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故宮)
만리장성(万里长城)
천단공원(天坛公园)
이화원(颐和园)
이들은 중국어 회화교재나 중국을 소개하는 책자에 항상 나오는
중국과 베이징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역사 유물이며 최고의 관광지이다.
베이징의 햇살이 너무나 뜨겁기에
하루에 한 곳씩 오전 일정을 이용해서 방문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7월의 베이징에서 이 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살인행위인 듯하다~)
역시나 이곳을 둘러보지 않고서는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명불허전(名不虛傳)인 곳들이다.
4군데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역시나 그 스케일이 주는 중압감이다.
경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장엄한 위엄의 고궁(故宮)
팔달령에서 내려다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만리장성(万里长城)
가도가도 끝이 안나는 방대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천단공원(天坛公园)
인간의 손으로 만들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호수가 펼쳐지는 이화원(颐和园)
이들이 주는 감동에 압도당하지 않는다면,
베이징이 주는 대륙의 거대함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천단공원(天坛公园)이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진을 연상한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여기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댄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기년전(祈年殿) 앞에서 사진을 찍고,
회음벽(回音壁)과 삼음석(三音石) 앞에서 소리가 울리는지를 확인하고만 돌아왔다면,
천단공원(天坛公园)이 주는 매력을 1/10도 체 느끼지 못했다고 과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엄청난 크기에서 주는 감동과
그 엄청난 크기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자연의 편안함과 만족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원을 가득채우고 있는 중국인들의 풍요로움...
이러한 것들이 한데 어울어진 천단공원(天坛公园)은
중국의 공원이 주는 매우 오묘한 매력의 집합체적인 공간이였다.
솔직히 공원에서 노는 중국인들은
중국에 올 때마다 보는 풍경이라서 그다지 새롭지 않다.
단동에서도, 심양에서도, 상하이와 쑤저우에서도 보았던,
춤을 추는 사람과 붓글씨를 쓰는 사람, 제기차는 사람, 태극권을 하는 사람은
중국의 어느 공원을 가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놀이 문화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천단공원(天坛公园)을 굉장히 맘에 들어하는 이유는
그 광활함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또한 천단공원(天坛公园)의 스케일에 맞게
여타 공원에 비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규모와 다양성, 그리고 집단들의 숫자 역시 엄청났다.
자리를 지켜야하는 관리자들도
물을 사용해서 붓글씨를 쓰는 어르신의 작품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 등
공원 곳곳은 나름 자신만의 문화활동과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공원에서 이런 사람들을 본다면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공원 자체가 많지 않으며 그나마 있는 공간들도 마음껏 노는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만 공원을 이렇게 자기맘대로 즐기고 있을까?
미국의 센츄럴파크의 경우에도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원을 향유하고 있었다.
(캐치볼을 하는 사람, 러닝을 하는 사람, 누워서 책을 읽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 연출된다)
왜 한국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인가?
과연 공원이라는 공간들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천단공원(天坛公园)에서는 공원의 구성물들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보지 않고,
그냥 그늘진 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시민들이 놀고 있는 모습만 보고 있었는데도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뉴욕의 센츄럴 파크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풀밭에 들어가 누워서 자거나 놀 수 있는 분위기까지는 조성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못들어가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 잘 관리된 잔디밭에 아무도 안들어가 있으니
중국어도 못하는 내가 무모하게 들어가지도 못한 체 그냥 벤치에서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천단공원(天坛公园)에서
자연스러운 풀밭과 나무, 그리고 서민들의 생활을 즐겼다면,
이화원(颐和园)에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와 건축물들을 통해 황실의 위험을 느낄 수 있었다.
이화원(颐和园)의 메인 출입구인 동문으로 들어가서,
황실들의 주요 거쳐였던 인수전, 덕화원, 옥란당, 낙수당을 지나서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이화원(颐和园)의 상징적인 건물인
불향각(佛香阁)이 저 멀리에 높게 솟아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화원의 입장권은 30위안이지만,
주요 건물을 들어갈 때마다 10위안씩 내야하며,
모든 시설을 다들어 갈 수 있는 통표 티겟은 60위안이다.
이미 고궁(故宮)과 천단공원(天坛公园)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표를 구입하기보다는 입장권만 사고, 필요한 건물만 추가로 들어가기로 맘먹었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통표로 온종일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시간 관계 상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추가 요금을 받는 덕화원, 옥랑당, 쑤저우거리는 모두 그냥 패스했지만,
이화원(颐和园)의 상징적인 건물인 불향각(佛香阁)은 추가 요금 10위안을 내고 올라가봤다.
역시나~~ 앞에서 보는 것만으로 대단한 위엄을 자랑하는 건물로,
입구에서부터 배운전(排雲殿)의 지붕과 불향각(佛香阁)의 입구가 하나의 건물처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배운전(排雲殿)에서 불향각(佛香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과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감히 올라갈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자랑하는데~
아마도 황제들은 이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 뒷 길로 가마를 타고 올라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마 이 경사를 가마를 타고 올라갔다고 보기에는 양 옆의 폭이 너무 좁아보인다)
암튼 중국은 어딜가나 사람 기죽이는데는 일각연이 있는 듯하다.
(만리장성에서 팔당령 정상으로 가는 길을 올려다봤던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듯...)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이 유리기와이다.
황제만 쓸 수 있었다는 이 붉은 기와는 주로 유리창 지역에서 생산했었다고 한다.
(이화원의 유리기와들은 최근에 개보수를 단행했는지, 너무나 반짝반짝하고 맨들맨들했다는...)
이 수많은 유리기와들이 자금성에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고 생각했었는데,
개보수가 잘되어있어서 그런지 여기서는 유난히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느낌이였다.
특히나 불향각(佛香阁)에 올라서 내려다 본
이화원(颐和园)의 풍경은 한 마디로 입을 다물 수가 없는 장관이였다.
(개인적으로는 자금성과 만리장성보다도 최고의 장관은 이곳이였던 것 같다.)
붉은색 유리 기와를 넘어서 펼쳐져 있는 곤명호(昆明湖)는
항주에 있는 서호(西湖)를 모델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대체 중국인들은 못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니...)
청나라 말기, 서태후가 이곳을 개보수하다가
국고를 탕진해 멸망을 앞당겼다는 이야기에 너무나 어이없다고 생각했는데...
왠 걸~~~ 이 정도 스케일이면 진짜로 망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태후와 광서제의
슬픈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는 이화원(颐和园)
가이드북을 들고다니면서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왜 황제들이 이곳에 집착했는가, 서태후는 궁궐 복원보다 여기를 왜 더 신경썼는가...
너무나 대단하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주의 서호(西湖)처럼 여유롭고 풍요가 느껴지지 못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다보니 화려함이 너무 지나치고 이곳저곳에 정치적 사연들이 녹아있기 때문인 것같다.
진짜 멋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맘이 편안해지는 못하는 것은 내가 너무 사전에 공부를 많이한 탓인가?
이화원(颐和园)은
감동과 아쉬움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신비로운 공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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