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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의 이해 ③] 한국전쟁의 기원 - 브루스 커밍스 (1981)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3. 20. 11:24
한국전쟁의 기원
국내도서
저자 : 브루스 커밍스 / 김자동역
출판 : 일월서각 200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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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물론 뒷부분에 가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굉장히 디테일하게 사실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굉장히 인사이트가 많이 느껴지는 책이다.


물론, 나중에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진짜 잘쓰여진 책은 맞는 것 같다.


1980년 이 책이 출간되덜 시절 

대한민국에서 그 임펙트는 엄청났다고 한다.


80년 광주 항쟁 이후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하던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있게 파고든 책이였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히 생각했던 내용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버린 것이다.


모두가 중앙정치(김일성, 이승만, 스탈린, 트루먼)에 주목할 때

브루스 커밍스는 당시의 사회경제적 변동과 지방 정치의 영역을 다루면서

사회경제적 해방과, 빈외세,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외쳤던 민중의 염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외세와 친일 세력에 의해서 압살된 좌절된 해방(Liberation denied)에 대해서

브루스 커밍스는 1945년 ~ 1950년 사이에 발생한 사건과 식민지 시대의 유산들에서 그 원인 찾고 있다.


조용한 우물에 돌맹이를 던지듯이 이 책은 퍼져나갔고,

많은 부분에서 생각할 꺼리들을 던져주면서 한국 현대사 연구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브루스 커밍스는 현재 시카고 대학교의 석좌교수로 '비판적 아시아학' 분야에서 잘 알려져있으며, 

클린턴 행정부시절에는 한반도 외교정책에도 이론적 기틀을 마련할 정도로 실무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역시 세계적인 석학은 다르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명저이다...)


<사진 출처: 월간조선>


+


이 책이 던져준 수 많은 이슈들 중에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 이슈는 '분단은 과연 막을 수 없었던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미군정의 잘못된 판단 때문인가?

좌우로 나뉘었던 민족 지도자들의 잘못인가?

분단만은 막으려했던 민족 지도자들의 능력부족인가?

소련은 그럼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

아님 이게 다 친일파와 일제의 잔재들 때문이였던 것인가?

김일성과 이승만 이 두사람만 없었어도 이런 비극은 안 잃어났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역사학자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의 선택이나 실수로 초래된 일이라기에는 너무 복합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한숨만 푹푹 쉬어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상황은 너무나 안타깝게도 최악으로만 몰려간다.


처음에는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던 미국 사령관 하지조차도,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나름 최선을 다해보지만 결국 그 역시 실패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이 모든 것의 직접적인 시작은 일제의 급작스런 항복이다.


그래도 몇 달 정도는 더 버틸줄 알았는데,

원자폭탄 2대 맞더니 너무나 쉽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일제는 항복을 하고 만다.


일제는 미국이 일본 본토까지 쳐들어올 경우에는

일본의 천황을 모시고 만주까지 철수해서 투쟁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항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련이 참전하면서 관동군이 너무나 쉽게 소련군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관동군 중 상당수가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남하를 했던 상황에서

소련의 갑작스러운 참전으로 만주가 뚤리면서 일제는 사면초가로 몰려버린 것이다.


일제의 갑작스러운 항복과 너무나 빨리 남하하는 소련군 때문에

미국은 일단 급한대로 38선에서 분할통치하자는 제안을 던졌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렇게 이어질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진짜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대로, "해방은 도적과 같이 왔다."



소련군의 진격에 미국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나 군인정신이 투철하고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하지를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하지가 남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운형이 주도한 인민공화국이 동네별로 인민위원회를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지방자치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이 너무 잘해서, 일본군 철수도 안전하게 진행되었고 농사는 풍년까지 들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되었다.

미군이 보기에는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위협적인 공산주의 천국이 되어버릴 듯했고,

소련이 보기에는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이상적인 공산주의 국가가 되어버릴 듯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정과 소련군정의 선택은 완전히 상반될 수 밖에 없었다.


소련군정은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인민위원회의 자치를 인정했고,

미군정은 일제의 거대한 관료제를 부활시켜서, 인민위원회를 완전히 탄압했다.


이를 가지고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정은 점렴군'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솔직히 굶주린 거지꼴의 소련군은 한반도에 들어오자마자 강간과 약탈을 일삼았기에,

깔끔하고 초콜릿을 마구 나눠주던 미군에 비해서 인기가 없었다는 점은 간과한 것이다.


미군정은 싫어하지만 미군은 좋아하고,

소련군정은 싫어하지만 소련군은 싫어한...

결국은 둘 다 외세였고 완벽히 환영받은 쪽은 없었던 것이다.


미군정과 하지의 선택 기준은 초지일관 하나였다.

'반공/친미'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통일, 독립, 해방, 혁명 등의 가치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고,

친일파든, 아니 심지어 일본인들이라도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면 손잡았다.

그렇기에 이승만이 사고를 쳐도 묵인했고, 무고한 시민들이 탄압받아도 외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인단, 인민위원회를 인정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듯했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김일성을 밀어주기 위해서 중앙집권화시켜버린다.


토지배분, 노동법 개정, 남녀차별 금지 등

혁명적인 일들을 이루어내지만 이는 북한 인민들의 힘이지, 소련이 만들어준 것은 아니였다.


역으로 북한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개혁에 성공해가면서,

오히려 미군정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친일파들이 득세를 하면서,

민중들은 섣불리 봉기를 일으켰다가 그나마 있던 힘까지 잃게되고 사회는 극도로 우경화되어버린다.


