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만 해도,
필리핀계인 이자스민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하지만 1호선을 타보면,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2006년부터 영주권을 획득한 사람 중에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지방선거에 대한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것이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48,426명이 유권자의 자격을 획득했다고 한다.
(투표권 부여에 있어서는 참으로 민주적인 국가이다.)
학계에서는 10% 정도가 되면 '다문화 사회'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대한민국은 현재 2.9% 정도되기 때문에 아직 숫자로는 ,
지속적으로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기에 다문화사회로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족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정도가 '다문화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소수민족이 10%를 차지함)
국내 거주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가 50%
국제결혼 이주자들 15.9%
외국계 주민 자녀, 상사 주재원, 유학생, 재외동포 등이며,
출신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절반을 차지하며(조선족 35% / 한족 15%),
조선족에게 물어보면 그들의 정치적 정체성은 중국인이라 한다.
서울, 경기, 인천에 전체의 2/3가 집중되어 있다.
+
그렇다면 다문화 사회에서 무엇이 이슈가 되는가?
일단 용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불법 체류자”라는 용어에는 편견이 숨겨져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미등록 이주자” 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순혈주의와 혈통주의를 신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혼혈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도 있다.
한국의 다문화 담론은 부분적이고 편의적인 성격이 숨겨져있다.
'다문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이 국제 이주 여성 결혼을 주관하는 단체들인데
이들이 먼저 사용하면서 상당한 편견이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3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1.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다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어야한다는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주민들과 함께 잘지내자는 정도의 개념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동등하게 인정해줘야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다문화 사회를 인정하자는 수준이 아니라,
인권존중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추구하는 굉장히 급진적인 사고이다.
이민자들을 많이 받은 나라들(캐나다)을 중심으로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흔히 "Salad bowl"에 비유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도 존중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한글 교과서의 첫 문장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사장님, 때리지 마세요!”
2. 동화주의 (melting pot)
한국사회에서는 한국인처럼 살아야한다는 견해이다.
세계화 시대 이후 국가적 정체성이 굉장히 애매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점차적으로 설득력을 잃어가는 견해이다.
어디까지 한국인처럼 사는 것인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들은 어떻게 해야하며,
한국에서 태어나서 외국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은?
3. 통합주의
독일에서는 전체 인구 8천만명 중에 1천만명이 다문화 인종들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다문화 사회이고, 다문화주의를 표방했지만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문화 인종 중에 숫자가 많은 터키계 / 한국계 / 그리스계 등의 사람들이
그들끼리 그룹을 지어서 무리를 이루면서 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문화주의를 추구하다보니, 분리주의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자 최근 독일에서는 독일 특유의 주류 문화를 인정하면서,
다른 문화들을 통합시키겠다는 통합주의라는 새로운 견해로 흘러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 우리가 이야기하기에는 시기 상조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다문화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한다는 교훈을 준다.
+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18세기부터 해외로 나가는 것이 시작해서,
19세기말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한다.(연해주, 애니깽, 하와이 등)
1960년대 초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들이 파견되고,
1965년부터 미국의 이민 문호가 개방되면서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이 나가게 된다.
1970년대~1980년대에는 중동의 건설을 위한 노동이주가 주로 발생하였다.
1980년대 말부터는 유입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1990년대 초 한중수교로 조선족이 유입되기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된다.
국제 결혼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배우자는 22만명에 달한다.
(결혼 11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며, 농촌지역에서는 4쌍 중 1쌍이 다문화 가정이다.)
한국은 굉장히 오래살아도 귀화하기가 힘든 나라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법률이나 규정이 굉장히 애매모호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배려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문화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역시나 경제적 차원, 이념적 차원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것이 강의의 주요 내용이였다.
독일에서 1960년대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된 현상에 대해서
“노동력을 불렀더니, 사람이 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의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한국에서 쫒겨난 외국인 노동자를 따라가서 취재를 해봤는데,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정월대보름에 그들끼리 모여서 신라면을 끓여먹는다고 한다.
(하필이면 왜 라면일까 싶으면서도... 그게 그들에게는 한국 생활이였던 것이다.)
그들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노동력이 아니라,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적 수용성은 매우 부족한데,
특히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신분을 조선족으로 이야기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심지어는 해외로 다시 이주하는 '탈남'이라고 부르는 현상도 최근에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대통령이 이야기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아직 아무런 준비도 안된다는 것이다.
다문화적 수용성...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갖춰야할 필요가 있는 요소이며,
향후 더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화두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다문화적 수용성은 둘째치고
이주민들에게 기본 인권도 보장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추천도서] 박경태 (2008) - 소수자와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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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서울시민대학의 조효제 교수님 강의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일부 내용 중에는 강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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