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그녀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퇴사하면서,
260억을 들인 국채사업에 대한 먹튀논란이 인터넷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사실 이 논란울 부추기고 있는 것은 언론들이고,
인터넷발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에 아예 '먹튀 논란'이라는 문구를 넣어서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휴가는 다 챙겨먹고, 우편을 통해서 퇴사원을 제출했다는 등의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논조들이 눈에 띄고 있다.
과연 이것이 이소연이라는 개인이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한 욕심으로 국가의 세금을 낭비한 사건인가?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한다는 뉴스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고 무려 36,206명의 사람이 지원했다.
최종 후보로 선발된 2명(고산, 이소연)은 1년이 넘는 훈련기간을 거쳤고,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서 탑승자는 최종적으로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교체되었다.
2008년 4월 이소연씨는 한국 최초로 우주로 나가는데 성공했고,
10일간의 체류기간동안 과학실험을 몇 가지 수행한 후 무사 귀환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항우연은 한국 우주인 탄생의 의의를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1) 다른 국가와의 문화, 기술적 교류를 통해 우주개발협력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2) 유인우주기술시대의 시작이며, 국가경제발전의 의미를 가진다
3) 미래 한국의 과학 꿈나무들에게 주체적인 과학활동의 동기를 제공한다.
논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분명히 한국 우주인 탄생은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근데, 항우연의 한국우주인 배출산업 기념 홈페이지에 명시된대로
한국우주인 배출산업 자체는 과학적 기술을 높이는 것보다 이벤트성이 매우 강하다.
이소연,
그녀는 혈세 260억이 들어간 이벤트의 주연이였고,
그 주연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근데 왜 이벤트가 끝난 후에 욕을 먹어야하는가?
+
한국우주인 사업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이소연은 우주인인가 관광객인가? ANT관점으로 본 한국 최초 우주인 논쟁"이라는 논문을 보면 도움이 된다.
2009년 안형준이라는 분이 쓴 이 논문은
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라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이 사건을 분석했다.
(유료 논문이기에 파일을 첨부하지는 못했는데, 인간-사물-동맹 이라는 책에도 이 논문이 실려있다.)
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은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한데,
아주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면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세상은 다양한 행위자들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자연과학적 인식론과 사회과학적 분석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물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 간의 네트워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는 것이다.
암튼~ ANT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이 논문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8년 이소연의 우주 실험은 성공이였고
이소연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한 후 무사귀한하면서 한국의 과학사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우주 관광이 아니나면서 이미 그 당시부터 혈세낭비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했다.
논문의 저자는 우주인 배출 사업에서 진행한 우주 실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됐지만,
이러한 사실이 대중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ANT 관점에서 파악해보려고 했다.
우주인 배출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우주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워낙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산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홍보하자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인 선발에서부터 국민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전문성보다는 우주인 사업이 개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에 누구나 우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우주관광객" 논란이 불거지자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선발에 대한 수사를 우주인으로 바꾸었다.
실제 선발된 최종 후보 2명도 과학 관련 연구원 출신들이였고
과학실험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초반에 과도 홍보된 경향이 있음이 나타났다.
선발된 우주인이 실제 우주에서 실행할 실험도 공모를 받았고,
공개적인 발표회를 거쳐서 기초과학실험 13가지를 선정했으며 이들 주제를 다시 대중에게 홍보했다.
이 사업에서 이소연의 역할은 '우주실험전문가'가 되었고,
이소연은 우주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공모된 실험들을 대신해주는 '실험대리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였다.
이소연은 모든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실험결과를 무사히 지상의 과학자들에게 넘겨주면서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연일 언론을 통해서 이소연의 우주생활, 비행일정, 언행 등 보도되면서
'우주실험전문가 이소연'은 대중들에게 '우주관광객 이소연'이 되어버렸다.
실제 이소연이 우주에서 수행한 실험들에 대해서
심도있게 다룬 매체는 '한겨레신문' 밖에 없었고, 나머지 기사들은 온통 우주 생활에 대한 것들이였다.
대중들은 언론 기사들과 인터넷을 통한 해외 사례같은 정보를 취사선택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들을 개진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 사업에 대한 반감이 퍼져나갔다.
대중들은 세계의 갑부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관광상품들 떠올리면서,
'우주비행참여자 이소연'의 역할에서 '실험'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관광'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대입해버렸다.
대중들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요구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고 구성하기에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였다.
+
결국 우주산업에 대한 대국민 지지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이라는 이벤트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우주 실험이라는 원래 목표는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으나,
우주 관광객을 양성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사업은 마무리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후 항우연은 이소연을 데리고 각종 강연회를 다니면서 홍보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연회의 반응은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후속 사업의 부재에 시달렸다.
이소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들을 벌려나갔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릴 동력도 떨어졌다.
언론 기사에서는 우주개발에 관한
독보적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이소연 씨라고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1년이라는 시간동안 고산과 이소연이라는 이 두 명이
러시아에 가서 얼마나 독보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독보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았더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잘못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소연씨는 2012년 휴직계를 내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한 후 MBA공부를 시작했다.
2년간의 의무 복무 기한을 모두 마쳤고,
실제적으로 항우연은 아무런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선택에 대해서 '먹튀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그렇다면 우주에 한 번 다녀왔다는 이유로 평생 항우연에 묶여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애당초 이 사업은 우주 산업에 대한 과학기술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대국민 홍보용 이벤트 성격이 강했고 이소연씨는 그 이벤트에서 주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국가 차원의 대형 이벤트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애당 초 실리보다는 여론 형성을 위한 이벤트성으로 접근한 것도 문제였지만,
언론 보도의 행태와 대중의 자발적 여론 형성이 어떻게 될지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만약 항우연이 이벤트를 잘 마치고 후속 작업에서도 멋진 비전을 보여줬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모든 명예를 버린 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겠는가?
2008년 우주실험을 마치 우주관광처럼 포장해버린 언론들은
2014년 모든 책임을 한 여성에게 뒤집어 씌우는 못된 짓을 하고 있다.
이제 그만 마녀사냥은 그만두자.
한 개인이 이 모든 잘못을 떠안기에는 그녀는 너무 충실히 자신의 의무를 수행했고,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곳을 떠나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뿐이다.
'Medit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만났을 때 응급조치 방법 (2) | 2014.09.14 |
---|---|
2014 오르세미술관展 - 국립중앙박물관 (0) | 2014.08.17 |
Love is... (0) | 2014.07.22 |
세월호 참사... 죽음 앞에선 그들을 생각하자 (0) | 2014.04.30 |
피터팬 신드롬 (Peter Pan syndrome, 1983) (0) | 2014.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