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령에서 만리장성을 내려온 시간이 오전 11시
순간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베이징 시내로 돌아갈까?
아니면 북으로 2시간 더 올라가서 용경협을 방문할까?
차를 운전해서 가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가야하기에 가는데만 2시간, 베이징으로 돌아오는데는 3시간이 걸린다.
새벽부터 움직였기에 지금 베이징 시내로 돌아가면
오후에 두 군데 정도는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것이 아깝기에 용경협까지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팔달령에서 용경협으로 가기 위해서는
919번 버스를 타고 연경으로 가서 875번 버스로 갈아타야만 했다.
분명히 버스를 갈아타는 곳에 내려서
875번 버스를 찾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이게 왠일인가...
'바이두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고 있나?' 싶었는데...
표지판을 유심히 살펴보니 택시기사들이 칼로 875번만 지워버린 것이다...
(웃긴 것은 지워진 자리에 누군가 또 875번이라고 작은 글씨로 적어두었다는 점)
이래놓고는 천연덕스럽게 관광객인줄 알고 접근해서
용경협 가려면 택시타야 한다면서 40위안만 달라는 것이다...
(아~~ 진짜 돈이 뭐라고 이런 식으로 호객행위를 하는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용경협에 해당하는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횡하니 시골의 한적한 정류장에 우리말고는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어딜가나 그 많던 인파들이 여기는 전혀 없는 것인가?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깨달은 사실은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까 그 버스정류장에서 40위안을 주고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좀 있는 듯 보였다.
(이곳은 대부분 단체여행이나 자기 차량을 통해서 오는 관광지였다)
굉장히 외져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산새는 확실히 좋아보였고, 빨간 글씨로 용경협 3글자를 밖아놓은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역시나 호객꾼들이였다.
오늘따라 워낙 뜨거운 땡볕이였기에,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주차장까지 거리도 매우 길게만 느껴졌는데,
시골 아줌마처럼 생긴 사람이 다가오더니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기 시작해서 용경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말타고 가야한다며,
한국어로 '말타고'를 연 이어서 외쳐대는 것이다.
저 위에 높은 곳까지 무려 3리(12km)나 가야한다고 우기면서 '말타고' 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사기를 당해봤기에~
그들의 호객 행위에 대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구글 지도와 바이두의 길안내 서비스,
그리고 여행 가이드북까지 있는 우리들한테 거짓말로 호객행위를 하다니...
실제 용경협 입구까지의 거리는 1.2km였고,
그들은 무려 10배나 뻥튀기를 해서 우리를 골탕먹이려고 한 것이다.
(입구까지 찾아오는데 표지판도 잘 안되어있어서 당황한 관광객들의 등을 쳐먹으려는 것이다.)
호객행위를 무시한 체 묵묵히 걸었더니 바로 입구에 도착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또 한 번 사기를 당할 뻔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첸먼대제에서 경산공원까지 무려 3시간을 주구장장 걸은 후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 스차하이로 투벅투벅 걸어가고 있을 때 전동오토바이가 등장했었다.
3위안에 경산공원에서 스차하이 입구까지 두 명을 모두 태워주겠다는 것이다.
워낙 짧은 거리였기에 택시를 타기도 애매했기에 나름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해서 탔는데...
(사기꾼의 얼굴을 찍어두었다. 한국이면 그냥 확~ 신고해버리는데... 암튼 이 놈들은 2인 1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골목길로 들어가서 후통 투어처럼 여기가 어디라고 자꾸 설명하더니
어딘지 알 수도 없는 이상한 골목에서 우리를 갑자기 내려주는 것이다.
(순간 이 녀석들이 사기꾼이라는 것이 확~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원래 후통 투어비용이 300위안이기 때문에
니들은 후통 투어를 했으니 후통 투어비용을 지불해야한다며 고성을 질러댔다.
(외국인을 상대로 전문적으로 사기를 쳐 먹는 전문 사기꾼들이였던 것이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만,
이미 중국에서 10년 이상 산전수전 모두 겪은 누나는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생각보다 중국어를 너무 잘하고 전혀 쫄지않고 공안에 함께 가자고 덤비니까,
완전 기세 등등하던 그들도 서로 역할을 나눠서 욱박지르기와 달래기를 병행하며 협상에 들어갔다.
(공안에 가면 니들은 두 명이니 600위안을 내야하는데 그냥 깎아서 100위안만 달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후통 투어를 하겠다고 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후통투어가 1인당 150위안에 2시간 정도 된다는 것을 알기에 속을리 만무했고,
구글지도와 바이두 길안내 서비스 덕에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기에 으슥한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쫄 일이 전혀 없었다...
공안에 가자고 다시 타라고 해서 진짜 다시 탔더니,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도 차마 가지는 못하고 다시 협상에 돌입했다...
(정글만리에 나온 것처럼 역시나 협상에서는 만만디 자세로 나가는 사람이 이기는 듯하다)
결국은 우리 보고 그냥 가라고 했지만,
괜히 한 푼도 안줬다가는 후안이 생길까봐 처음 약속했던 돈만 주고 와버렸다.
1km도 안되는 길을 좀 편하게 가보려다가
완전 기분도 잡치고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버리고 엉뚱한 곳에 내리게 것이다.
(실질적인 여행의 첫 날이였는데, 아주 된통 걸려서 베이징 여행 내내 트라우마가 되었다)
안 그래도 어제의 경험 때문에
호객행위라면 진절머리가 나는데 오늘만 벌써 거머리같은 호객꾼이 붙은 것이 두 번째이다.
