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것보다 힐빌리의 노래는 훨씬 더 절망적이였다. 하지만, 그 노래가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았다. 내가 태어난 고향, 그리고 내가 살아온 환경,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힐빌리와는 다르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약과 총기가 남무하지는 않았지만, 음주와 폭력, 가정 불화에 있어서는 이혼만 안해왔지 형편없는 수준이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숫자가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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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자신의 문제가 드러나길 바라지 않는 것도 한국과 비슷하다. 시골일수록 오히려 체면을 중시여기고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간다. 한국은 여성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나라이다. 여성들이 묵묵히 참아왔기 때문에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오히려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이 더 위험하다. 여성들은 신고는 커녕 생존을 위해서는 이혼조차도 못해왔던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성폭력과 주사에 지나치게 관대해왔고, 어찌보면 권위와 돈으로 모든 것을 눌러온 철저한 계급 사회이다. 젊은이들에게는 학벌과 직업으로 줄을 세워왔던 철저히 서열화된 사회이기도 하다. 힐빌리에서는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그곳을 내가 나갈 수 있는지 동기부여 자체가 안되는 것이 문제라면, 한국은 이미 인프라적으로 강남의 부유층과 산골마을의 아이들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동일선상에 있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열심히만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만 남무하지 현실은 그와 다르다. 힐빌리의 고통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여성들이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감추었던 가정 내 불화는 급속도로 높아지는 이혼률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들은 나이가 들어 이혼을 당하고 쓸쓸한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가르쳐주었던 성공 규칙만 따라서 열심히 살던 중년의 남성들은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꼰대', 심지어는 '개저씨'라는 소리를 들으며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혼률과 자살률이라는 표면적인 지표에만 집중하지만, 오히려 가장 무서운 것은 사회적으로 점차 고립되고 있는 50대 이상의 남성들. 사회적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지만, 사회화되지 못하면서 그들만의 리그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에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 기성세대에게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이다.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신화가 더이상 통하기 힘든 구조화된 계급사회를 인정하지 않은 체 그냥 열심히 하라고만 이야기한다. 마음 먹으면 대통령도 바꿔왔다는 자신감 넘치는 기성세대에 비해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박근혜 탄핵은 이런 측면에서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이다. 고착화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만 했던 사회 부조리를 시민들의 힘으로 바꿔낸 경험인 것이다. 촛불이 가져온 새로운 희망이 날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이 마련되야 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을 뒤집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고, 용도 개천에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야만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사회적 역동성이 살아있어서, 누구든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특정 지역, 특정 집안 출신이 아니여도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역동성을 가질 수 있는 다채로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방식만 고집해서는 헬조선을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스스로 자만하지 않고 우리의 부족함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하면 탈출해야만하는 헬조선이 아닌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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