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시인의 사진을 보면,
모두 한결같이 해맑게 웃고 있다.
술과 담배, 그리고 사람을 좋아했다는 성격답게
인생에 티끌 하나 없을 듯한, 아무런 근심 걱정 하나 없는 아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보면 그리 순탄하지는 않다.
이미 대학생 시절 문단에 등단하면서
그 천재성을 과시한 천상병 시인이지만,
너무나 사람들을 쉽게 믿고,
친구와 술, 담배를 좋아하다보니 생활력은 제로에 가까웠고
생계 역시 아내가 인사동에 낸 찻집 '귀천'을 통해서 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은 그의 저 해맑은 웃음을 기억한다.
+
천상병 시인은
이미 죽음을 여러차례 경험했던 사람이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됐다고,
중앙정보부에서 6개월간 고문을 당했고,
당시의 전기 고문 후유증으로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된다.
1971년에는
술먹고 실종되어 유고시집까지 발간했으나,
몇 개월만에 서울의 시립 정신병원에서 발견되었다.
(이 때 병원으로 면회를 와 준 친구의 여동생인 목순옥 여사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1988년에는
의사로부터 시안부 선언을 받았으나
결국은 진짜 기도의 응답인지 5년간의 유해기간을 지내고,
자신의 작품 활동을 마무리하다가 1993년 간경화증으로 사망한다.
물론 귀천이라는 시는 초창기에 쓰여진 시다.
그래서 그의 인생 여정이 이 시에 반영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의 삶에 대한 자세는
언제든 하늘로 돌아가더라도~ 행복했다고 말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이런 천상병 시인의 자세가
힘들고 어려울 수 있었던 그의 인생 속에서
마지막까지 밝게 웃으면서 시를 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인 듯하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힘든 인생이였지만,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천상병 시인은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
행복은 과연 어디서 오는가?
파랑새의 이야기처럼~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
나도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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