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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향연 (Peddling prosperity) - 폴 크루그먼 (1997)

열린 공동체 사회 2013. 12. 18. 23:34


경제학의 향연
국내도서
저자 :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 / 김이수,오승훈역
출판 : 부키 199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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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하찮은 번영(Peddling prosperity)이지만,

국내 번역서는 경제학의 향연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거시경제학의 입문서라 불릴 정도로 케인즈와 프리드먼,

그리고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 거시경제학 이론들을 잘 정리해놨기에,

경제학의 향연이라는 제목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전혀 생뚱맞은 제목이다.



폴 크루그먼은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경제학자로

1994년 아시아의 경제성장이 왜곡되었다는 지적이 아시아 금융 위기로 현실이 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폴 크루그먼은 기술의 진보가 아닌 노동과 자본의 투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었음)


1990년대부터 노벨경제학상의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해서

200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학계에서도 최고의 거장 중에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이 책에서 폴 크루그먼이 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경제 평론가와 정책 기획자들의 왜곡된 주장들이 정치가들의 손에 의해서 경제 정책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이 경제 평론가와 정책 기획자보다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훨씬 더 인정을 받는 이유가 여기있지 않을까?)


내가 경제 평론가나 정책기획자여도 기분 나쁠 정도로 무시하지만,

폴 크루그먼이 설명하는 근거들에 대해서 얼마나 그들이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는 인기로 먹고사는 선출직 정치가들은

쉽고 명확한 정책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옳던지 그르던지 이 것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옳바른 이야기라도 대중이 이해할 수 없고,

들어서 확~ 공감이 가거나 땡기지 않으면 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것이 바로 폴 크루그먼이 나서서 경제학자들에게 나서자고 선동하는 이유이고,

자신 스스로가 학문적 글쓰기 말고도 블로그나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면 활동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1970년대 학자보다는 평론가로써 밀턴 프리드먼의 영향을 보았고,

1980년대 공급 중시론자와 1990년대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선동을 보면서

자신과 같은 경제학자들이 나서서 대중과 소통하고 최소한 정치인들이 사기치는 것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


폴 크루그먼의 이러한 견해는

새롭게 학문의 길을 시작한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 역시 정책 기획자와 교수, 아니면 실천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개인적 성향을 보면 교수보다는 정책 기획자나 실천가가 성향에 맞아보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이해못한 어설픈 주장과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호도적 여론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채택되는 것은 

심호한 진실이 아닌 사람들이 믿고싶어하고 보고싶어하는 

대중의 입맛에 맞는 정책과 슬로건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에 과연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대가가 존재하는가?


아무도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제대로된 견해와 이론도 제시하지 못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대세인 양 몰아가고 있다.


과연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그 실체를 알고는 있는 물어보고 싶다.


내 역량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성공회대에 입학해 1년간 공부한 결과는

난 아직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 소개된 나름 대가라는

자마니, 드푸르니 같은 사람들의 글을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도 아직까지 뭐라고 명확히 이야기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1980년대 공급 중시론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1990년대 전략적 무역론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새로운 사기꾼들이 사람들의 꿈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원순 시장같은 정치인도, 

정태인 교수같은 정책기획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몬드라곤이나 볼로냐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그 원리과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은 성공해 보이는 그 곳들이 미래에도 과연 성공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당장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되고, 성과를 내는 것보다

지루하고 세상에서 격리되는 듯하고 어리석어보이지만 내가 더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하다.


+


이 책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성과는

경제학 지식에 대한 나의 무식함을 제대로 발견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부터 부각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가 뭔지도 몰랐고,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차이도 제대로 몰랐다.


나에게 신자유주의는

그냥 70년대 이후 경제학을 주름잡은 우파 경제학자들의 견해라고 봤는데,

프리드먼의 견해와 레이거노믹스의 견해는 엄연히 달랐으며,

더 충격적인 것은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견해는 완전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내가 그렇게 비난하던

신자유주의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문제니 사회적 경제로 가야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완전히 어리석다는 것을 세삼 깨닫게 된다.)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단 말인지...

너무나 부끄럽기 짝이 없다...


폴 크루그먼이 지적한대로 이데올로기성에 빠져서

정치인들이 호도하는 여론에 휠쓸린 체 '사회적 경제'라는 정답을 위해서

'큰 정부', '경쟁력' 과 같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어떠한가?


역시나 협동조합이라는 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회사라는 존재를 문제아 취급하고 있다.

(나 역시 초창기 협동조합을 공부하기 시작할 때 전형적인 이런 견해였다)


하지만, 1년쯤 지나고나니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주식회사는 주식회사고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인데 협동조합을 띄우기 위해서 주식회사를 깔아뭉게다니...


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협동조합만이 새로운 대안은 절대 아닌데 참으로 무식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공부하면 할 수록 부족함만 느끼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점차적으로 어려워진다.


그리고 남의 생각을 함부로 비난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보다 휠씬 더 많은 것을 공부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세삼 깨닫게 된다.


혹자는 이 책이

정부에 들어가지 못한 폴 크루그먼이 불만을가지고 

정부의 정책들을 깨기 위해서 썼다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글쎄... 이 책을 정독한 느낌으로는

폴 크루그먼은 케인즈가 정부에서 나와서 제대로된 이론을 정립한 것처럼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정부에서 인기를 얻기 힘든 이야기만 하는 크루그먼이 싫어서 안부른 것일 수도 있다.)


암튼 폴 크루그먼의 견해는

진정으로 학문을 대하는 자세와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현실에 적용시키고 대중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