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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hina / Beijing ⑧ - 만리장성(万里长城)에 대한 오해와 팔달령 등반기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7. 18. 12:22


만리장성(万里长城)은 진시황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흉노족의 공격에 대비해서 만리장성을 쌓는다.


현재의 몽골과 내몽골 지역일대를 지배하던 흉노족은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하는 기마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진시황으로써는 두려움의 대상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나라는 흉노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반란에 의해서 멸망하게 된다)


진나라 시절 쌓아올린 만리장성은 지금과 같이 거대한 모습보다는

대부분 그냥 흙으로 쌓아올려서 기마병이 넘어오지 못할 수준으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만리장성이 오늘날의 형상을 갖추게 된것은 명나라 시절이다.

몽골과 일본의 침입으로 계속해서 시달리던 명나라는 진시황의 장성을 재건했고,

영락제 때 시작해서 오늘날의 모양의 장성이 구축된 것은 16세기 경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만리장성의 위치는 사실상 국경을 의미하기에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진시황시절에는 현재의 위치보다 다소 북쪽으로 배치되었던 것으로 다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의 역사학계가 한판 붙은 적도 있다)


현재의 중국의 국경선은 청나라 시절 완성된 것으로

명나라 때보다는 영토가 더 확장되었기에 만리장성의 대부분은 중국 영토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장성의 위치를 보면 확실히 북방민족을 경계한 것으로 현재의 내몽골, 만주지역 등은 모두 명나라의 영토 밖에 있었다)



암튼 현재 남아있는 만리장성은 지속적인 개보수를 거친 결과물이기에

수 천년전 이런 건축물을 지은 진시황의 만행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뻥이 심하게 섞인 것이다.


사실상 현존하는 모습들은 모두 최근에 개보수를 진행한 모습들이다.


실제로 걸어서 장성을 올라가보면, 

개보수 과정에서 어이없게 낙서를 세겨둔 모습들이 많이 발견된다

(심지어 한글도 발견된 것을 봐서는 작업과정에 한국인이나 조선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만리장성을 방문한다고 하면

베이징시의 영역 안에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보존이 잘되어있고 풍경이 좋은 4곳을 이야기한다

(팔달령장성, 거용관 장성, 사마대 장성, 금산령 장성)


주로 베이징시에서 가까운 팔당령과 거용관을 주로 방문하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북동쪽에 위치한 사마대와 금산령을 연결하는 코스를 애용한다고 한다.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내몽골의 남단을 타고 만리장성은 쭉 이어지기 때문에 장성은 여러군데 존재한다)


여행 안내 책자들에서는 거용관 - 팔당령 장성을 거쳐서 명13릉을 구경하는 코스를 추천하는데,

솔직히 거용관과 팔달령 중에 하나만 보면 됐지 굳이 둘 다 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짜피 비슷비슷한 장성이고 그 느낌만 받으면 되기에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가려면 거용관을, 경관이 좋은 곳을 가려면 팔달령을 가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팔달령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짠다고 한다)



굳이 코스로 3군데를 묶어놓은 이유는 그렇게 해야지 딱 하루 코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베이징 시내를 많이 벗어나서 왔는데 한 군데만 가기는 좀 그렇고,

한 군데만 가도 이미 반나절이 후딱 지나가기 때문에 시내로 돌아와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 애매해진다.

(팔달령-명13릉 코스로만 약간 아쉽기 때문에 거용관을 굳이 끼워넣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리하여 난 과감히 팔달령을 찍고, 더 멀리 용경협까지 가보기로 했다.

국기게양식을 보기 위해서 새벽부터 나왔기에 소화가능한 일정이였던 것 같기는 하다.

(대중교통으로 용경협까지 가는 것이 이렇게까지 멀지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였다)



팔달령을 올라가는 방법에는 총 4가지 루트가 있다.


가장 편하고 일반적인 방법은 역시나,

서쪽 버스 정류장쪽에서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방법이다.


