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통해서 착한 커피의 최후라는 기사를 공유받았다.
[국민일보] 착한 커피의 최후 < 클릭하시면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식공동체의 대안 공간으로써
커피숍을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기사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기사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남긴 댓글들이였다.
이런 기사를 볼 때, 그냥 이런 경우에는 잘 안됐으니~~
좋은 일을 할 때도 신중해야겠구나~~ 라는 결론이 전부였다~~~
(심지어는 기사의 결론도 아무리 착해도 한국에서 자영업은 힘들다는 내용이다.)
난 이 카페에 가본적도 없고,
내가 접한 내용은 기사에 나온 내용이 전부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사를 봤을 때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읽자마자 들었던
이 카페의 실패 요인들과 고려할 점 등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물론, 자세한 시장 분석없이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정리한 내용이기에
현실을 왜곡할 소지가 매우 높기는 하지만,
짧게나마 이렇게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혹시나 이견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반론을 제기해주시면 좋을 듯하네요.
(제가 기사를 읽자마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한 시간도 안걸려 작성한 내용인지라...)
<실패 요인 분석>
1. 커피 산업에 대한 철학적 접근 부족
대한민국에는 커피 전문점이 참~~ 많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사마실까?
대부분은 만남의 장소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커피전문점이 너무나 만만해서 커피전문점을 찾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커피 전문점 산업을 단순히 음료 산업이 아닌 공간 비즈니스의 차원을 볼 필요가 있다.)
사례에 나온 커피숍은 여대 앞에 위치한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다.
정확한 주소를 찾을 수 없기에 상권에 대한 분석은 쉽지 않아서 그냥 패스한다.
(길목이 좋았는지, 주위에 무슨 상점이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암튼, 공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대 앞이면 커피숍이 매우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굳이 테이크 아웃 전문 커피숍으로 가려면 커피맛이 굉장히 좋지 않으면 어렵다.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면, 커피 질로 승부를 해야하는데,
바리스타 자격증을 겨우 딴 초보가 뛰어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커피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
착한 마케팅으로만 승부를 보려고 했다는 점이 한계가 아닌가 싶다.
2. 마케팅 스킬 부족
착한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면, 컨셉이 명확해야 했다.
일단 네이밍 부터 점검해보자
' 프로젝트 141'
커피 한잔을 먹으면, 한잔 값을 기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One for One이라는 읽어줘야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읽어주지 않는다.
그냥 숫자로 이름을 읽을 뿐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한잔 마시면 한잔을 기부한다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0원에 파는 커피 원가가 200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일단 네이밍이 너무 어렵다.
(여기서 어렵다는 표현은, 이름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당신이 커피 한잔을 마시면,
드럼통 1개의 생수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드럼통을 가게 앞쪽에 디피해놨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제시함으로써,
설명을 자세히 들은 사람에게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가게를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이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단순 드럼통 하나만 놓은 것으로는 지나가는 고객을 잡을 수 없다.
좀 더 촌스럽더라도~
한잔을 마시면, 생수 드럼통 1통을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을
대문짝만하게 가게 앞에 써붙여야했다.
여대생의 감성을 자극하고자
노란색으로 가게를 이쁘게 꾸민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가게의 컨셉과 노란색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던지, 아니면 생수를 연상시키던지,
아니면 착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던지~~
현재의 가게 컨셉은
그냥 숙대앞의 이쁘장한 가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3. 사업가의 마인드 부족
일단 수요예측을 얼마로 잡았는지 궁금하다.
1년 2개월을 운영했다고는 기사에 나오지만,
6개월째부터 가게를 어머니에게 맡겼다는 것으로 봐서는
수익을 남긴 것은 불과 6개월 미만으로 보인다.
(취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은 6개월보다 훨씬 전으로 예상됨)
이미 초기 3개월쯤 지났을 때 승부는 갈린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이것은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수요 예측에 기인 한 듯하다.
기사에 보면 71일만에 1,000잔을 팔아서 첫 번째 기부를 했다고 나오며,
그리고 문을 닫는 시점까지 5,425잔을 팔아서 하루 평균 13잔을 팔았다고 나온다.
얼핏 읽으면 초반에는 장사가 잘되었으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판촉행사에 밀려서 망한 것처럼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71일동안 1000잔을 팔았다는 것은 하루 평균 14잔 정도이다.
물론 기사에 보면 초창기 매출이 150만원쯤 나왔다고 하니,
사업이 정상화된 이후에는 하루 평균 28잔 정도는 팔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이 수치는 가장 잘나오던 시절의 매출로 판단되어진다.)
수익 구조를 분석해보면,
매월 고정비용이 80만원에 추가적으로 재료비가 들어갔다.
기사에 따르면 재료비는 잔당 500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 잔에 2,000원으로 계산해서 매일 13잔씩 팔았으면,
일 매출 28,000원이고, 월 매출(30일 기준)로 환산하면 780,000원 정도이다.
