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범 소장님 강의 영상]
https://youtu.be/oj0uT5V1SPk?si=9XKrGZI8x4hVvCxk
좋은 기회가 연결되어 '이음 심리상담소'에서 내담을 진행했다.
HBM에서 퇴사된지 벌써 1년.
그것도 같은 조직에서 2번째 퇴사였다.
같은 패턴의 반복이기에 나 역시 놀라울 따름이다.
'4년전 그 난리를 쳐놓고 똑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고?'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던 것같다.
말이 좋아서 퇴사지, 두 번 모두 사전에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맨 바닦에서 함께 조직을 일궈왔다고 생각해온 나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첫 번째 반응은 부정이였다.
'설마, 이게 말이 돼?', '뭔가 잘못된거야, 나한테 이럴 수는 없지'
'오케이~ 대표야 원래 그럴 수 있는 사람이지, 근데 나머지 동료들의 반응은 도대체 이게 뭐지?'
믿고 있던 동료들의 외면과 무반응은 너무나 충격이였다.
그래도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
반년쯤 지나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 느껴졌을 때,
결국 나의 10년 경험을 정리하는 박사논문을 쓰는 것으로 살 길을 모색했다.
대한민국에 MTA를 처음 소개했고, 그것을 HBM에서 여기까지 끌고왔는데
그 경험이 모두 부인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기에 나를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것같다.
'어차피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도 않는데, 나 혼자 자기 만족이라도 해야겠다.'
'지금이라도 정리해놓지않으면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게 장기적으로는 조직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로 시작한 일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과거의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억울함과 분함만 가득찼다.
이렇게 올해 초 분노의 시기를 지난 후에는 자책의 시기가 도래했다.
'결국 내가 리더십이 부족해서 조직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군.'
'내가 좀 더 지혜롭지 못하고 너무 솔직하게 내 생각을 다 이야기해서 그래'
'동료들마져 나와 일하기 싫다고 하는 것은 내가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냥 좋은게 좋다고 대충 넘어갈껄'
'그래도 조직이 망하면 안되니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볼까?'
'사실 조직이 어려워서 이런 결정을 한거니까 일단 조직을 살리고 보자'
상반기 동안 나름 신경쓰고 시간을 내서 일을 진행했고, 나름 소기의 성과들도 이루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은 나를 이해해주고 품어주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상반기 동안 무슨 노력을 했고 어떻게 마음을 썼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조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나를 신뢰한다는 믿음이 없어져버렸다.
'지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직에서 내가 책임져야하는 부분은 도대체 얼마까지 일까?'
나 역시 새로운 사업들을 벌리지 않고 싶어서 안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뀐 시장 환경과 낮아진 평판 속에서 새로운 소구 포인트와 적합한 타겟을 못 정한 것이 너무 크다.
결국 나도 현 상황을 해쳐나길만한 마땅한 솔루션이 없기에,
그냥 눈에 보이는 당장의 문제만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난 왜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할 수 있으면서도 고집 부리고 안하고 있다는 오해만 사고 있을까?
(품을 내어주지 못하는 옹졸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때마다 빡침이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열심히 버티면서 겨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오는 나의 입바른 소리가 더욱더 얄밉게 들렸던 것 같다.
어차피 떠난 배이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다.
다행히 내가 함께 새로운 일을 만들어볼만한 사람들이 새로운 조직의 형태로 연결되고 있다.
결국은 이렇게 어영부영 끝나게 되는 것인가?
여기서 이렇게 포기할 것인가?
+
결론적으로 나는 '괜찮지 않다.'
스스로 괜찮지도 않으면서 조직에 도움을 주겠다고 일을 만들어내는 것도 못할 짓이다.
더군다나 나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오히려 당연히 조직을 위해 헌신해야만 한다는 요구는 나를 더 빡치게 만든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기존의 곳에서 새롭게 일을 만들어서 벌려보는 것도
어느 하나 마음 편하고 즐겁게 도전해볼 수 없는 나의 마음 상태를 보니 여전히 괜찮지 않다.
일단 나의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같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 안준범 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갈등의 상황을 직면했을 때, 어떻게 나를 지키고 어떻게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는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한 발 떨어져서 온전히 바라보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소중한 나를 위해서, 담당할 수 있는 선을 찾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같다.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하고, 일이 되도록 잘 만들어 갈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3회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1년간 사막을 건너왔던 나에게는 오아시스같은 순간들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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