도 더 이상 아닐 수 있다. 막대한 마케팅 자금을 가진 대기업의 브랜드가 모든 것을 가져가던 시대가 오히려 사라지고 진정한 의미의 가치 거래(value exchange)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엄청난 브랜드를 만들어 때돈을 벌고 싶은 사람에게는 천청병력같은 소리겠지만, 이미 시대가 바뀌고 있고 소상공인도 제품 생산에 대한 실력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도 있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바뀔지 많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