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어떤 회사의 특별한 사례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그 회사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도 난 조직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분석하기에는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그 조직문화라는 것인 얼마나 거대하게 작용하는지 안에 있는 사람은 피부로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조직문화를 논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모호하고 가장 무책임한 분석 결과이다.
조직문화라는 것 자체가 그대로 다른 곳에 이식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애매모호한 그 것을 설명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분석 결과를 다른 곳에 써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애매모호한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것이 다른 조직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일반화하여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결과물은 아주 강력하다.
1980년대 일본 기업에 대한 연구는 일본 특유의 조직문화로 설명이 끝나는 듯했으나,
토요타를 통해서 뽑아낸 '지속적 개선'과 '인간 중심'의 철학은 다른 조직에 큰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Toyota Way (Jeffrey Liker 2004)
내가 문화학파에 주목하는 이유도,
단순 숫자가 아닌 현상을 깊이있게 탐구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이론을 뽑아낸다는 점에 있다.
+
권력(Power)이 주로 자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조직이라는 실체를 조각조각으로 나눠어서 생각한다면
문화(Culture)는 주로 공동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개개인의 집합을 조직이라는 하나의 통합된 실체로 엮어서 살펴본다.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단 하나뿐이라는 이중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문화에는 사적 문화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활동할지라도 집단적인 형태로 설명이 된다.
문화는 공동체로서 조직을 나타내며 공동체의 양식이기에
의식적으로 느껴지지 않을수록 더 강점이 될 수 있으며,
현상을 인식하는 필터나 렌즈로 작용해서 의사결정의 전제를 확립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문화는 정보 필터로 작용해
지배적 논리를 발전시키고 특정 자료에 집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Prahalad & Bettis 1986)
또한 문화에 깊이 뿌리 박힌 믿음이나 암묵적 가정은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강력한 내부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Bettis & Prahalad 1995)
Weick은 이에 대해서
"기업은 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 기업이 문화이다." 라고 말하며
기업에서 변화가 왜 어려운지를 문화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급진적인 전략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에 근거해야한다는 설명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Bjorkman 1989)
+
개인적으로 문화적 연구의 불씨를 땡긴 것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 인 줄 알았는데,
이미 스웨덴에서는 고텐부르크 대학을 중심으로 1960년대 부터 연구가 진행되었다.
SIAR (Scandinabian Institutes for Administrative Research)은
Eric Rhenman과 Richard Norman를 중심으로 1965년 설립된 컨설팅 회사 겸 연구기관이다.
조직 문화에 뿌리를 둔 개념적 프레임워크나 창의적인 자유해답식의 이론화 스타일,
극소수의 집중적인 사례연에서 추론하는 방법론적 접근법 등을 도입하는 등 획득적인 도전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연구들을 활용해서 선명치 않은 개념들에 대해
유령 신화(ghost myth), 조직 드라마, 부적합(misfit)같은 용어를 만들어냈고
집중적인 현장 연구로부터 복잡한 이론들을 엮어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말 이들이 뿔뿔히 흩어져 버리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Brunsson (1982)과 Melin (1982) 등의 학자들이 그 명맥을 잊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1970년대에는 나름 굉장히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설립자인 Eric Rhenman에 이어서 Richard Norman 역시
당시에 하버드의 초청을 받아서 방문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당대 유명 학자들이 SIAR에 근무했던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Norman의 Reframing 개념은
정치적 인지적 힘과 아울러 문화적 힘이 적응을 가로막아
조직의 정체와 쇠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하면서,
조직의 변화는 집단적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에 의해서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문화학파적 연구 흐름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실천으로서의 전략(Strategy As Practice)이라는 전략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흐름이다.
1980년대 인기를 끌기 시작한
'문화가 행동을 이끌고 다시 행동이 문화를 강화시킨다'는
전통적인 문화학파의 견해는 1990년대 일본의 경기 침체와 미국의 경기 회복
그리고, 일본의 성공을 경영상의 혁신으로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확~ 수그러들게 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성공적인 조직은 ‘제대로 된’ 문화를 갖고 있다는 설명은
성공할 때까지는 문화를 어떻게 개발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사회인류학을 참고하면서
사회적 실천들을 살펴보는 연구 흐름이 나타난다.
