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tion

2014 오르세미술관展 - 국립중앙박물관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8. 17. 01:37


2011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오르세미술전에 다녀왔었다.


인상주의가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인기가 좋은데다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비롯해서,

모네, 드가, 세잔, 르누와르, 밀레, 루소 등 아주 쟁쟁한 작품들이 대거 한국에 왔었다.


특히 2011년에는 오르세 미술관이 공사중인 관계로

유명한 작품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오르세 미술관전은 화제를 불러모았고

개인적으로는 굳이 고흐만 내새웠어야하는 아쉬움이 들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 넘쳐났다.



2011년에는 진짜 눈이 호강한 전시회였다.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진짜 왜 사람들이 고흐, 고흐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였다.


그냥 멀리서부터 빛이 나는 그림이였고, 

그 그림 하나만 보고 나왔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만한 진짜 걸작중에 걸작이였다.


물감을 떡칠(?)하듯이 쳐발라놨는데...

그것이 그림이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놀라웠고,

그렇게 두껍게 칠해진 그림에서 만들어내는 질감은 진짜 최고의 작품이였다.

(왜 그림을 꼭 전시회에 가서 봐야만 하는지 절실히 깨닫게 만들어준 그림이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였다.


폴 세잔의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폴 고갱의 <소가 있는 해변>

르누와르의 <소년과 고양이>

장 프랑수아 밀레의 <봄>


진짜~ 미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나에게도 그냥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이였다. 

(이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고흐 그림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밀레의 봄이였다.)



사실 너무 와~ 와~ 하다가 끝나버려서 전시의 컨셉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제목을 너무 마케팅적으로 고흐만 부각시켰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을 뿐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흐가 왔으니 

당연히 고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선택과 집중에서는 아주 훌륭한 전략이다.


하지만, 전시의 본질을 흐릴 수 밖에 없는 제목이였고,

너무나 쟁쟁한 작품들이 한꺼번에 몰려왔기에 너무나 아까운 제목이였다.


+


2011년 오르세미술전은 내 인생 최고의 전시였기에,

이 번 오르세미술전에 대한 기대도 엄청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번에 전면에 내세운 것은 클로드 모네의 <양산 쓴 여인>이였고,

가장 화제를 모으면서 관심을 끈 작품은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이였다.


역시나 전시관 외벽부터 이 두 작품이 최고로 부각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번에는 고흐의 작품만 전면으로 미는 듯한 연출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인상주의와 파리라는 공간을 부각시키는 듯한

독특한 부제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궁금할 정도였다.



2011년에는 작품이 워낙 뛰어났기에

순전히 작품을 감상하는 쪽으로 기획되었고 별다른 컨셉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오르세미술관전은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파리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갔고, 공간이 가지는 역사성과

미술계에서도 이루어지는 화풍의 변화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면서


초기 인상주의에서 시작해서 상징주의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마지막 대미의 엔딩은 최고의 관심작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으로 끝낸다.)



아무래도 박물관에서 진행된 전시회라서 그런지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한 쪽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전시회의 컨셉자체에서도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는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그 역사적 흔적을 파리라는 공간적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솔직히 나같은 초짜에게는 불친절하게 그림만 알아서 보라는 전시보다는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기획된 전시가 더 보기 편하다.


그래서 화풍의 시대적 흐름과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에서 기획한 미술전이라는 특색도 잘 살리고 나름 의미도 있는 전시였던 것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2011년 비해서 확~ 눈을 끄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고흐와 밀레를 루소와 모네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모네나 고갱, 세잔같은 경우에는 꽤 많은 작품이 전시된 듯한데도, 

솔직히 충분히 재미있게 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여전히 목마른 아쉬운 전시였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인상에 많이 남는 작품들도 있었다.


폴 세잔의 <다섯명의 목욕하는 사람들>

클로드 모네의 <런던, 안개 속 햇살이 비치는 의회당>

카롤로스 뒤랑의 <앙포르티 후작 부인>

앙리 루소 <뱀을 부리는 여인>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은 <앙포르티 후작 부인>이였다.



고흐나 밀레가 주었던 사람을 완전히 끌어들이는 매력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보는 순간 "디테일 진짜 쩐다"라는 표현 밖에 할 수 없는 살아있는 그림이였다.


부인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화려함이 그냥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고,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는 이게 진짜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대놓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그렸고, 작가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 여인은 화려함 그 자체였고 보는 사람을 압도할 수 밖에 없는 그림이였다.


모네와 세잔의 작품들도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단지 흥미를 끌 정도였지 뭔가 확실한 감동을 주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기는 했는데 만족스럽지는 못한 전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역사적 흐름과 함께 화풍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성적인 만족과 이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것을 찾아가는 재미가 솔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임펙트는 부족했다.

머리로는 공부를 많이 한 느낌이지만, 가슴으로 작품을 느끼기에는 아쉬운 전시였다.


다음 언제 오르세미술전이 다시 열릴지는 모르지만,

이미 베린 눈이 되어버렸기에 왠만한 전시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단계에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