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al Innovation/Human Rights

사회권에 관한 몇 가지 오해 - 조효제 교수 (2014.06.16)

열린 공동체 사회 2014. 6. 16. 20:44

오늘 강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대부분은 고전적인 인권의 개념을 떠올리는데 인권에는 3세대 인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1세대 인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이다.

사상과 양심, 언론의 자유 등의 자유권에 관련된 내용을 의미한다.


2세대 인권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로,

생계, 의식주, 노약자 보호 등의 사회권을 의미하며, 흔히 이야기하는 복지와 관련된 개념이다.


3세대 인권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과 연대에 의해서 실현되는 새로운 인권의 개념으로

평화적 생존권, 환경권, 식량권 등의 이슈에 대해서 국경을 초월해 연대한다는 연대권의 개념이다.


물론 3세대 인권은 새로운 개념이기에

아직까지 개념적 정의도 잘 되어있지 않은 상황일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아직 2세대 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잘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사회권의 개념은 최근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1948년에 발표한 UN 세계인권선언(22조 ~ 27조)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사항이며,

1947년 UN 세계인권선언을 작성하기 위해 전세계 헌법을 모아서,
각 나라의 헌법에 나오는 기본권을 기본 자료로 구성한 험프리 초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이 말은 이미 1947년 이전에 자유권과 사회권을 보장하던 국가들이 많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UN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22조에서 27조까지 명시된 사회권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이다.

정기적인 유급 휴가를 가는 것도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며,
가난한 사람들도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인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Article 22.

Everyone, as a member of society, has the right to social security and is entitled to realization, through national effort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in accordance with the organization and resources of each State, of the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indispensable for his dignity and the free development of his personality.


Article 23.

(1) Everyone has the right to work, to free choice of employment, to just and favourable conditions of work and to protection against unemployment.

(2) Everyone, without any discrimination, has the right to equal pay for equal work.

(3) Everyone who works has the right to just and favourable remuneration ensuring for himself and his family an existence worthy of human dignity, and supplemented, if necessary, by other means of social protection.

(4) Everyone has the right to form and to join trade unions for the protection of his interests.


Article 24.

Everyone has the right to rest and leisure, including reasonable limitation of working hours and periodic holidays with pay.


Article 25.

(1) Everyone has the right to a standard of living adequate for the health and well-being of himself and of his family, including food, clothing, housing and medical care and necessary social services, and the right to security in the event of unemployment, sickness, disability, widowhood, old age or other lack of livelihood in circumstances beyond his control.

(2) Motherhood and childhood are entitled to special care and assistance. All children, whether born in or out of wedlock, shall enjoy the same social protection.


Article 26.

(1) Everyone has the right to education. Education shall be free, at least in the elementary and fundamental stages. Elementary education shall be compulsory. Technical and professional education shall be made generally available and higher education shall be equally accessible to all on the basis of merit.

(2) Education shall be directed to the full development of the human personality and to the strengthening of respect for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It shall promote understanding, tolerance and friendship among all nations, racial or religious groups, and shall further the activities of the United Nations for the maintenance of peace.

(3) Parents have a prior right to choose the kind of education that shall be given to their children.


Article 27.

(1) Everyone has the right freely to participate in the cultural life of the community, to enjoy the arts and to share in scientific advancement and its benefits.

(2) Everyone has the right to the protection of the moral and material interests resulting from any scientific, literary or artistic production of which he is the author.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사회권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상당히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권의 관점에서 보면 보편적 복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에게도 복지를 해줄 필요가 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복지를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 되물어봐야한다.
그냥 복지 자체가 싫어서 핑계꺼리를 찾는 것은 아닌지 확실히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강의의 주된 내용은 사회권에 대한 3가지 오해였고,
조효제 교수는 이 3가지 사항들이 어느 부분에서 왜곡됐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1) 복지를 국가가 국민에게 시혜를 배푼다는 관점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이러한 관점이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권력층에 존재하는 분위기이고,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정리가 잘못된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근대국가의 개념에서는
국가와 시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협의를 시민권(citizenship)이라고 부른다.

