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Intervenes: Organizations as Organisms
Gareth Morgan이 제시한 두 번째 은유(metaphor)는 유기체이다.
사실 기계적 은윤와 유기체적 은유는
어떠한 조직 이론 책을 보더라고 등장하기에 별로 신선하거나 새롭지 않은 견해이다.
하지만, 가장 너무나 대표적인 이론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유기체적 은유는
조직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계적 은유가 내부 작동 매커니즘에만 주목했다면,
유기체적 은유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Daniel Katz 와 Robert Kahn의 개방형 시스템(Open system) 개념에서 출발해,
James D. Thompson의 행동하는 조직(Organization in Action)
Ludwig von bertalanffy의 일반 시스템 이론(general System theory) 등으로 이어지며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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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gan은 유기체적 은유을 설명하면서
조직의 욕구에 대한 경영자들의 불순한 동기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작업에 몰입할 수 있게끔 해주는 수단으로 그들에게 의미 있는 직무를 제공한 다음, 가능한 많은 자율성과 책임감, 그리고 인정감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쓸모 있고 중요한 존재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는 생각이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중략) 이러한 생각들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오늘날에 '인적자원관리'로 알려져 있는 진보를 위한 강력한 틀을 제공했다. (중략) 경영실무진들 사이에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종업원들에게 추가적인 급료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고차원'의 욕구를 통해서 그들의 직무몰입감과 조직몰입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p.61)
Morgan의 견해를 빌리자면,
인적자원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직원들의 복지와 혜택의 관점보다는
좀 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차원적인 동기부여의 방식이라는 것이며
이는 경영학에서 경영진이 직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한 편으로는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무여건을 향상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호손공장의 실험 이후 근무 환경이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는
환경에 대한 연구와 만나게 되면서 사람이 가진 특성들도 중요한 자원의 하나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유기체적 은유는 이렇게
조직이 생존하고 있는 환경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하위시스템의 집합체로 봄으로써
상이한 시스템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을 제거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환경 하에 놓인 조직에 대한 연구는
상황적합이론 (contingency theory)으로도 이어지기도 하고, 조직 생태학적 견해와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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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적 은유 부분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내용은
기존의 관료제적 조직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등장하게 됐다는 점이다.
가상 조직(virtual organization), 애드호크라시(adhocracy),
매트릭스(Matrix), 연방형 조직, shamrock 형 조직 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관료제적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마다 책상에 붙어 놓은 조직도를 보면, 대부분 이런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경영진이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니(모델 2),
그 다음에는 부서단위로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는 경우(모델3)도 많이 생긴다.
애드호크라시나 TFT를 구성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매트릭스 구조부터는 개념이 많이 바뀌기 시작한다.
출처 - Imaginization: New Mindsets for Seeing, Organizing, and Managing / Gareth Morgan (1993)
Morgan은 자신의 다른 책(한국어 번역 제목: 창조 경영)에서
조직의 업무량이 많아지면 모델 1과 모델 2는 자연스럽게 모델 3으로 변화된다고 설명한다.
모델3의 특징은
부서의 대표들이 팀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부서의 장과 소속팀의 장에 대한 이중의 충성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의 한계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이
일상 활동과 자신의 경력 상의 발전에 대한 실권은 부서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그 부서의 대표로써 프로젝트에 참여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별도 TFT를 구성하는 것보다도
좋은 결과물을 얻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매트릭스 구조(모델4)는
기능 부서(마케팅, 개발자 등)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업팀에 소속되어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게되는 이중구조를 가진다.
자신의 부서장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팀장도 개인의 실적과 평가에 대한 실권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구조가 짜여지게 되면,
프로젝트에 충실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부서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게 된다.
나의 두 번째 직장인 네오위즈가
전형적인 매트릭스 형태로 운영되던 조직이다.
마케팅부서에 속해있으면서도,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평가는 이중으로 받게 된다.
나의 첫 번째 직장인 광고회사의 경우에는
다소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모델3과 모델4의 경계선에서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나의 첫 사회 단체인 HoE의 경우는
애드호크라시(모델 5)나 네트워크(모델 6)을 추구했지만,
사실 상 제대로 운영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모델 5의 경우에는 전형적으로 작은 조직에서 추구하는 스타일로
모든 작업은 중앙에 있는 경영팀에 의해서 통제되고, 전략에 맞춰서 수시로 조직을 변화시킨다.
개방적이고 발전적이고 학습지향적인 접근을 할 수 있지만, 안정되지 못한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
나의 경험을 비춰봤을 때,
기본적으로 구성원들 각자가 역량이 굉장히 높지 않으면,
정신없이 돌아가다가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업무 과부하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단위로 조직을 컨트롤해나가는 경영팀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모델6의 구조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구조로
기본 기능만 갖춘 체 모든 것을 외주로 돌려버리는 구조이다.
한 때 리앤펑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러한 구조에 관심이 급증한 적이 있다.
(생산관리와 공급사슬 관리 측면에서는 아직도 매우 많은 연구 과제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장단점은 너무나 명확한데,
유연성은 굉장히 높아지지만 거래비용의 문제에서 한계를 들어낸다.
이러한 거래비용의 문제를 지속적인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해결해나가면서
도요타나 혼다의 경우에는 거래처와 파트너십이지만 거희 자회사 수준의 제휴관계를 유지한다.
거래처와 서로 돕고 협동하면서도,
끝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구조...
전형적인 협동조합들과 협동조합 연합체간의 관계 구조로 볼 수 있다.
아마 사회적 경제의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조직 구조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이론을 배우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조직의 구조나 특성 중에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은 어떤 구조가 더 좋고,
어떤 조직은 그에 맞는 또 다른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
유연성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안정되지 않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렇기에 어디에서든 혼합된 형태의 구조가 나올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구조들에 대해서는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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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적 은유를 이야기하다가 너무 시스템 이야기로 빠졌기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유기체적 은유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 짓자면,
유기체적 은유는
조직과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고,
상이한 조직들을 통해서 항상 선택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상황적합적 접근을 통해서 조직 개발의 이론과 실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환경을 강조한 점,
기능적 통일성을 너무 강조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기계론적 은유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조직에 의해서 개발되어야할 하나의 자원으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영향력과 선택권이 숨겨지면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유기체적 관점은 기존의 기계론적 관점이라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게 해주었지만,
사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완전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자연의 법칙을 사회의 구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내세워지는 위험한 발상이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유기체적 은유는 새로운 대세이기도 하지만,
또한 수 많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고 있는 견해인 듯하다.
아직 소견이 부족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환경과 소통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이 너무나 흥미로운 것 같다.
본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으므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길 원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책을 사서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