결국 소련과 미국은 처음부터 분단을 생각한 것도 아니였고,

갑작스럽게 38선을 만들게 되었지만, 그게 그대로 냉전 강대국의 대립으로 이어져버린다.


출발은 루즈벨트의 4개국 신탁통치(미국, 중국, 영국, 소련)아이디어였지만,

약 40여년의 일제시대의 사회경제적 영향으로 좌경화된 한국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게 되었고,

좌우로 갈라진 민족 지도자들과 생존을 위해 몸부리치던 친일파들, 독재를 꿈꾸던 야심가의 등장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들의 이권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분단으로 흘러가게 된다.


+


분단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좌우 이념 대립보다는 조국의 독립과 해방이 가장 큰 목표였던 사람들이다.


여운형, 김원봉, 조만식... 그리고 김규식, 김구, 김두봉


앞의 3명은 처음부터 좌우 합작의 필요성을 강하게 외친 사람들이고,

뒤의 3명은 뒤늦게 분단만은 막아보려고 좌우 합작을 이야기한 사람들이다.


일제 해방 시점에 건준을 만들고 인공을 이끌었던 여운형은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고, 어떻게 보면 분단을 막을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대안이였다.


그는 건준을 만들 때부터 좌익과 우익을 가리지 않았고,

김성수나 송진우 같은 보수 세력과 박헌영 같은 공산주의자까지 모두 포괄하는 정부를 구상하고자 했다.


그는 대중적인 지지에서는 가장 선두에 서있으면서도

이승만처럼 자신이 대통령이 되야한다고 우기지도 않았고

우익(한민당), 좌익(박헌영)과 끝없이 대립하며 가시밭길을 걸어갔었다.


한민당은 그를 빨갱이이며 친일파로 몰아세우려고 했지만,

미군정의 하지도 좌익으로 분류된 인사중 여운형만은 인정을 했고 그와 좌우 합작을 고민하기도 했다.



서울의 여운형, 평양의 조만식이 있었기에,

미군정과 소련군정의 입김만 없었다면 진정한 해방과 독립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은 자신들의 이권이 더 중요했고,

가만히 놔두면 진짜 완전히 독립된 사회주의적 국가가 탄생할 분위기였기에,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이승만과 김일성이라는 야심가를 선택하게 된다.


이승만의 경우에는 워낙 사고를 많이 쳤기에 미국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카드를 생각하던 미군정에게 송진우, 여운형, 김구 등이 차례로 암살당하면서 사실상 대안이 없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미국이 굉장히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보려는 노력을 하기는 했던 것같다.


아무 생각없이 친일파와 손잡았다고

마냥 욕하기에는 미군정의 상황이 너무 안좋기는 안좋았다.

(물론 그렇다고 칭찬받거나 인정받을 수준은 아니고, 그냥 정상참작 정도의 수준?)


브루스 커밍스는 북한 내부 사정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우익였던 조만식, 중국통인 김두봉보다는 역시 소련통인 김일성을 밀어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진짜 자율로 놔두었다면, 민족주의자 조만식이 계속 강세를 유지했겠지만,

조만식은 제거되었고, 김일성은 자발적이던 인민위원회를 중앙정부의 일괄된 통치 하에 정비해버린다.

(상황이 원하는대로 돌아갔기에 미군정처럼 강하게 나가지 않았지, 결국 소련도 똑같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했다.)


+


그렇다면 어짜피 누가 뭘했어도

미국과 소련때문에 분단은 피할 수 없었을까?


동유럽이나 터키, 일본 등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심사에서

한반도는 사실상 우선순위에서 밀렸기에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이 분할점령에 대한 논의를 몇 개월만에 한 번씩만 할정도로 사실상 우리는 변방이였다.)


자신들의 이권에서 한 발 물러나서 분열되지만 않았어도,

좌익이나 우익이나 이념 존쟁으로 흘러가지만 않았어도 가능성은 존재했다.


김구 같은 인물도 해방 초기에는 극우파로 분열을 조장했던 것을 보면,

같이 쟁점의 중심에 있던 김성수, 박헌영, 이승만 같은 인물들 역시 큰 그림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송진우, 조만식(감금), 여운형, 김구, 김원봉(월북)같은 인물들이 차례로 제거되면서, 

자신의 이권보다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은 완전히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인데...


김구, 김규식, 김두봉, 김일성이 막판에 만나기는 했지만

어찌보면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기에 돌이킬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만남을 대놓고 욕했던 이승만은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 이기주의자인 것 같다.)



당시를 살지 않았던 내가 

그들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교만할지 모른다.


솔직히 나라면 내 이념과 이권을 내려놓고 

분단만은 안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브루스 커밍스는

행정조직과 자금을 가진 우익과 지방의 강한 조직력과 대중의 지지를 가진 좌익에 비해

중도파는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었고 세력이 너무 부족해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이야기도 설득력있다.

어찌보면 중도파의 길을 간 사람은 이상주의자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중도파가 아무리 노력을 했어도

결국은 소련과 미국에 의해서 분단은 피할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노력했던, 

여운형과 김원봉, 김구과 김규식, 조만식이라는 인물들을 내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극우였던 김구가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분단을 막으려고 했던 부분은 진짜 감동이다.)


+


아쉽게도 2권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다고 한다.

특히 2권의 내용은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 내용 자체가 무지 길고, 박명림 교수가 반박한 내용도 대부분 2권의 내용이라고 한다.)


일단, 어쩔 수 없이 1권(1945년 ~ 1947년)밖에 읽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2권과 박명림 교수의 <한국 전쟁의 발발과 기원>은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2
국내도서
저자 : 박명림
출판 : 나남출판 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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