(수익으로 계산할 경우에는 재료비 500원을 제외하면 585,000원으로 고정비도 안나온다)
가장 잘 나갔을 때 월매출 150만원이라고 했으나,
이 때 역시 재료비 25%를 제외하고 고정비 80만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30~40만원 정도였고 이는 인건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수익이 가장 잘 나왔을 때부터, 돈 벌기는 어려운 구조였으며,
기부해야하는 금액도 생각하면 매출의 10%를 기부하는 구조였기에,
순이익은 가장 잘 나올 때도 30만원이 안됐을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처음부터 사업성에 대한 검증조차 제대로 안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권리금이 2,900만원에 보증금이 600만원이였다.
이미 3,500만원은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묶인 돈이였으며,
폐업할 때 권리금이라도 제대로 찾았으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말이 좋아서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거지,
실질적으로는 1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적용 포인트>
1. 착한 마케팅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기사에서도 그렇지만,
무슨 착한 마케팅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이야기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착하기는 하지만 바보들은 아니다.
윤리적 소비가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손해보는 짓은 안한다.
탐스슈즈가 성공한 것에는 마케팅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품력이 뒷받침 되었다.
킬러 컨텐츠로써 착한 마케팅을 승부수로 띄었지만,
착한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눈에 보인다.
마케팅적인 고민 이외에 제품의 차별화라든지,
기본적인 요소들에서 추가적인 고민이 많이 필요한데
너무 마케팅 의존도만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메뉴판을 보지 못해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커피 이외에 다른 메뉴라든지, 같은 커피도 이름을 달리 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착한 마케팅이 현실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지 못한 마케팅과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사업 수완 능력 부족이 현실의 벽에 무너진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2. 컨설턴트가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사업 경험이 없으니 컨설턴트에게 상담도 받은 것같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답을 가르쳐 주지도 않으며,
결과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컨설턴트에게 의존하기 전에 자기가 산업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끔 가다보면 자기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컨설턴트부터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컨설턴트에게 상담받는 사람은 one of them에 불과하며,
그들은 원리원칙에 대한 가이드만 해줄 뿐 이를 실천하고 책임지는 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본인 스스로가 좀 더 많은 준비와 고민이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 본인이 충분히 고민하셨다면, 실례가 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3. 역시 장사는 수익이다.
초반부터 투자금의 70%를 묶이고 시작했고,
수익률을 75%에 맞추기는 했지만, 고정비용을 생각하면
하루에 40잔은 팔아야지 자신에게 남는 수익금이 100만원정도가 남는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자신이 일반 기업에 취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급과 복지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수익금이 이것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을 남겨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에 100잔정도는 팔아야지 수지타산에 맞는건데~
여대앞이 핵심 타겟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테이크 아웃 전문점에 대한 수요가 어느정도 될지는 고민을 충분히 했어야 했다.
100잔정도 팔 자신이 없었다면,
여대앞에 테이크 아웃 전문점을 개설할 생각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하루에 100잔 정도 팔 정도면 피크 타임에는 진짜 줄 서서 커피를 사가야할 듯하다.)
뭐 돈 벌 생각이 없이 다른 목적으로 시작했다면,
그 것에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본적인 수익이 남을 때 이야기다.
<이야기를 끝마치며>
이런 사례를 읽을 때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착한 의도로 시작한 이 사람이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다.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착한 마음이였을 텐데,
이런 경험에 의해서 그 마음에 큰 상처가 남았을까 좀 맘이 안 좋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요소들은 갖춰야하는데,
아쉽게 처음 시작부터 너무나 많은 실패 요인들을 껴안고 시작을 했고,
착한 마케팅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듯하다.
역시 사회적 기업가는 자선가이기 전에 기업가의 기본기를 갖춰야만 한다.
나도 지금은 대학원에서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있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할 예정이기에,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첨언]
인근지역의 교회를 다니는 지인을 통한 제보로 상권분석을 추가한다.
여기 자리가 전에는 분식집인가 그랬었어
아무튼 무지 작은 평수라 테이크아웃밖에는 하기 힘든 점포지
문제는 여기에 큰 프렌차이즈 까페외에 다른 작은 까페들이 무지 많다는 점이야
골목골목 조금만 들어가도 인테리어 예쁜 까페들이 많음
그 근방에 내가 기억하는 까페만 대여섯개는 됨
여기 상권은 주중엔 숙대학생들, 주말엔 삼일교회 청년들 때문에 입지는 좋은데 앉아서 시간보낼 장소가 없으면 별 소용없어
오히려 회사들이 많은 지역에 냈음 망하지않았을지 모르지
지인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나의 초기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대생들이라는 타겟과 지역 특성을 고려해서 커피숍을 열꺼면,
테이크아웃전문점보다는 공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 첨언]
아랫 댓글을 통해서 추가 제보가 들어온 내용은
인근에 1000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2곳이나 있다는 것이다...
나름 테이크아웃이라서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판촉행사보다 더 무서운 경쟁자가 존재했던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공간도 제공 못하고, 가격도 싸지 않았다면...
제품 경쟁력(커피의 품질, 메뉴의 다양화 등)이나,
착한 마케팅이 핵심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수 있었을 듯하다...
근데, 품질이 좋은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추가 제보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자마자 가게를 오픈했다는 내용을 보면 품질이 우수하기는 힘들었다.
결론적으로는 그럼 경쟁력은 착한 마케팅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착한 마케팅으로만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기본적으로 진입한 시장 자체가 너무 어려운 상황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암튼...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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