아무리 관광지역이라고는 해도
돈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못되게 변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자연을 만나러왔는데...
사람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만들다니... 이들이 너무나 밉게 느껴졌다.
(대한민국도 천민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급격한 자본화로 중국도 심각한 문제인 듯하다)
용경협은 원래 수심이 낮아서 배가 다닐 수 있는 협곡이 아니였다.
짱쩌민이 이 곳을 방문했다가
이 아름다운 곳을 배를 타고 지나가면 좋겠다고 하니까
댐을 만들어서 배가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버린 것이다.
(강을 막아서 배를 띄운다는 발상이 누군가를 연상시켜서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암튼 그렇게 확보한 해수면을 가지고 유람선을 타고 협곡을 관람하는 관광지로 만들었고,
베이징의 '작은 구이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내에서 85km나 떨어져 있지만 주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 때문에 배를 타려면 해수면 높이까지 올라가야하고,
그 길을 용 모양의 독특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서 관람객들에서 또 하나의 볼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발상자체는 매우 기발하기는 한데, 비주얼적으로 너무나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한적해서
보트가 출발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걱정했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신기할 정도 꾸준히 사람들이 계속 오더니 금세 만선이 되어서 출발할 수 있었다.
(역시나 중국은 어딜가나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진짜 대국인 듯하다)
유람선을 타고 배 한 척 없는 조용한 협곡을 지나가는데...
마치 고요한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무협영화에서나 등장할 듯한 절경들이 쫘~ 펼쳐졌고,
무림의 고수들이 절벽을 타면서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정자에서는
신선같은 어르신께서 술 한잔 기울이며 시 한 수를 읊고 있고,
오랫만에 벗과 함께 풍류를 즐기러 나온 선비는
세상이 내껏인 듯 호방하게 웃으면서 떠나라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곳....
강물의 흐름을 잘 조절하고 있는지,
물이 고여서 발생하는 녹차라떼나 큰빗이끼벌레 등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너무나 깨끗하고 맑은 물이
하얀 거품을 내면서 잔잔한 파동을 만들고 있었고,
이러한 거품들을 가르면서 유람선은 자꾸만 자연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가만히 앉아있기도 뜨거웠는데,
협곡의 한가운데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서 줄타기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번지점프처럼 레저 스포츠 상품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안내원의 설명으로는 관광객들을 위해서 줄타고 협곡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수행 중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저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관광객들 보라고
저 높은 곳에서 반대편 산등성으로 넘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줄타기 퍼포먼스 뒤로는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이 보였다.
무서워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자, 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숫자를 세어주었다.
이게 진짜로 도와주는 것인지
아니면 빨리 뛰어내리라는 압박인지 헷갈리기는 했지만 암튼 숫자에 맞춰 멋지게 뛰어 내렸다.
환타 아저씨의 가이드북에 번지점프를 하는 정박장에 내리게 되면,
산을 타고 넘어서 반대편 정박장에서 배를 타야한다고 설명하기에 배에서 안내렸다.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리길래 번지점프 안할 것인데,
그냥 타고 있다가 가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안내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10년 넘게 내이티브 중국인으로 살은 누나가 한국인인지는 전혀 눈치를 못채기에 발음의 문제는 아닐 듯)
다들 환타 아저씨 책을 읽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안내리고 그냥 보트를 다시 타고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인가 보다...
암튼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배에서 내려서
산등성이 하나를 넘은 후 정박장에서 다른 유람선을 타게 되지만,
우리는 그냥 그 배에서 내리지 않고 타고 있다가,
산등성이 넘어에 있는 정박장으로 이동한 후 넘어온 사람들을 태우고 먼저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협곡을 걸어서 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듯은 하지만 햇빛이 너무 뜨겁고 이미 만리장성을 다녀온지라...)
유람선은 출발지의 강 건너 편에 내려줬고,
산 밑을 내려가는 길 옆에는 백화동이라는 동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료는 아니고 10위안의 입장료를 추가로 받는다)
100가지 꽃이 있는 동굴이라는 의미 답게
자연 동굴을 온갖 꽃과 조형물들로 장식해놓은 듯한데
그 형세가 너무 가짜스러워서
차마 혹시 진짜가 아닐까 도저히 의심을 해줄 수 없는 지경에 올라있었다.
마치 어렸을 때 놀이동산에서
전 세계의 인형 모형들을 전시해서 노래를 불러주던...
그 추억의 장소를 연상시키기는 했지만,
그러한 감동보다는 땡볕을 피해서 동굴이 선사해주는 시원함이 더 만족스러웠다.
뭔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것은 알겠는데,
10위안이나 받으려면 좀 현실적이거나 사실적인 구성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자연이 준 선물인 용경협(龙庆峡)은
그 풍경이 절로 풍류가 흘러 나올 정도로 훌륭하기는 했으나...
황금같은 여행기간을 쪼개서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면,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오기에는 다소 아쉬운 장소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등성이도 올라보고,
번지점프같은 것도 해보면 더 많은 것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협곡들을 다른 관광지에서 봐서 그런지...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쉬움이 남는 장소이다.
돌아가는 길에 주차장에서는
말을 탄다거나 거짓 입장권을 판매하는 등의 사기꾼을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택시운전사로 보이는 호객꾼말고 모두 사라진 것을 보면,
누군가 신고를 했거나 단속이 강화된 시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기분 전환하고 즐기기 위한 여행인데,
여행의 재미를 완전히 떨어뜨리는 사기행위는 제대로 단속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어찌보면 용경협에서의 흥을 떨어뜨린 주범은 도를 지나친 호객행위때문인지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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