Langley(1990),
Brown and Duguid(1991),
Whittington (1996),
Johnson and Huff (1998)의 연구들은
2003년 1월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특집호에
실천으로서의 전략(Strategy As Practice) 이란 이름으로 전면적으로 소개된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전략을 만드는 실천에서 전략을 따로 떼어내 생각하는 것은 합당치 않기에
경영자들의 일상 현실에 다가가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전략의 내용보다 그 수립 과정에 주목한다.
내가 SAP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지는 두 가지 전제 때문이다.
1) 전략은 조직이 갖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행하는 어떤 것이다.
2) 프로세스로서의 전략의 핵심에 이르기 위해서는 경영자들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어 그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그 동안 전략 연구에 대해 가지던 불만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뚤어주는 명확한 설명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런 SAP적 연구를 하지 않는 걸까?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더군다나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것들은 암묵적 사건이나 실천이기 때문에 인식하기도 어렵다.
또한 연구자들이 현장에 나가기 전에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경영자들이 조직에 합류하기 전에 내려졌던 결정의 결과인 경우도 존재한다.
(그야 말로 뒷북치는 연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무진장 투자했는데, 명확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
이거는 연구자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다.
특히나 3~4년 안에 3~4편의 논문을 제출해야하는
미국식의 대학 교수 시스템에서는 재임용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근데 나는 굶어죽기 딱 좋은 이 연구 흐름이 너무 좋다...
나 같이 미친놈이 아니고는 이러한 연구를 하겠다는 사람은 한국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
문화학파의 내용에서는 마지막으로
자원 기반 관점(Resource based view)에 대해서 다룬다.
자원 기반 관점(Resource based view)이라는 용어는
Briger Wernerfelt가 Penrose의 기업 다각화에 대한 통찰에 기반 해 발전시킨 개념이다.
Penrose(1959)는
기업의 우위는 시장의 불완전성에서 유래하며,
기업은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산의 독특한 자원을 발전시킨다고 설명한다.
이에 Wernerfelt(1984)는 기업을 제품 중심의 관점에서 자원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Prahalad & Hamel (1991)은 동태적인 능력의 개념을 추가해 핵심 역량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자원 기반 관점(Resource based view)은 주로 학계에서,
그리고 동태적 능력 접근법은 주로 현재 활동 중인 경영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자원 기반 관점(Resource based view)가 훨씬 더 용이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원 기반 관점(Resource based view)하면,
Jay Barney(1991)의 <Firm Resources and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를 언급 안할 수 없다.
이 논문은 경영학 분야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인용된 대표적인 논문 중에 하나인데,
그 이유는 자원을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 조직적 자본으로 범주화하여 설명하였기 때문이다.
이 후 연구들에서,
인적 자본의 개념은 <사람중심경영>과 HR분야 연구의 기초가 되며,
조직적 자본의 개념은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된다.
Barney는 또한
전략 자원의 4가지 기준으로 VRIN을 제시하는데...
1) 가치성(Valuable)
2) 희귀성(Rare)
3) 모방 불가능성(Imperfectly Imitable)
4) 대체 불가능성(Non-Substitutable)
Margaret Peteraf(1993)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러한 전략 자원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로 전환하려면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1) 이질성
2) 사전적인 경쟁 제한
3) 사후적인 경쟁 제한
4) 자원의 비이동성
하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VRIN을 모두 갖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또한, 이들의 연구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낸 후,
그 자원들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Priem & Butler 200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포터(1980)에 의해서 외부 환경에만 주목하던
전략 경영의 시야를 균형 잡힌 원래의 위치로 돌려놨다는 점에서 큰 공헌을 인정받고 있다.
+
문화적인 접근은 개념적으로 모호하며,
필요한 변화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갖고 있다.
또한, 문화는 처음에는 수립하기 어렵고 나중에 재구축하기는 더 어렵지만
파괴하기는 너무나 쉬우며, 조직의 독특함을 고집할 경우 NIH 신드롬처럼 오만으로 빠질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으로써 조직을 보게 만들면서
개인 단위에서 설명되지 못하던 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어떻게 보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시야는 넣어졌으나 연구하기는 더욱더 어렵고, 연구할 것은 훨씬 더 많아졌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오래걸리고, 결과도 명확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난 이걸 건드리기 시작했고, 놀라운 연구 결과는 내놓거나 아니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인 접근은 너무나 매력적인 연구 주제이다.
과연 나의 졸업 논문이 어떻게 나올지...
아니 과연 나올 수는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 본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 많이 들어갔음으로 반드시 원문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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