관성입구로 들어가지 말고, 별도 케이블카 타는 지역으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면,

팔달령의 가장 꼭대기의 바로 아래까지 아주 편안히 모셔다주며 살짝 마지막 한 고개만 오르면 정상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열심히 올라가는 사람과 대조적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편안히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서쪽 버스 정류장쪽에서 케이블카를 타기 싫으면

남루 코스틑 타고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역광이라서 사진이 잘 안나온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북루 코스를 타고 올라갔기 때문에 남루 코스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다)



동쪽 정류장쪽에서는 슬라이딩카를 타는 방법과 북루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사실 슬라이딩카는 옆에서 보이기에는 

굉장히 재밌어보이는 방법으로 케이블카보다 가격이 싸기는 한데...


역시나 괜히 싼 것이 아니다.

팔달령 고개의 절반까지 밖에 안올라가기에 나머지 험난한 절반 코스는 걸어올라가야한다.

(싸다고 해도 케이블카의 2/3정도 가격이기 때문에 가격대비 효율은 오히려 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걸어올라가거나 케이블카를 타거나 선택하라고 하고 싶다.



877버스를 타고 동쪽 버스 정류장으로 도착했는데,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무 생각없이 길따라 올라왔더니 갑자기 왠 동물원이 나왔다.

(슬라이딩카를 타는 사람들은 여기서 타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난 그게 아니였기에... T.T)


주변사람들에게 만리장성 어떻게 올라가냐고 물었더니

그냥 위로 더 올라가서 북루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여기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케이블카 타려면 서쪽정거장으로 30분 이상 걸어가야하는데 그 시간이면 그냥 올라간다며...)



환타 아저씨가 북루를 더 추천해서 북루에 마음이 더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제기랄 케이블카를 선택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마음에 슬라이딩카라도 탈까하다가...


슬라이딩카의 루트가 굉장히 애매해보여서 그냥 걸어올라가기로 했다.

(나중에 올라가서 보니까 슬라이딩카를 타고 올라갔다면 진짜로 돈이 아까울 뻔 했다)


하지만, 북루는 거리가 짧은대신에

경사가 남루보다 훨씬 심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절반쯤 올라오고 나서 남은 경사를 보는 순간 누나는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 버렸다)



그래도 역시 살인적인 경사를 자랑하지만

맘먹고 오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북루의 매력인 듯하다.

(올라와서 뒤돌아보면... 이걸 어떻게 올라왔나 싶을 정도이지만 한 편으로는 맘이 뿌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타아저씨 말대로 사진찍기에는

역광의 문제와 구도의 문제 등에서 확실히 남루보다 북루가 월등히 좋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처음 올라갈때만 해도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이렇게 혼잡하지는 않았는데,

꼭대기에 올라서 보니까 진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케이블카와 슬라이딩카로 올라온 사람에, 남루로 올라온 사람까지 합치니 엄청난 인파다)


만약 이른 시간대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꼭대기에 올라오는 구간에서는 줄서서 올라와야 하는 것은 아니였나 싶을 정도였다...

(진짜 위에서 내려다보면 무슨 저글링이 산타고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꼭대기에서 내려가는 코스는 굉장히 혼잡스러웠지만,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한 번 빠지고, 슬라이딩카 타는 곳에서 한 번 빠지니...

갑자기 한적해진데다가... 장성과 별로도 도보로 내려올 수 있는 코스를 따로 만들어놨다.


아주 잘 딱아놓은 촘촘한 계단이기에 내려가는 사람에게는 최적인 코스인데다가...

사람들이 훌쩍훌쩍 빠져나가니까 완전 한산해서 산책하는 기분이였다.



동물원 입구로 올라가서 천하의 만리장성인데 

중국애들 답지 않게 입구가 왜 이렇게 허점한지 이해가 안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성이 있는 쪽으로 내려와보니,

제대로된 입구가 존재하고 있었고 각종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이 넘쳐났다...



엉뚱한 곳으로 올라가서 

괜히 만리장성입구가 허접하다는 헛소리만 퍼트리고 다닐뻔 했다는...


암튼 처음 출발점이였던 동부 터미널로 다시 돌아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이번 여행의 가장 험난했던 용경협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참고로, 팔달령에 있는 식당들이 바가지가 심할 줄 알았는데 맛도 나쁘지 안하고 가격도 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