여기서의 시민권은 권리라는 의미보다는 맴버십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가는 시민들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해주고, 시민들은 기본적인 의무를 다한다는
이러한 사회적 약속을 통해서 국가가 생성되었다고 설명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 1818~1892)는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책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사회권이 우리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라고 할지라도,
이에 대한 생각과 인식에 쌓여있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2) 복지는 돈이 없어서 못해주는 것일 뿐이다.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을 살펴보면,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훨씬 낮을 때부터 복지 정책을 실시해왔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그 때가서 복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1970년대부터 했던 이야기이기에 이는 사실상 의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단 국민들이 국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세금으로 먼저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큰 저항이 있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복지를 권리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 혜택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게되면 화를 내고 국가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최근에는 적극적인 복지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복지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는 관점도 등장하고 있다.
(신케이즈학파라고 불리는 경향인데, 아무도 자금을 안풀고 있기 때문에 복지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관점)

1980년대 레이건 정부에서부터 등장한 낙수효과(Trikle down effect)
논리적으로 그럴듯해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빈부격차만 더 커지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분수효과(Trikle up effect)라는 개념이 등장해서 반대로 진행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사회권의 범위와 내용을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자유권은 법정에서 명백하게 보장 여부를 밝히기 쉽지만, 
사회권은 법적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기에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사회권이 자유권처럼 보장 여부가 명확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progressive)는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점에 유의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권은 보장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권을 얼마나 보장해줄 수 있느냐, 복지를 얼마나 늘려갈 수 있는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

사회권에 대한 이야기를 
복지의 영역으로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복지문제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서 고민해볼 부분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복지시설의 운영 주체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이슈이다.

미국과 영국은 복지라는 부분이 민영화의 방향으로 가면서,
복지 시설의 민영화를 하려면 오히려 더 철저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에 마찬가지다.
한국에서의 복지는 대부분 민간에서 시작했고, 국가에는 일정부분을 지원해주는 형태였다.

특히 종교 기관들이 복지 영역의 상당부분을 감당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와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상당히 왜곡된 기관들이 나타난 것이다.

모든 복지 시설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형제 복지원이나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된 광주 인화학교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형태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상당 수의 복지 시설들이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고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종교에서 운영되는 시설일수록 자신들만의 종교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많은 복지 시설들이 좋은 마음에서 운영되고 있기는 하겠지만,
너무 개별화되면서 서비스 내용이나 경영상의 이슈, 시설 이용자의 인권 문제 등이 전혀 관리가 안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행정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분명히 있어보인다.


둘째는 사회복지 관련자들의 인권 문제이다.

오히려 사회복지 분야에 계신 분들에게
사회권의 이야기를 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의외로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일수록
복지를 권리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개념 정리가 안되어있다고 한다.

사회복지사들의 경우에는 너무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억울해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복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를 종 부리듯이하는 태도가 먼저 고쳐저야하며,
사회복지사들도 복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단순 봉사직으로 대하면서 박봉에 강도 높은 노동이 계속되다보면,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사회복지사라고 해도 그 마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

사회권이라는 개념도 굉장히 생소했는데...

배부른 소리라고 이야기되던 복지의 문제가 
사실은 UN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되어있는 기본권의 문제라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

사회권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은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였는데,
이제는 정도와 방법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그 방향성에서는 그래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대선 공약과는 다르게 박근혜 정부의 실행 의지는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아서 안타깝다.)



교수님의 말씀 중에 
"인권은 10년 뒤의 상식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였다.

과연 10년 뒤 내가 이 글을 봤을 때...
사회권의 문제가 얼마나 우리들에게 상식이 되어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 본 내용은 서울시민대학의 조효제 교수님 강의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일부 내용 중에는 강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드립니다.