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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석좌교수는
씽커스가 선정한 경영철학자 50위 중에 1위에 선정된 경영철학의 대가이다.
그는 1997년 The Innovator's Dillemma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기존 경영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경영전략에 대해서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접근해야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크리스테슨 교수는 혁신을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한다.
(추후 연구에서는 효율적 혁신의 개념도 등장하지만, 핵심 주장에는 변화가 없다)
존손적 혁신은 기존 기술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점차적인 방법인 반면에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술보다 기술적으로 부족하지만 가격이 더 싸고, 다른 가치를 제공해준다.
(혼다의 소형 오토바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밥캣 굴삭기, 철강업계의 미니밀 기술 등)
기존 기업들은 어줍지 않은 기술로 무시했던 것들이
신생업체들에 의해 저가시장을 공략하고 밀고 들어오더니 마침내 주류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
어느새 시장의 메인스트림은 변화하게 되고,
기존의 주류 업체들은 주도권을 잃고 급격하게 쇠락하게 된다.
여기서 크리스텐슨이 지적한 중요한 포인트는
실패하게된 선도기업들의 경영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낮은 저가 시장이 아닌 고가 시장에 주목했고,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고객의 요구에 충분히 귀기울였으며,
시장이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불안정한 시장에 무모하게 도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존속적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많은 자원을 배분하였다.
기존 경영학 이론을 놓고 보면, 아주 훌륭한 경영자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파괴적 혁신을 들고 나온 신생업체들에게 밀려버렸다는 것이다.
+
크리스텐슨에게 내가 주목했던 포인트는
기존 합리성과 효율성을 종교처럼 떠받던 경영학계에 주류 경영학자가 일갈을 날렸다는 점이다.
MIT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동부 명문대학을 거친 주류 경영학자가
주류 경영학자들의 주요 담론에 증거자료를 들이밀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가 제시한 솔루션은 알고도 경영자로써는 선택하기 어려운 방식들이다.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들어서 실패를 거듭하며 시장을 찾아내라
혁신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거나 분사를 시켜야만 한다.
파괴적 혁신은 기술적인 도전보다는 마케팅적인 도전이다.
합리성과 확실성, 효율성이라는 담론을 깨지 못한다면
크리스텐슨의 조언은 그냥 한낮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
나는 이러한 파괴적 혁신의 개념을 협동조합에 대입해보고 싶다.
오히려 기존 주식회사들이 하기 어려운 파괴적 혁신을 협동조합이라면 가능해보였다.
그리고, 기술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협동조합에게
파괴적 혁신의 방법만이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공룡들에 맞설 수 있는 전략이라 생각되었다.
파괴적 혁신의 핵심은 신기술이 아니라 마케팅적 도전에 있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는 않지만 기본 성능을 넘어섰을 경우 소비자는 다른 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휴대성, 크기, 가격 등 다양한 가치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이 파괴적 혁신이다.
모터의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혼다는 레포츠형 오토바이 시장을 개척했고,
굴삭기의 수용 용량이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밥캣은 기동성으로 시장을 뒤집었으며,
저장 용량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PC시장을 점령했다.
어떻게 보면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시장을 봐야한다.
그리고,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수익률을 생각하면 너무나 무모해보이는 도전인 것이다.
합리적이라 불리는 의사결정방식으로써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길이며,
이미 프로세스와 가치, 그리고 문화가 정착된 기업들은 변화하기 너무 어려운 방식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직의 룰이 다르다.
수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시장을 노리지도 않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들어가기 꺼려하는 시장에 쉽게 뛰어들 수 있다.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구조이지만,
소규모 조직으로 존재할 때는 대기업보다는 변화에 대응하기 용이하다.
그리고 초기 시행 착오의 과정에 있어서도
외부의 압력으로 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함께하기에 고통도 같이 나눌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내용들을 어떻게 엮어볼 수 있을까?
나의 새로운 고민과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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